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한철 변호사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 임대인이 제3자와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세입자 임대차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청주에 사는 ㄱ씨는 지난해 7월 거주 목적으로 한 아파트를 ㄷ씨로부터 약 13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지급한 뒤 같은 해 10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사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됐다.

한편 2019년 4월부터 2년 동안 해당 아파트를 임차했던 ㄴ씨는 새 집주인인 ㄱ씨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전, ㄷ씨에게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을 주장했으나, ㄷ씨는 매매계약 체결을 이유로 거절했다. 새 집주인인 ㄱ씨는 해당 사안은 개정 법률상 '그 밖에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ㄴ씨가 임대차계약 기간 종료 시 아파트를 인도해야 한다며 ㄴ씨 등을 상대로 건물인도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던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임대차 3법 도입 후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며 전에 없던 갈등을 빚고 있다. 아직 정확한 판례도 확정되지 않은 사건이 많아 쉽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부동산 소송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현 상황의 적용 법률과 유사 판례, 법률 동향을 민감하게 파악하여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을 해야 한다.

실제 1년 전 개정된 임대차 3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임대인-임차인 갈등, 매매 계약 분쟁, 전세난, 이중 계약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를 핵심으로 하는 법안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로 해야 한다는 규정, 전월세신고제는 전월세 거래 등 주택 임대차 계약 시 임대차 계약 당사자가 30일 이내에 주택 소재지 관청에 임대차 보증금 등 임대차 계약 정보를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앞선 사례에서 문제된 부분은 계약 청구권제로, 현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세입자에게 1회 계약갱신 요구권을 보장하는 제도로, 세입자는 현행 2년에서 2년을 더한 4년으로 계약 연장을 보장받는다. 단, ‘해당 주택에 집주인이나 직계존속·비속이 실 거주하게 되는 경우, 그 밖에 ’임차인이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계약갱신 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ㄱ씨는 ㄴ씨가 임대차계약에 대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때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로써, 본인들이 실제 거주하려는 이유로 해당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임대인의 지위'에 있지 않았다면서, 매수인 지위에 있던 ㄱ씨나 당시 임대인인 ㄷ씨는 모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앞선 사건처럼 법률과 그 근거를 따져보면 쉽사리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즉 본 사안처럼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경우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속하게 진행하되, 매매 계약 체결 전에는 매도인이자 임대인과 해당 부동산에 거주 중인 임차인과의 계약 내용 등을 미리 파악하여 부동산 인도에 문제가 없는지 미리 살펴야 할 것이다.

또한 실거주로 인해 임차인과 계약 갱신을 거부하는 경우, 집주인은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한 기간만큼 거주하면 된다. 만약 집주인이 실 거주 기간을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을 매도하는 경우 매수인은 잔여기간 동안 실거주를 한 뒤 다른 임차인을 받을 수 있다.

추가적으로 위와 같은 사유를 포함해 다양한 이유로 매도인, 매수인 간 부동산 계약 파기를 염두에 둔다면 계약 약정에 따라 배액을 상황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둘 부분. 매매계약 파기는 통상적으로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계약금을 교부했더라도 중도금을 지급하기 전이라면 가능하다.

이처럼 부동산소송은 매도인과 매수인, 세입자의 관계, 계약 시기, 계약 갱신 요구 시점 등에 따라 소송 결과는 현저히 달라질 수 있는 바. 구체적인 자료와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소송 결과에 따라 임대인과 기존 세입자 간 손해배상 분쟁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소송이 예상된다면 초기부터 법률 상담을 받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윤한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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