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경동교회] 서울시 중구 장충단로, 도로에 면해 있으면서도 굳게 닫힌 고성처럼 우뚝 선 건물 하나.

외부 십자가도 없이 도심 속 수도원처럼 사람들을 맞는 경동교회가 바로 그것이다. 예배당 입구도 뒤편에 있어 계단을 둘러 입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나오게 돼있다. 세속에서 벗어나 신성으로 가는 길을 상징한 건축적 의도이다.

▲ 지상으로부터 솟아오른 20개의 매스(mass)로 이뤄진 외벽
▲ 교회 전면에 더 높게 돌출된 2개의 매스(mass)로 십자가를 대신한 교회의 상징성 부여

경동교회는 내부 공간을 먼저 형성하고 그 공간을 둘러쌓고 있는 조형적 요소로 개체를 선택했다. 여러 개의 개체가 모여서 하나로 향한다는 그런 뜻이다. 어떤 사람들은 손을 모아서 기도하는 모습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냥 성직자의 두건을 뜻한다고도 하는데 그건 느끼는 사람이 그걸 보고 자기의 감성이 동해서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가지면 그것이 정답일 것이다.

▲ 기도하는 손 또는 유럽의 고성(古城)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구현한 외형

벽돌을 쪼개 깨진 면을 바깥으로 보이게 붙여 어느 하나 같은 모양의 벽돌이 없는 건물 외벽엔 창문을 거의 두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 거대한 노출콘크리트 기둥으로 분절된 내부 벽체
▲ 각 마디마다 천창이 뚫려 자연광 투과

빛과 어둠은 종교 건축물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지는 소재이다. 빛이 굉장히 절제되어 있으면서 내부에 천장이나 벽면으로 빛이 내려오는 부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빛하고는 굉장히 다른 것이다. 전체를 감싸 안는 그런 빛이 되고자 노력했으니까 종교 건축물에서는 아주 유효한 수단이 아닌가 생각된다.

▲ 교회에 설치된 단 하나의 스테인드글라스 창

반유신,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며 오랫동안 교회를 이끌었던 강원용 목사와 경동교회는 기독교의 한국화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 건축의 특징을 현대화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던 김수근 건축가와의 만남, 경동교회의 얼굴은 그렇게 탄생됐다.

“드디어 그분이 경동교회의 건축설계를 담당하여 1981년 건물이 완성되었다.
건물 내부에서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는 설계,
정면 십자가 위에 비치는 자연광선, 단 하나의 스테인드글라스,
전체 벽의 투박한 시멘트 질감 위에 새겨진 못 자국들...
특히 정면에 기도하는 모습을 구현한 타워를 중심으로
1층은 인간과 인간, 2층은 인간과 하나님,
3층은 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한 것에는
김수근 선생의 사려 깊은 예술정신이 스며 있었다.
그 집을 준공한 지 4년 만에 그는 애석하게도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매 주일 경동교회를 출입할 때마다
건물 구석구석에서 그 당시 김수근 선생과 나눈 대화가 생생하고
그분의 살아있는 몸을 만나는 것처럼 느낀다.

- <당신이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입니까> 中
강원용 목사 편

▲ 한국전쟁 후 가건물로 지어진 첫 예배당

- <경동교회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 네이버TV : https://tv.naver.com/v/837192
☞ 유튜브 : https://youtu.be/9gRl9tepgGg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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