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김광규 선생의 <뺄셈>이란 시를 소개하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덧셈은 끝났다/ 밥과 잠을 줄이고/ 뺄셈을 시작해야 한다/ 남은 것이라곤/ 때 묻은 문패와 해어진 옷가지/ 이것이 나의 모든 재산일까 (중략)/ 찾았다가 잃어버리고/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 또한 부질없는 일/ 이제는 정물처럼 창가에 앉아/ 바깥의 저녁을 바라보면서/ 뺄셈을 한다/ 혹시 모자라지 않을까/ 그래도 무엇인가 남을까”

새 집을 장만하는 시인이 잔금은 어이어이 치르겠는데, 복비 이사비용은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하며 숫자들을 더하고 빼는 모습을 그린 시로 짐작된다는 해설이 붙어있다. 노년에 낙오하지 않으려면 덧셈보다 뺄셈을 잘해야 한다고 하는데, 한의학에도 덧셈, 뺄셈의 개념이 있다.

한의사는 환자와 마주하게 되면 어디가 불편해서 온지를 물어보고 질환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한의학에서 기상·기후조건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여섯 가지 기운인 육기(六氣)를 따져보기도 한다.

다시 말해 풍(風,바람) 한(寒,차가움) 서(暑,크게 더움) 습(濕, 습함) 조(燥, 메마름) 화(火, 뜨거움) 등 외적인 거에 의해 증상이 생겼는지 점검해 보는 거다. 외감(外感)이라고 해서, 찬바람을 많이 맞으면서 생기는 감기나 강렬한 햇빛에 노출되면서 오는 열사병 등이 대표적이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바깥 기운 뿐 아니라 몸 안쪽의 흐름의 문제가 없는지도 보게 된다. 음식의 흐름이 막혀서 생기는 식적(食積), 몸 안에 노폐물이 쌓여 나타나는 담음(痰飮), 체내의 혈액이 한 곳에 정체되어 있는 증세인 어혈(瘀血) 등을 진단해 보는 것이다.

여기에다 칠정(七情)이라고 해서 성내고 우울하고 근심하는 것 등의 심리 상태가 몸 안쪽의 균형을 깨트려 질병유발 원인을 파악하기도 한다.

하수구가 막히면 뚫어주듯이 흐름이 정체된 막힌 곳을 뚫어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평소 할 말을 못하고 속앓이 하는 사람이 친한 지인과 수다라도 떨면 시원하듯이 대화도 순환을 도와주는 치료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렇게 한의사는 환자를 진단하며 기본적으로 허증(虛證)과 실증(實證)으로 구분한다. 허증이란 몸의 저항력이 매우 떨어져서 원기가 부족한 상태를 말하고, 실증이란 사기(邪氣), 즉 병의 기운이 강한 상태를 말한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허증이면 몸의 부족한 원기를 보해주는 치료를 하고, 실증이면 강한 병의 기운을 몰아내기 위한 치료를 하게 된다. 즉, 허증일 때 저항력을 키워주고 보강해 주는 것을 보(補)한다고 말한다. 병을 직접 공격하는 것을 ‘사(瀉)한다’고 하는데, 병을 밖으로 빼낸다는 뜻이다.

보약이란 바로 허증 상태의 환자에게 쓰는 약이다. 이를테면 한의학의 덧셈 개념이다. 한의학의 치료법에서 보하는 방법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병을 공격하여 사하는 방법도 매우 다양하고 거기에 쓰는 약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구한말(1910년)까지만 해도 한방으로 중풍 통풍 구안와사 등과 같은 질환을 치료했다. 심지어 수술 같은 요법까지 시행할 정도로 한의학은 치료 의학의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보약은 일부에 그칠 뿐이지 보약이 곧 한약이고, 한의학이란 인식은 그야말로 오해의 소치다.

무엇보다 한의학에서는 허한 곳을 보충만 하는 게 아니라 실(實)한 것을 빼주기도 한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몸 안쪽으로 정체된 곳을 빼주는 것이다. 실이 과하면 과욕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곧 한의학의 뺄셈 구조인 것이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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