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스타게이트’(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1994)는 ‘엑스맨: 아포칼립스’(브라이언 싱어 감독, 2016)가 혹시 아이디어를 차용하지 않았을까 의심이 들 만큼 영리한 SF 영화이다. 미 공군은 66년 전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 근처에서 발견된 고대 유물을 연구하던 중 언어학자인 잭슨(제임스 스페이더)을 부른다.

그건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광물질로 만들어진 거대 원형 기계 장치로 공군은 스타게이트라고 명명했다. 우주 반대편의 캘리암 은하계로 가는 통로였다. 공군은 총기 오발 사고로 아들을 잃고 퇴역한 오닐(커트 러셀) 대령을 대장으로 한 탐사대를 꾸리고 잭슨을 합류시켜 스타게이트 안으로 보낸다.

탐사대가 도착한 곳은 이집트와 비슷한 환경의 사막 지대. 오닐은 일부 부하를 도착지에 남겨 둔 채 잭슨과 함께 현지인들을 발견한다. 베르베르족으로 추종되는 그들은 아주 오래전 이곳에 끌려와 광물을 캐는 사역에 동원되어 노예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섬기는 신은 아멘 라(제이 데이비슨).

초능력과 첨단 과학적 능력을 지닌 외계인인 라는 육체적 생명이 다하자 새 육체를 얻기 위해 오래전 이집트에 와서 한 소년의 몸에 기생하며 신으로 추앙받았다. 그러다가 주민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돌아와 살고 있는 것. 주민의 리더 카수프는 잭슨 일행을 도운 데 대해 라에게 처벌을 받는다.

잭슨은 미모의 샤우리(밀리 아비탈)를 통해 현지인들의 문자를 해독해 그런 사연을 알게 된다. 오닐은 카수프의 아들 스캐아라와 친해진다. 라는 오닐이 가져온 핵폭탄을 발견하자 그 파괴력을 100배 증가시키는 현지의 광물과 함께 지구로 되돌려 인류를 멸절시키려 하고, 탐사대의 처형을 명령하는데.

일부 고고학자는 이집트 피라미드가 당시 기술로 건설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추측, 지구 반대편의 중남미에 유사한 피라미드가 건설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의문, 여러 고대 유물의 그림 중 우주선이나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것이 있는 점 등을 들어 외계인이 문명을 전파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내세운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그런 맥락에서 펼쳐진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2008) 역시 마찬가지. 더불어 대놓고 천지창조설 등의 유일신 종교를 비튼다. 라가 “내가 너희 문명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파괴하겠다.”라고 자신의 의도를 합리화하는 식이다.

더불어 탐사대에게 “너희들을 죽임으로써 내가 유일신임을 입증하겠다.”라고 한다. 그는 현지인들에게 글을 쓰는 것을 금기시시켜 놓았다. 인간이 문명화하는 것을 겁내는 것이다. 이 영화가 흥행에서 참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빌런인 라가 러닝 타임이 절반이 지나 나타날 만큼 지루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현재와는 사뭇 다른 어설픈 CG와 특수 효과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평가 받는 이유는 전체주의 혹은 독재에 대한 저항 의식 덕분이다. 현지인들은 노예 의식이 몸에 뱄다. 라가 초능력과 첨단 과학 무기를 이용해 자신과 부하들을 신격화한 걸 의심 없이 수용해 복종한다.

사이비 종교와 권력(기득권)의 권위주의, 더 나아가 기득권 종교계의 권력화된 계파까지 뭉뚱그려 해체하려 든다. 탐사대가 라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선동하자 카수프는 그에 반대한다. 하지만 스캐아라가 이끄는 소년 무리는 혁명에 동참한다. 샤우리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매우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

처음 잭슨을 만난 카수프는 라의 눈이 조각된 그의 펜던트를 보고 고개를 조아린 뒤 샤우리를 그의 방에 들여보낸다. 잭슨은 그런 ‘접대’를 거부하지만 이내 샤우리와 친해지고, 그의 인성을 알아본 샤우리는 주민들에게 그들이 결혼했다고 선언한다. 그러고는 탐사대와 함께 무기를 들고 싸운다.

이는 동서고금을 이어온 여자의 남자에 대한 종속적 지위에 대한 과감한 독립, 즉 페미니즘의 선언이다. 이집트의 신은 동물과 인간을 접목한 외형으로 표현된다. 여기에도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와 자칼의 머리를 한 아누비스가 등장한다. 하지만 오닐은 그 가면 장치를 해체해 그들이 신이 아님을 증명한다.

그건 무리의 리더가 종교 지도자를 겸했던 아주 먼 옛날에 자신의 지도자로서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자신이 신탁을 받았다거나, 아예 신의 자식이라고 선전했던 것을 비웃는 시퀀스이다. 그러면서 라의 “인간의 육체를 택한 이유는 쉽게 치유되기 때문에.”라는 대사를 통해 인류(생명체)의 우월성을 설파한다.

오닐은 하나뿐인 어린 아들이 자신의 권총을 가지고 놀다 오발로 숨진 상처를 안고 퇴역했다. 부부 관계도 거의 파탄이 났다. 잭슨은 수입이 끊겨 오갈 데가 없고, 그의 연구 결과에 대해 학계는 코웃음을 친다. 사회는 조직의 목표에 대한 충성도와 필요성을 따질 뿐 개인의 능력은 무시한다는 은유이다.

본디 오닐의 목적은 라의 행성과의 동귀어진이었다. 잭슨은 인류 역사의 비밀의 열쇠를 찾는 것이었다. 그런 동상이몽으로 탐사대와 잭슨은 사사건건 다투며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비뚤어진 권력욕에 물든 외계인에게 노예화된 고대인들을 보고는 그들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정의감으로 하나가 되었다.

“자식보다 오래 살아서는 안 돼.”라던 오닐은 혁명에 앞장섰고, 잭슨은 이론으로써 자유의 가치를 일깨워 줬다. 오닐은 ‘삶은 그래도(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진다.’라는 의미이다. 탐사대는 떠나고 잭슨은 남는 건 자연주의이다. 권위 있는 종교인문학자 레자 아슬란은 ‘인간화된 신’을 통해 ‘신은 당신.’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자연이라는 뜻이다. 에머리히가 블록버스터 감독인 건 맞지만 항상 12% 부족하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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