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싸이월드의 레트로 프로젝트 ‘싸이월드 BGM 2021’의 첫 번째 주자로 소유가 나서 프리스타일의 ‘Y’를 리메이크했다.

소유는 지난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소유기’를 통해 미리 듣기 영상을 공개한 뒤 29일 오후 6시에 정식으로 공개한 것. 영상 속에서 그녀는 수수한 차림으로 ‘Y’의 한 소절을 부른다. 원곡은 객원 여성 보컬의 미성이 돋보이는데 소유는 자신만의 매력과 개성을 더해 재해석함으로써 힙합 팬들은 물론 다른 장르를 선호하는 애호가들에게도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싸이월드 측은 소유가 직접 지목한 실제 의상을 바탕으로 ‘소유 미니미’를 제작함으로써 2000년대 레트로 감성을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예정이다. 이는 2018년 이후 싸이월드가 3년 만에 제작한 첫 미니미로 ‘Y’ 커버 이미지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싸이월드는 소유의 신곡 홍보를 위해 메인 홈페이지를 한 달 만에 변경했으며, 공식 유튜브 채널(Cyworld_Official)을 통해 지난 25일 ‘Y’ 티저 영상을 독점 공개한 바 있다.

‘싸이월드 BGM 2021’ 프로젝트는 싸이월드의 전성기 때 미니 홈페이지에서 사랑받은 당시의 히트곡을 현재의 정서에 맞게 재해석함으로써 추억을 되살리는 한편 답보 상태인 K팝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시도이다. 즉 메타버스 시대이지만 일부 슈퍼 아이돌 그룹을 제외하곤 시대를 대표할 만한 K팝이 아직 안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핸디캡을 반영한 것.

21세기에 진입하면서 유난히 아이돌 가수들의 리메이크 현상이 잦았다는 게 좋은 증거이다. 음악은 아무리 대중음악이라고 하더라도 시대가 흐르면 잊히는 게 아닌 게 현대의 추세이다. 소설부터 영화, 드라마 등을 보면 아직도 2000년 하고도 수백 년 전의 고대 그리스의 연극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법칙을 따르는 건 우연이 아니라 ‘정석’이기 때문이다.

대중음악 역시 새로운 가수의 시대적 해석을 통해 과거의 팬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요즘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시대적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는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할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재즈가 그런 식으로 오랫동안 소비되어 온 대표적인 장르이다.

21세기의 5분의 1을 지난 현시점은 약간 혼돈의 양상이다. 복고 바람은 여전해 과거의 감성을 오늘에 되살리는 리메이크 붐과 레트로 유행이 거듭되고 있다. 그런데 미디어 업계로 볼 때는 1인 미디어의 주류 등극으로 대혁신이 일어났다. 기존의 올드 미디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과정에서 유튜브 등 SNS와 OTT 서비스는 대세로 우뚝 선 것.

그런 춘추전국시대의 각축전에 메타버스의 원조인 싸이월드가 합류했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유의미하다. 그건 바로 레트로와 증강 현실(AR), 가상 현실(VR)과의 결합 혹은 컬래버레이션이 가능할지이다. 기존 싸이월드는 텍스트와 사진으로 즐기는 현실적 소통 공간이었다면 지금의 미디어 세계는 메타버스라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또 다른 가상공간에서의 소통과 놀이, 그리고 각종 콘텐츠의 소비이다.

싸이월드 측도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숙지한 상황에서 기존의 홈페이지 내 사진, 동영상, 댓글, BGM, 도토리 수량 등을 이용자들이 확인할 수 있게끔 만드는 한편 24억 원 규모의 도토리 환불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런 추억 만들기를 고수하는 가운데 베타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메타버스 서비스도 출시에 맞춰 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에 소유가 쏘아 올린 ‘싸이월드 BGM 2021’의 신호탄 ‘Y’는 당연히 과거의 미니 홈페이지 백그라운드 뮤직으로서 인기를 끌었던 노래들이 현대적 정서와 잘 부합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속속 뒤를 잇는 각 가수들의 재해석 버전의 총합이 싸이월드가 기존 SNS의 강자인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할지 예상해 볼 수 있는 척도이다.

더 나아가 OTT 서비스 시대에 싸이월드가 어떤 레트로 전략과 메타버스 전략으로 넷플릭스를 비롯해 연내 국내 진출하는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과 어깨를 견줄지 바로미터가 되는 첫 단계일 것이다. 일단 기획력은 좋았다. 과거의 인기 있던 BGM을 이 시각의 실력자들이 세련되게 재탄생시킨다는 내용은 매우 실속이 높아 보인다.

그건 사실 요즘 K팝의 대부분의 레퍼터리들이 퍼포먼스에만 집중할 뿐 가사와 멜로디에서 정서가 많이 결여돼 있다는 부인할 수 없는 맹점과도 직결된다. 싸이월드의 전성기 시절 인기 높았던 BGM들은 대부분 눈으로가 아닌, 귀와 가슴으로 즐기는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싸이월드는 영악하게 ‘볼거리’를 추가했다. 확실히 경쟁력을 갖췄다.

역사를 보는 방법은 미시적일 때보다는 거시적일 때 큰 그림이 보인다. 장님은 강아지의 모습은 그릴 수 있지만 코끼리는 절대 그럴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음악 역시 한시적인 시점의 편린만 따진다면 발전은커녕 답보 혹은 후퇴이다. 퀸처럼 클래식을 도입하거나 서태지처럼 국악도 믹스 매치하는 것이다.

‘오스틴 파워’는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이 만든 대표적인 ‘밝은’ 컬트 무비이다. 패러디와 자체적인 코미디로 상상을 초월하는 재미를 주는 이 영화의 핵심은 주인공 오스틴이지만 난쟁이 빌런 미니미를 제외하고는 논할 수 없다. 바로 그런 게 B급 정서이고 서로 맞서는 이항대립, 혹은 이분법의 화합이다. 미니미를 앞세운 싸이월드가 추구하는 게 그런 것 같고, 그래서 그들의 행보에 신구세대가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는 게 아닐까? 게다가 요즘은 미니멀리즘의 시대가 아닌가!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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