[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외도는 단순히 외도 배우자의 ‘몸’이 한 짓이 아니다. 때문에 그 몸이 돌아오는 것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또 외도가 치명적인 점은 상대와 당신의 취약성 및 두 사람의 관계에 잠재되어 있던 문제가 드러난 데에 있다. 따라서 외도로부터의 회복에는 이런 문제들까지 바로잡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용서’는 이런 과정의 핵심 요소다. 당신들의 관계를 회복하거나 당신의 삶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은 용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제 용서의 구체적 실천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용서 방법 1. 당신의 고통을 배우자의 탓으로 비난하지 않는다.
당신은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때부터 관계 회복을 선택한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통과 좌절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을 이렇게 만든 배우자에게 분노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외도 배우자가 관계 회복을 위하여 노력을 하며 당신도 이에 협력하기로 결심했다면, 당신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그 분노를 비난으로 표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물론 관계 회복을 선택했다고 해서 당신의 고통과 분노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분노는 외도 못지않게 관계 회복에 지장을 준다. 당신이 분노를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도, 외도 배우자는 자신의 잘못과 당신의 고통을 알고 있다. 그러니 당신의 분노를 배우자에게 쏟는 대신, 가정 위기를 가져온 외도 자체에 향하도록 하라. 당신들이 하나가 되어 ‘우리 가정을 위태롭게 할 만한 상황을 다시는 만들지도 허용하지도 않겠다.’는 결심과 약속을 하라.
용서 방법 2. 배우자의 외도를 당신들만의 비밀로 지킨다.
외도를 알게 된 상처 배우자들은 분노에 휩싸인 나머지 가까운 사람들에게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폭로하곤 한다. 더러는 외도 배우자가 반성하도록 혼내 달라는 것이기도 하고, 더러는 상처받은 자신을 도와 달라는 요청이기도 하다.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지만, 폭로는 도움이 되기보다는 상황을 악화시켜서 나중에 관계를 회복하려고 할 때 장애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외도는 그 사람의 취약점에서 비롯한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도 어떤 취약점이 있을 것이다. 관계의 회복에는 각자의 취약점들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중요한데, 외도 사실의 폭로는 이런 노력과 반대되는 것이다. 상대의 잘못을 비밀로 유지하는 것이 당신을 더 유리하게 하고 관계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만일 당신이 이미 폭로를 했다면, 이 점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 좋다. 당장의 감정 해소보다는 냉정한 분별심이 훨씬 효과적이다.
용서 방법 3. 함께 노력하기로 한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다.
당신이 관계 회복을 결심하기 전에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이야기했거나, 혹은 당신보다 먼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모르게 하려 했지만, 당신의 자녀나 부모님이 우연히 알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들에게는 당신 두 사람이 함께 사과하면서 관계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기로 한 사실을 확실하게 알리는 것이 좋다.
이는 몇 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우선 이런 공개 선언을 통해서 당신들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감을 갖게 된다. 또 그들에게는 당신들의 노력에 도움은 주되 훼방하지는 말라는 부탁이 된다. 특히 자녀들에게는 가정이 깨질 지 모른다는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그래서 당신들이 실제로 관계 회복에 성공한다면, 당신들의 노력과 성공은 그들에게 둘도 없는 귀감이 될 것이다. 혹시 관계 회복에 이르지 못하여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당신이 끝까지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받을 수 있다.
용서 방법 4. 당신들의 생활을 만족스러운 것으로 만들어 간다.
우리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되기를 약속하며 결혼을 한다. 그러나 외도로 인하여 당신들은 다시 둘로 쪼개지고 말았다. 관계 회복이란 그 균열을 극복하고 또다시 하나가 되기로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하나를 지속하지 못하게 했던 취약점에 대한 교정 작업이 필요하다. 이 교정의과정이 성공적이라면, 당신들의 결혼 생활은 점점 만족스럽게 변해갈 것이다.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은 당신들 두 사람이 잘 알 것이다. 상처 배우자에게는 분노와 의심이, 외도 배우자는 두려움과 불안이 장애가 된다. 비록 머리로는 관계 회복을 결심했더라도 마음 속의 불신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장애를 극복하며 계속 노력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작은 성공들이다.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고, 서툰 점에 대해서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서 다시 하나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
용서 방법 5. 함께 노력하는 과정에는 쌍방향의 사과와 용서가 필요하다.
당신들은 관계 회복을 약속하기 전에 이미 사과와 용서를 주고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주로 과거에 일어난 외도 행위에 관한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관계 회복을 선택한 지금부터는 ‘외도 배우자는 사과하고 상처 배우자는 용서하는’ 일방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에는 두 사람이 사과와 용서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위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외도 배우자들 대부분은 반성과 변화를 약속하고도 그 실천이 미흡한 점 때문에 수많은 사과를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상처 배우자들 역시 용서를 약속하고도 (분노와 불신에서 채 벗어나지 못하여) 관계 회복에 지장을 주는 잘못을 저지르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우리들 모두 불완전하며 연약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외도의 충격에서 벗어나 관계를 회복하기로 했다면, 두 사람이 함께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또 서로를 위로하며 감싸 안아야 한다. 이렇게 외도 배우자와 상처 배우자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 두 사람이 하나된 모습이며, 외도로부터의 진정한 관계 회복이다.
당신 부부가 여기까지 결심이 섰다면, 이제는 부부 관계의 회복으로 나갈 준비가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당신들 두 사람이 함께 실천하면 좋을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