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이 세상에 영화를 싫어해서 극장 근처에는 가지도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극장은 우리네 삶에서 TV가 등장하기까지는 영화나 각종 공연 등 우리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삶의 활력을 주는 최고의 장소였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정의와 역사를 보자. “극장은 관객 앞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마련한 건물이나 공간”으로 정의하고 있다. 대부분 극장은 그 설계가 고대부터 발달했는데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관객의 필요나 시대마다 달라지는 공연의 성격에 따라 결정되었다. 

극장의 역사를 보면 연극무대로부터 시작이 되었는데 아시아의 연극은 변화가 거의 없이 계승되었는데 무대장치도 단순하여 관객은 개방된 공간 주위에 편하게 앉아서 연극을 감상했다.

B.C 5세기경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서양 연극에서 관객들은 원형극장에서 반원형으로 층층히 앉아 연극을 관람했다. 약 12,000명을 수용하는 에피다우로스의 옛 그리스 극장은 지금도 이용된다. BC 1세기의 로마 극장은 합창대석을 반원형으로 줄이고 객석과 연결하여 음향효과를 높였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로마 제국 멸망 후 약1,000년간은 오락성 연극이 거의 사라졌고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의식문집의 내용을 부연하는 새로운 연극이 미사의 일부로 시작되었다. 이들은 나중에 교회 마당에서 공연되다가 시장의 가설 무대나 이동식 마차의 야외극으로 각지에서 공연되었다.

16세기 르네상스에 고전의 관심이 부활하면서 최초의 실내극장인 이탈리아 비첸차의올림피코 극장이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설계에 의해 1585년에 완공되었다. 이후 최초로 무대 앞에 영구적인 아치를 세운 근대 극장의 원형인 1618년 완공된 파르마 파르세네 극장은 이동식 무대장치를 이용했고 관객은 말굽 모양 관람석에 앉아 연극을 보았다.

독자적으로 발전한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의 극장은 하늘이 보이게 천장이 없었고 관객들은 층으로 된 관람석이나 안마당에 앉아 연극을 보았다. 이 시기 유럽에 유행한 이탈리아 가면극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전통은 중세식 무대로의 회귀였는데 배우들은 극장이 아니라 광장에 마련된 높은 단에서 연기하게 되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바로크 시대 17세기 중엽부터 유럽의 궁정 극장들은 막 앞에 앞무대, 무대 주위에 말굽 모양의 관람석 배치 및 무대 앞에 움푹 들어간 관현악단 자리를 마련하고 이동식 무대 장치를 이용했는데 귀족들을 위해 관람석에 층층의 로열박스 발코니를 만들었다. 18세기에 오페라의 인기가 오르자 상류층을 위해 극장이 확장되며 1778년에 완공된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은 2,000명 이상을 수용했다.

층층으로 객석을 배치하는 바로크 양식을 처음으로 탈피하여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극장설계의 원칙을 재 도입한 독일 바이로이트의 '리하르트 바그너 축제극장'이 1876년 세워졌다. 이 극장은 부채꼴의 객석을 가파르게 배치하고, 관현악단은 일부가 지붕으로 덮인 깊은 악단석에서 연주했으며, 처음으로 공연때 객석의 조명을 껐는데 19세기말에 무대를 밝히는 전기조명의 도입으로 화재의 위험이 사라졌다. 좀더 복잡한 무대 장치 및 모양까지 바꿀 수 있는 기계장치의 등장과 독자적인 예술로 승화된 무대조명으로 20세기 극장의 무대장치가 혁신적으로 발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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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페라, 관현악, 각종 공연 및 근대의 혁신적 기술인 영화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극장(theatre)’이란 단어는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극장(theatre)’은 ‘theáomai(보다)’에서 파생된 고대 그리스어 ‘théatron(보는 곳)’이 라틴어 ‘theatrum’이 됐다. 이 말이 고대 프랑스어로 와서 ‘théâtre’로 변형이 되었는데 중세 영어로 유입되어서 ‘theater/ theatre’로 최종 정착을 하였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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