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모 변호사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추석 등 명절이 지나면 조상의 묘를 놓고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한다.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분묘기지권’이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이가 그 분묘를 소유하기 위하여 분묘의 기지 부분의 타인소유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관습에 따라 인정된 물권으로 법령에 명시된 규정은 없다.

헌법재판소가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은 합헌이라고 결정했으나, 2019년 제주도에서는 일명 '벌초 전기톱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분묘기지권 분쟁이 늘고 있다.

분묘기지권은 ‘불합리한 재산권 침해’, ‘유교 정신을 지키는 윤리적 보호망’ 등 여러 의견이 대립하는 이슈다.

우선 분묘기지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토지 소유자의 허락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 ② 자신이 소유하던 땅에 분묘를 설치한 자가 분묘에 관한 별도 특약을 정하지 않은 채로 해당 부지를 다른 사람에게 처분한 경우 ③ 분묘를 설치한 뒤 20년 동안 평온하고 공연하게 점유한 경우 중의 하나에 해당하여야 한다.

‘20년 동안 평온하고 공연하게 점유’라는 요건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땅주인과 분묘주인이 갈등을 빚곤 한다. 평온이란 폭력 등 물리적인 힘을 사용해 땅을 강제로 점유하지 않은 것을 말하고, ‘공연’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점유한 상황을 의미한다.

봉분 등 외부에서 분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는 점을 토지 소유자와 분묘 소유자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지난 2001년 1월 13일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해당 법률 시행일 이후에 신설된 묘지에 대해서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분묘기지권과 관련하여 토지 사용료가 쟁점이 되기도 한다. 판례를 살펴보면 타인이 소유한 부동산에 분묘를 만들고 분묘기지권을 인정받은 경우 토지소유자가 사용료를 요구하면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때 토지 사용료는 당사자 간 협의나 법원 결정을 따르는 만큼 대응에 나서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분묘기지권에 대한 새로운 판례가 나오고 있다. 관습에 기대어 일을 처리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게 될 수 있다. 분묘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전문 법률 쟁점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법무법인 동인 최종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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