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룸학교 우소연 교장

[미디어파인 교육칼럼] 2021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인터넷 이용시간은 주 평균 27.6시간이다. 5년 전에 비해 55%로 증가한 수치이다. 이런 통계가 아니어도 부모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자녀만 보아도 속에서 불이 난다. 교육 현장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몇 년 전에 꿈이룸학교 학생들이 어떻게 유저 생활을 하는지 이해하고 싶어 심층 인터뷰를 하였다. 유튜브를 새벽까지 보느라 지각하는 학생, 인기 가수의 덕후로 온라인 계정이 100개가 넘게 있는 학생, PC방에서 게임하느라 학교에 오지 않은 학생이었다. 학생들과 인터뷰를 하며 아이들의 삶의 패턴과 교육의 순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아이들의 컴퓨터 이용은 시공간을 넘어선 여행이다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서 자신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여러 사이트를 옮겨 다니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덕질을 하며, 게임을 즐긴다. 3명의 학생이 공통적으로 가는 사이트는 네이버와 구글밖에 없었다. 무차별적으로 (사이버를) 보다보니까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많았다. 한 학생의 경우, 처음엔 ‘코난’에서 시작하여 인기 가수 덕후로, 그 다음엔 글쓰기로, 영화로 그리고 페미니즘 카페로 이동했다.

페미니즘 자료를 카페에 퍼 나르고 싶어 구글에서 학술 검색을 했고, 여성가족부의 자료실에 얼마나 많은 자료가 있는지 감탄했다. 물론 해외 사이트도 간다. 트윗 캐스트에서 외국 친구들과 만나기도 한다. 말이 안 통해도 상관은 없다. 번역기로 대충 알아들으면 된다. 아이들의 사이버 생활은 어른들의 여행과 비슷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낯선 세계를 경험하는 여행. 시공간을 넘어선 여행이다. 그러니 졸립지. 시차 적응하느라고. 그 이후 나는 아이들의 눈꺼풀이 내려앉으면 생각한다. ‘여행 갔다 늦게 도착했군!’

아이들의 컴퓨터 여행은 놀이와 배움의 복합공간이다
부모들은 이 여행이 견문을 넓히는 여행일지, 시간 낭비일지가 고민일 것이다. 아이들은 사이버 안에는 언제든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살고 있어 열의만 있으면 언제든지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이버에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도 많이 있어 부끄럽지 않게 배울 수 있고, 비전문가들도 누구나 발언할 수 있어 활동하기에 수월’하다.

한 학생은 사회시간에 정보사회라고 배웠지만 실감하지 못하다가 적극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하면서 자신들은 ‘배우는 세대가 아니라 검색한 정보를 빨리 정리하고 흡수하는 세대라는 말에 공감했다’고 전한다. 게임 세계에서 자신을 알아준다고 말하는 그는 ‘좋아요’의 응원에 힘입어 게임 캐릭터를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부끄러워 묻지 못한 질문, 속앓이 고민들의 일부분은 사이버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채우고 있었다. 아이들은 시공간을 경계로 두 개의 세계를 넘나들며 살아가고 있다. 미래교육학자 마크 프랜스키는 이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말한다. 우리 세대를 어떤 말로 정의하든 디지털과 함께 현실보다 더 많은 사람들, C언어를 포함한 수많은 언어와 함께 살아가는 세대인 것이다.

컴퓨터 여행에서 돌아온 아이들과 대화할 타이밍
긍정적인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은 제대로 된 자료를 찾으려면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고, 잠을 못 잘 때가 많으며, 그것을 통해서 깊게 배우지 못하는 것도 알고 있다. 컴퓨터 생활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나 관심사를 말하고 싶고 좀 더 잘해보고 싶다. 이때 아이들은 책을 찾거나 자기 생각을 정리할 대상이 필요하다.

기성세대는 어른들이 알려준 세상을 이해하고 습득하며 살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그들이 스스로 알게 된 지식을 ‘대화하며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여행기를 들으며 맞장구도 치고, 성찰적 과제도 던져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컴퓨터만 한다고 등짝 스매싱을 하기 전에 그들이 여행에서 돌아올 골목에서 기다려보자. 아이들과 우리들 모두의 배움이 시작될 것이다.(꿈이룸학교 우소연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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