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원 변호사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에서 노후를 보내려고 마음먹은 A씨.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농지를 상속받았다. 그 땅을 둘러보니 근처의 풍광도 괜찮고 옆에 도로도 나 있어서 출입이 용이했다. 그런데 막상 전원주택을 짓기 전에 지적도를 살펴봤더니 도로가 없는 땅인 맹지로 나타났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A씨의 사례에서 먼저 알아야 할 개념이 바로 맹지(盲地)와 현황도로다. 맹지는 도로와 접하지 않은 토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맹지는 원칙적으로 건축법상 건축허가 대상이 되지 않는 토지다. 건축물 대지는 2m 이상이 보행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너비 4m 이상 도로에 접해야 하는데, 맹지는 사방이 타인 토지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도로와 직접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A씨의 농지는 일반적인 맹지와 달리 현황도로와 접하고 있다. 현황도로는 지적도에는 도로로 표기되지 않지만,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는 사실상의 도로를 뜻한다. 즉 A씨가 농지에서 본 길은 현황도로였다.

물론 맹지라 해서 전혀 건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로에 접하는 토지를 매수하거나, 임대차 또는 지상권 설정을 하거나, 소유자의 사용승낙을 받으면 되고, 국공유지는 대부나 점용허가를 통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건축법상 건축물은 대지의 2m 이상이 도로에 접해야 하고, 보행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하며, 너비가 4m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예외 규정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지형적 조건으로 인해 도로의 설치가 어렵다고 인정하여 그 위치를 지정 및 공고한 구간은 너비가 3m만 넘어도 괜찮다. 아울러 길이가 10m 미만인 막다른 도로는 너비가 2m 이상이면 된다.

그렇다면 다시 A씨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현황도로가 인접한 맹지에 건축 허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황도로를 일반 도로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우선 현황도로의 소유자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을 받아야 한다.

건축법 제45조에 따르면 허가권자(지자체장)는 이해관계인(토지 소유자)으로부터 동의를 얻어야만 도로의 지정 및 공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서 진입도로를 만들면 맹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황도로의 소유자로부터 사용 승낙을 얻거나, 해당 토지를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수많은 갈등 사례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현황도로가 여러 명의 공유로 돼 있다면 모두 동의를 받아야 하고, 건축주가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어도 다른 공유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실무상으로도 허가 관청에서는 현황도로 소유자의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아예 맹지가 없어 도로를 만들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변 토지 소유자들이 준공 동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다. 심할 때는 불법인허가 논란이 일 수 있으며, 관할 시도와 주민 간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또 도시 계획이 변경되면서 매입한 토지가 맹지가 되어 한순간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일도 흔하다.

그런데 도로 주인이 터무니없는 사용료를 요구해 갈등을 빚거나, 도로 주인이 해외에 있어 허락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자의 경우 재판을 통한 주위토지통행권 확인 판결을 받아 해결할 수 있다.

민법 제219조는 “어느 토지와 공로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그 토지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아니하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는 그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주위토지통행권이라고 한다.

A씨가 구입한 땅과 큰길 사이에 별다른 통행로가 없어서 오고 다니기 어렵다면, 기존 통행로가 B씨의 소유일지라도 그 길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주위토지통행권은 판례상 토지의 용도에 따른 폭의 도로만 인정해 준다. 농지라면 2~3m 폭의 농로만 허용해 줄 뿐 건축이 가능한 4m폭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현황도로가 이미 4m 이상의 폭일 경우라면 그대로 통행권 확인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건축법도 폭 4m 이상으로, 1976년 2월1일 이전에 이미 주민 통행로로 사용된 것은 도로로 본다.

인접도로가 없는 맹지 소유자들의 경우 소송을 다소 부담스러워 하다 보니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도로를 사용하거나 개설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이 경우에는 부동산전문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민·형사를 같이 진행하면 사적으로 합의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도로가 개설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다만, 주위토지통행권 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도로 주인에 대해 일정 부분 보상해야 한다는 점은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

민법 제291조 제2항 등에 따라 A씨는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 2006년 나온 대법원 판례에서도 대법원은 ‘소송을 통해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주위토지통행권자가 통로개설이나 유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렇듯 부동산 관련 소송은 개인 혼자 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때문에 반드시 건축인허가 관련 소송을 많이 다뤄본 부동산건설변호사의 법적 조언을 받아 대응하는 것이 정신적 부담을 덜고 시간 비용을 모두 절약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법무법인 청맥 남성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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