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신수식의 정치학 박사의 세상읽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하고 2021년 8월 31일에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하였다. 그 과정에서 텔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너무 빠르게 점령하면서 여러 국가의 대사관 및 조력자들에 대한 철수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으며 텔레반의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수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처참하고 처절한 모습이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세계에 알려지면서 미국을 비난하는 여론 또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비난과 여론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의도 또는 이유가 궁금하다고들 한다.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듯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여 텔레반 정권을 몰아낸 계기는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알카에다의 테러로 붕괴한 사건이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기치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20년 전쟁이 시작됐으며 미국은 그동안 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를 뒤쫓으며 이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탈레반 격퇴를 위해 20년 동안 무려 약 2조 2600억달러(한화 2,600조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정부 및 군대 재건에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미군 2,400여명의 전사를 포함해서 1만여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큰 희생을 치렀다. 그러나 탈레반은 건재했고, 미국 지원을 받은 현지 정부는 무능하고 부패하였으며 스스로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없이 무너져 갔다. 견디다 못한 미국은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결정을 하고 철수한 것이다. 결국 외세에만 의존한 채 자강, 혁신의 노력을 외면한 나라의 꼴이 어떠한지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세계 최고 강국이라는 영국, 소련, 미국 모두가 실패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을 열강의 무덤이라는 평가가 내려지는 상황에서 왜 미국은 그 많은 희생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치르고도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다음에서 몇 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첫째, 부정부패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2조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서 민주주의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국가를 기대했지만 부정과 부패로 더 이상 그 어떤 기대도 가능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은 미국의 재정지원을 착복하고 빼돌리는데 혈안이 되고 더욱이 일반 군인이나 공무원들에게 주어야 할 급여까지 착복하여 그들에게 급여가 전혀 지급되지 않아 이들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고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였으니 국정이 수행될 수 없었던 것이다.

둘째, 자립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무능 때문이다. 비록 외세의 지원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정부를 수립해서 자립하려는 노력이 주요 공직자들을 비롯해서 지도자 스스로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능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군이 지원하는 주요한 무기들까지 적들인 텔레반에게 팔아넘기는가 하면 급여를 받지 못하는 군인들은 집단탈영하는 현실에서 부패한 고위직들은 재정을 빼내기 위해 허위로 군인명단을 작성하여 군인수를 확대하는 등에 혈안이 되는 부정부패 그 자체였기에 더 이상 지속해도 미국이 의도했던 그 어떤 기대도 어렵다는 사실이었기에 철수 결정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셋째, 아프가니스탄 부족 구성과 그 특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14개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요 민족은 파슈툰인(42%), 타지크인(27%), 하자라인(9%), 우즈베크인(9%), 아이마크인(4%), 투르크멘인(4%), 발루치인(2%) 등이다. 특이한 사항은 같은 민족, 부족 내에서도 그 역사적, 문화적 특성의 차이성이 크고 결합, 통합이 아니라 강한 대립과 갈등의 성향이 크다는 특성이다. 즉, 부족 간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부족 내부에서도 소부족으로 나뉘어 대립과 갈등하는 매우 독특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는 형제와 싸우고 나와 형제는 사촌과 싸우고 나와 형제와 사촌은 세계와 싸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독특함의 민족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독특한 특성으로 인하여 부족을 통합하고 하나의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외세인 미국이 기대하는 민주주의 아프가니스탄은 더 이상 불가능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 주변 국가들과 관계 때문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관련된 주변 국가들과 관계를 고려한 점도 있었다고 판단된다. 아프가니스탄은 주변 국가들인 이란, 인도, 파키스탄, 중국, 중앙아시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종교적, 정치적 여러 가지 복잡한 관계가 있다. 특히 중국 봉쇄라는 측면에서 텔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은 그 내부적으로 다양한 이슬람 무장세력, 즉 파기스탄 텔레반, 알카에다, IS, 이 외의 여러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활동하는 무대이다. 이는 주변 이슬람 국가들에게는 위협과 걱정거리이며 중국 또한 신장 위구르가 이슬람이라는 측면에서 위협,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 즉, 앞으로 아프가니스탄 내 이슬람 무장세력 가운데 어떤 관계로 전개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으로 이는 미국에게 의미하는 바가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에서, 그리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선언하면서 밝힌 바와 같이 미국의 국가이익이 아닌 다른 나라 분쟁에서 주둔하며 싸우는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언급을 통해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과 사회 및 국가가 붕괴하는 가장 핵심적인 것이 곧 스스로 내부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이점이 이번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 신수식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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