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인맥디자이너 이영진의 비즈니스 협업 스토리] 여행, 이 두 글자만 봐도 설렜던 단어.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가장 안타까운 단어가 됐다. 국내 최대 여행사도 수개월 동안 문을 닫고 직원들도 절반 이상 줄이면서까지 버티기에 나설 정도였으니 업계 전반의 상황은 말하지 않아도 심각한 지경이다. 한마디로 ‘초토화’. 이로 인해 수많은 중소 영세 여행사들이 실제로 문을 닫았다. ‘여행’이란 단어가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더이상 ‘설렘’이 아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서울과 인천에서 28년 동안 여행사를 운영해 온 강 대표도 2020년 이후 2년째 사실상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강 대표가 운영하는 여행사는 1994년에 설립됐다. 종합여행사이지만, 주로 국내는 제주도와 해외는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을 주된 여행지로 하는 학교나 동호회, 기업, 협회 등 주로 연수나 수학여행, 워크숍, 박람회, 인센티브여행, 친목모임 등 단체 여행이 전문이다.

자산규모 여행업계 1위인 국내 최대여행사가 1996년부터 하나투어라는 상호를 쓰기 시작했으니, 그 보다도 오래된 전통 있는 여행기업인 셈이다.

이렇게 여행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강 대표도 거의 30년 가까이 여행업을 했으니, 그동안 있었던 2002년 사스(SARS, 중증급성 호흡 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MERS, 중동 호흡기 증후군)도 거뜬히 넘긴 터라 코로나19도 쉽게 지나갈 줄 알았다. 하지만 코로나는 예외였다. 사실 2020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하나의 성장통쯤으로 생각했지만, 이후 철저히 무너져 내렸다.

사회 초년생시절부터 함께했던 자신의 업으로 생각했던 여행업이 폭망하자 강 대표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인생의 황금기를 바쳐온 삶의 터전이 날아간 버렸다. 매출이 없는 상태가 6개월이상 지속되자, 강 대표의 속도 검게 타들어 갔다. 어려운 시절 동고동락하며 10여년을 함께했던 식구 같은 직원들과 이별을 고했고 사무실도 서울에서 인천으로 옮기면서 규모도 3분의 1로 줄여야 했다.

동종 여행업계의 대표들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택시운전과 대리기사, 택배 업무 등으로 낯선 일을 밤낮으로 뛰기 시작했다. 강 대표도 당장 자본이 들어가지 않고 몸으로 떼 울 수 있는 배달이나 대리 운전이 떠올랐다. 하지만 다른 대표들과 달리 강 대표는 이 일이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다. 며칠째 고민을 거듭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했다.

머리도 식히고 생각도 정리할 겸 무작정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행이나 일로 오는 제주와 참담하고 복잡한 심경으로 오는 제주의 모습이 참 낯설기만 했다. 그럼에도 제주는 언제든 오면 마음이 편해지는 안식처이자 피난처였다. 강 대표에게 제주는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사실 1994년 여행사를 제주 전문여행사로 시작했기에 더더욱 그렇다.

도망치듯 간 제주. 제주는 불안과 좌절감이 가득한 강 대표에게 뜻밖의 선물을 안겼다. 그 선물은 멀리 있던 게 아니었다. 제주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여행업계 현지 지인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소주 안주로 먹었던 제주 흑돼지가 바로 그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술이 덜 깬 강 대표에게 문득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내가 제주도 여행업력과 인맥을 통해서 제주도에서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는 맛있는 음식을 직접 오지 않고 집에서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제주 여행가는 느낌이 들게 말이야”

이렇게 해서 강 대표는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 10월에 ‘프레시한(freshHan)’이라는 제주특산물 유통업을 시작하게 됐다. 오랫동안 제주도 전문여행력을 바탕으로 제주 흑돼지, 감귤,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오메기떡 등 제주가 자랑하는 먹거리를 공급했다.

강 대표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제주 현지 여러 농가에 방문하여 여러 만감류 등을 직접 따보기도 하고 맛보기도 하면서 선별하는 업무도 해봤다. 수산업 관련 종사자들과 모임의 동료 중 이러한 유통 분야를 이미 잘 알고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도 하고 있는 동료 지인들 덕분으로 많은 인터뷰도 해보고 했다.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현실에 자주 직면하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강 대표가 이렇게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제2의 고향인 제주도에서 제주 토박이 지인들이 가장 맛있고 신선한 상품들을 선별하는 데 발품을 아끼지 않았고 강 대표가 수년째 함께 하고 있는 비즈니스 공동체 모임의 협업하는 동료 멤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동료들은 단순히 물건 하나를 팔아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함께 협업하며 서로의 영업을 위한 B2C 아이디어 제공과 피드백을 통해 개선하며 공동 목표시장을 함께 공략하는가 하면 명절 선물세트 시장까지도 B2B 거래로 넓혀가는 중이다. 아마도 혼자서 전전긍긍했다면 현재까지도 이루지 못했을 일인데, 이종 분야의 대표들과의 매주 1:1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여러 차례의 미팅들을 통해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강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이 온다고들 한다. 여행의 형식도 바뀔 것이고 인공지능(AI)으로 인해 그외 모든 분야가 급변할 것이다. 그래도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사람이 만들고 사람 간의 소통 즉, 인간관계는 항상 어떠한 형태라도 영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며 함께 해준 공동체 동료들과 나를 믿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여행은 사람들에게 역사, 문화, 경치 등 볼거리와 먹거리 등 추억을 선물하는 것이다. 그 여행은 계속돼야 한다. 필자는 강 대표가 다시 여행업에 돌아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과 고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하는 여행 지킴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 BNI KOREA YDP 수석 디렉터 이영진

[이영진 대표]
-주식회사 인정미디어 대표
-비즈파워 커뮤니케이션 대표
-BNI코리아 수석 디렉터
-(사) 한국코치협회 정회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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