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몬스터 헌트’는 ‘슈렉 3’의 라맨 허 감독이 연출한, 바이바이허라는 아주 매력적인 중국 여배우를 발견할 수 있는, 재미와 메시지를 보장하는 판타지 영화이다. 인간과 요괴가 공존했던 먼 옛날. 요괴들이 사라짐으로써 왕의 관심이 소홀해진 것을 되돌리기 위해 상인 두목이 요괴 사냥꾼들을 모은다.

그는 사냥꾼들이 잡아온 요괴들로 요리를 내어놓는 대형 파티를 주최하는데 새로 태어날 요괴 왕자 우바가 최상의 요리라며 그를 잡아들이려 한다. 요리도 요리지만 그를 제거함으로써 요괴 왕국을 궤멸하려 하는 것. 엽전 2닢(최고 등급은 10닢)의 요괴 사냥꾼 후(바이바이허)가 마을 식당에 나타난다.

식당 주인은 홀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티엔인(징보란). 후는 마침 식당에 앉아 있던 주가오(쩡즈웨이)-팡잉(우쥔루) 요괴 부부와 격투를 벌인 것을 인연으로 티엔인과 친구가 된다. 마을 사람들은 사실 티엔인을 제외하면 모두 요괴인데 인간으로 변장한 것이다. 두목이 그 사실을 알고 마을을 초토화시킨다.

그 와중에 왕비가 자신의 배에서 꺼낸 태아 상태의 왕자를 티엔인의 뱃속으로 옮기고 죽는다. 그는 얼마 후 왕자 우바를 출산한다. 그러나 우바는 두목의 부하들에게 잡혀 드디어 잔칫상에 오르게 되고, 후와 티엔인은 우바를 구하기 위해 파티장에 잠입한다. 일단 바이바이허를 비롯해 캐스팅이 화려하다.

쩡과 우는 물론 탕웨이가 카메오로 등장할 정도. 허 감독은 할리우드에서의 애니메이션 경험을 충분히 살려 뮤지컬 요소까지 삽입해 최대한의 재미를 보장하려 애쓴다. 요괴 캐릭터들은 할리우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우바는 국내 한 대부 업체의 캐릭터를 연상케 한다.

주제는 아주 명확하다. 대선 후보 4자 토론을 통해 새삼스레 화제가 된 RE 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의 연장선상인 환경과 자연 보호를 통한 공생이다. 요괴는 야생의 동물과 식물이다. 다른 인종이나 민족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외계 종족일 수도 있다.

감독은 이 ‘이종’을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이 세계의 공동 주인이라고 웅변한다. 물론 요괴에도 나쁜 개체가 있을 수 있지만 다수는 선하다. 그저 자신의 생존과 종족 보존을 위해 살아갈 뿐이다. 지구의 주인이라 착각한 인간이 자신과 생김새가 다르다고 해서 이단시하거나 제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이 작품은 중국의 가장 오래된 지리서이자 신화집인 ‘산해경’을 모티프로 한다. 이 구술 저서는 플롯이 담긴 기승전결로 이루어진 그리스 신화와는 달리 ‘독도는 우리 땅’의 가사 같은 나열식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는 뭐가 있고, 저기에는 뭐가 있다.’라는 식이다. ‘뭐’는 기상천외한 신기한 생명체들.

그만큼 드넓은 중국의 영토와 그런 곳에 사는 다양한 민족과 생명체에 대한 신비주의적 자연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화사상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공존과 공생을 웅변한다. 모든 상황이 정리된 다음 티엔인이 강제로 우바와 요괴들을 떠나보내는 식이다.

티엔인은 다른 사람들의 배척으로 인해 요괴들이 메인 스트림에서 살 수 없음을 알고 그들만의 안전한 서식처를 찾아 떠나라고 종용하는 것이다. 더불어 여자인 후가 아니라 남자인 티엔인이 우바를 대리 임신, 출산하는 플롯 역시 눈여겨볼 만한 대목. 고전에서 출발했지만 상당히 진취적인 사고방식이다.

지구의 첫 생명체인 단세포는 자기 분열을 통해 번식을 시작하는 과정을 거쳐 다세포가 되었고, 그게 더욱 진화해 계문강목과속종의 체계를 갖춘 다양한 생물들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수컷과 암컷은 우열을 가리는 구분이 아니라 생존과 종족 번식을 위해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는 동급 관계이다.

중국 영화답게 악목도천과 무위자연이라는 중국식 철학이 강하게 흐른다. 악목도천은 도에 어긋나지 말라는 뜻이고, 무위자연은 자연을 거스르지 말고 순응하라는 가르침이다. 한 4닢 사냥꾼은 후가 쫓던 요괴를 가로챈다. 그 역시 우바를 잡으러 파티장에 나타나지만 요괴들의 도움을 받은 뒤 달라진다.

요괴가 어떤 존재이든 사악하지만 않다면 그 어느 누구도 그를 제거할 자격은 없다. 각각의 생명체(개체)는 자연(신)이 이 세상에 내보낸 것이기에. 4닢 사냥꾼은 오히려 요괴를 해치려는 두목 일당과 겨룬다. 후와 티엔인 역시 본분을 내던지고 우바와 요괴들을 구해 내기 위해 스스로 위험에 맞선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가족애를 웃음과 감동의 코드로써 외친다. 오래전에 헤어진 티엔인의 할머니가 파티장 주방에 뜬금없이 등장한다. 그녀는 후를 손자며느리로 인정하며 그들 부부를 위해 ‘몸 개그’를 펼쳐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티엔인은 왜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는지 알게 되며 부성애를 깨닫는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 때문에 우바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는 그러나 결국 우바에게 칼을 휘두르며 떠나라고 윽박지른다. 하지만 그건 진심이 아니다. 아버지가 그랬듯 자신도 ‘자식’인 우바를 떠나보내야 그가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외형이 아닌, 내면이 중요하다는 관념론까지!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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