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정부가 내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국내에 도입하겠다고 밝혀 팬데믹 상황의 ‘게임 체인저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알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중증 환자로 악화하는 것을 막아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아야 시판이 가능한데, 문득 FDA의 신뢰도와 명성을 역설적으로 높여준 약과 연구원을 떠올리게 된다. 약 이름은 탈리도마이드. 독일 제약사 그뤼넨탈이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로 1957년부터 시판했다.

속을 달래는 효과가 있다며 임산부 입덧 방지약으로도 입소문을 타면서 독일 뿐 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불티나게 팔렸다. 그런데 호주와 독일 의사 2명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조사 끝에 임신초기 이 약을 먹은 임산부는 기형아를 출산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제약사는 처음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결국 손을 들었고, 조사결과 48개 나라에서 1만2000여명의 기형아가 태어난 것으로 밝혀져 지구촌이 발칵 뒤집혔다. 반면 미국에서는 희생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무슨 일일까, 알아봤더니 FDA연구원의 소신이 있었다.

연구원 이름은 프랜시스 올덤 켈시. 1914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 시카고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60년부터 FDA에서 신약 허가 신청서를 평가하는 업무를 맡게 됐는데, 그 해 9월 그의 책상 위에 놓인 첫 신청서가 바로 탈리도마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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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시 박사는 허가 신청서에 도장을 찍어주는 대신 제출 자료가 부족하다며 독성 등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 추가 자료 요구는 이어졌고 고위층을 통한 제약사의 압박에도 꿈쩍하지 않는 사이에 저명한 영국 의학저널에서 탈리도마이드의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켈시 박사의 소신 때문에 미국에서 태어난 ‘탈리도마이드 베이비’는 17명에 그쳤다고 한다.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은 “신약의 안전성에 대한 켈시 박사의 탁월한 판단력으로 미국내 기형아 탄생이라는 큰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며 공무원에게 주는 최고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을 보면 약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또 약물 검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서양에서 개발되는 약이 인류 건강에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부작용이 심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질병 치료를 분자적이고,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의 폐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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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한방에서 제조하는 약의 접근방식은 서양과 대조적이다. 인간의 병을 인식하는 관점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을 작은 우주로 보고 부족하거나 넘치면 병이 생긴다고 보았기 때문에 채워주거나 빼주는 게 치료방법의 핵심이다.

치료대상도 구분해서 처방을 판단하게 된다. 노인인지, 아이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존재 자체가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체질에 따라서도 치료방법을 달리 선택하기도 한다. 몸 외부에서 발생한 병인지, 내부에서 일어나 병이냐에 따라서도 약 선택이 달라진다.

같이 열이 나더라도 차가운 약을 써야 하는 사람이 있다. 감기약을 처방하더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보약을 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해열제를 주기도 한다. 증상이 같다고 대증적으로 처방하는 양약과는 비교되는 셈이다.

한약과 양약의 우열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약의 부작용이 접근방식의 차이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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