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제이슨 라이트맨 감독)은 사전 정보 없이 그냥 즐겨도 무난한 상업 서스펜스 영화이지만 ‘고스트버스터즈’ 1, 2편을 예습하고 보면 더욱 흥미진진할 수 있다. 1984년 뉴욕에서 동료 3명과 함께 유령 사냥꾼 고스트버스터즈로 활약했던 이곤(해롤드 래미스)은 2020년 시골 서머빌에 칩거 중이다.

아내와 딸을 외면한 채 무언가에 골몰하던 이곤은 서머빌 ‘흙 농장’에서 심장마비로 숨진다. 16살, 12살 남매 트레버(핀 울프하드), 피비(맥케나 그레이스)를 홀로 키우며 살던 이곤의 딸 스펭글러(캐리 쿤)는 임대료가 밀려 임대인으로부터 퇴거 통보를 받자 유산으로 물려받은 흙 농장으로 이주한다.

트레버는 패스트푸드 식당에 갔다가 ‘알바생’ 럭키에게 반해 ‘알바’를 시작한다. 스펭글러는 피비를 동네 초등학교에 전학시키러 갔다가 교사 개리(폴 러드)와 친해진다. 스펭글러 가족은 집과 창고에서 이곤의 옛 흔적을 하나, 둘씩 발견하면서 그의 진실을 알게 되고, 마을에는 원인 모를 지진이 발생한다.

피비는 학교에서 괴짜 팟캐스트와 친해지는 가운데 집과 창고에서 이곤이 고스트버스터즈로 활약할 때 사용했던 각종 기구들을 발견하는 한편 트레버는 기능을 상실한 캐딜락 Ecto-1을 수리하는 데 성공한다. 세 명은 캐딜락을 타고 먹깨비를 잡으려다 마을에 큰 피해를 입히고 경찰에 붙잡힌다.

사실 이곤은 막강한 힘을 가진 유령 고저가 자신의 양대 심복인 문지기와 열쇠지기를 부활시킨 뒤 모든 악의 유령을 부활시켜 인간 세계를 점령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흙 농장’을 그들을 잡는 덫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본심을 모르는 동료들과 가족들은 그를 외면하고 원망했던 것.

피비는 가장 먼저 할아버지의 원대한 뜻을 깨닫고 신세대 고스트버스터즈가 되려 하고 팟캐스트, 트레버, 럭키, 개리가 도와주려 나서지만 스펭글러와 럭키의 아버지는 그걸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런 와중에 문지기와 열쇠지기 유령이 스펭글러와 개리를 통해 형상을 갖춘 뒤 고저의 부활을 완성시키는데.

‘고스트버스터즈 2’(1989) 이후 31년 만(지난해 북미 개봉)의 3편임에도 아날로그 코드가 여전하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1, 2편을 안 보았더라도 어디서인가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주제곡을 비롯해 다른 모든 BGM들까지 아날로그 시절의 음악들이다. VHS, 체스, 크런치 등의 등장도 마찬가지.

전편들에서 보았던 먹깨비 유령과 미니 사이즈로 변한 마시멜로 유령은 인상 깊은 존재감을 뽐낸다. 1, 2편에 향수를 지니고 있을 올드팬들을 위한 서비스가 후반의 반전과 쿠키 영상에 담겨 있으니 기대감을 품어도 좋다. 다만 1, 2편을 안 보았다면 쿠키 영상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기 힘들다는 게 옥에 티.

제이슨 감독은 1, 2편을 연출한 이반 감독의 아들이다. 이반은 이번에 제작자로 나섰다. 그래서인지 제이슨은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내기보다는 아버지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창의력과 상상력에 대한 찬사 위주로 흐른다. 그래서 과학과 신화의 서로에 대한 존재론적 존중과 인정의 메시지가 넘친다.

유물론과 관념론, 경험론과 합리론은 칸트 이전까지는 서로 화해할 수 없는, 평행선을 이루고 달리던 라이벌이었다. 신화는 철학을 낳았고, 철학은 과학을 창조했지만 과학은 아버지나 할아버지와는 타협할 수 없는 독자적인 합리주의 증명의 세계를 구축한 채 고고하게 독립해 내달려 왔다.

플라톤은 영혼 불멸을, 종교는 신의 존재를 무조건적으로 믿으라고 강요했지만 과학은 합리적인 증명을 요구하는 분단의 벽을 쌓아올림으로써 양립을 거부했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첨단의 기술로 관념론과 합리론마저 입증해 나가고 있다. 이제 심령술사들은 묵주나 부적 대신 각종 기계들을 사용한다.

신비주의를 무시했던 과학이 이제는 오히려 자신의 합리성으로 신화와 종교 등을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대표적인 문화가 바로 ‘고스트버스터즈’이다. 개리는 과학을 최고의 가치관으로 여기는 과학자이고, 피비는 아직 어리지만 역시 과학을 신봉하기에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이곤은 진심을 알아봐 주지 않는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했지만 영화 중 유일하게 편견과 선입견을 지니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요한계시록 6장 12절의 우주의 혼란을 예견하고 10년 후 멸망론을 펼친다.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홀로 외로운 고군분투를 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고저는 “너 신이냐?”라고 묻고, 고스트버스터즈는 “그렇다.”라고 답한다. “인간은 모두 특별하기 때문에.”가 이유이다. 여기에 이 영화의 강력한 주제가 담겨 있다. ‘신도, 유령도, 악마도 모두 인정한다. 그런데 그걸 뭐 어쩌라고? 어쨌든 최고의 존재자는 인류인데.’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왜? 그런 것들을 창조한 장본인이 바로 인류이니까. ‘고스트버스터즈’의 본래적 정체성은 SF 판타지이다. 1, 2편이 그걸 기저로 해서 코미디에 치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색채가 짙고, 매우 진지하다. 폴 페이그 감독의 2016년 리부트 작품 ‘고스트버스터즈’와는 다르다. 영화 마지막에는 2014년 2월 24일 세상을 떠난 래미스를 추모하는 자막이 올라간다. 12월 1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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