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윤 변호사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로 가업승계가 필요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법제도는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상속, 증여세 비율이 높아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 기업을 매각하거나 폐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재 대표적인 세재 지원 제도로 상속세 과세 시 가업상속공제, 가업승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가 있지만, 아직 사회 전반적으로 가업승계제도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다.

이 중 가업상속공제제도(상증세법 제18조, 동법 시행령 제15조)는 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계속해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상속재산을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에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과세가액에서 공제할 수 있는 제도이고,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조특법 제30조의6)는 해당 가업의 주식을 증여받고 가업을 승계하는 경우에 일반 증여세율보다 저율로 증여세를 과세한 후 증여자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되면 이를 상속재산가액에 가산하여 상속세를 정산하는 일종의 과세이연제도이다.

이러한 가업상속 세재지원제도에 대하여 유례없는 상속·증여세율로 건실한 중견기업이 소멸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로서 반드시 필요하고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정반대로 이러한 제도가 부의 대물림에 대한 지원제도로서 정당성이 없고, 다른 상속인과의 과세형평을 침해한다는 비판적인 견해가 공존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모두 나름대로 합리적 근거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세재당국으로서도 가업승계를 장려하기 위한 필요성으로 이와 같은 세재지원제도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적용받기 위한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자격이나 사후관리요건을 엄격히 하고, 공제한도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양측의 주장을 조화롭게 조율하기 위해서 부득이한 것임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한편, 이러한 세금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기업의 지분(주식)을 상속하는 경우, 피상속인이 특정 상속인에게 가업을 전부 물려주고 싶은 경우, 민법상 유류분 제도로 인해 100% 승계가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가업승계가 어려운 원인 중 하나였고, 최근 유언대용신탁으로 유류분을 피해 갈 수 있다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2020년 선고된 성남지원 판결을 근거로 한 것인데, 주의해야 할 점은 동 판결이 유언대용신탁으로 유류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였다고 단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가업을 승계하려는 자가 경영에 필요한 자산이나 주식을 후계자에게 실질적으로 이전해 줌으로써, 생전에 후계자가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주는 것이 가능하면서도 신탁계약 시 증여세가 전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어도 조특법이 규정하고 있는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보다는 유용한 제도로 평가되고, 경우에 따라 유언대용신탁제도와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동시에 적용 받을 수 있도록 사전설계가 가능하다는 점, 금융기관 등 제3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유류분 리스크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 유언대용신탁은 기존의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보완하는 제도로서 현명한 가업승계를 고민하고 있는 중소기업에게는 적극적으로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용한 제도임은 분명하다. (굿플랜상속문제연구소 김도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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