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윤 변호사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질환이 치매이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치매는 알츠하이머라 불리는 노인성 치매, 중풍 등으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부모님께서 치매 진단을 받으면 여러 가지 준비할 사항들이 생긴다.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누가 모실 것인지, 어디에서 모실 것인지, 이후 증상이 악화될 경우 어떤 방법으로 대응을 할 것인지, 요양비용 및 치료비용 등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 그리고 부모님의 재산은 누가 관리를 하고 부모님 사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등 다양한 부분에서 준비가 필요하다.

그중 치매에 걸린 부모님의 재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이후 분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를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1. 부모님께서 미리 의사를 표현한 경우 : 부모님께서 치매에 걸리기 이전에 본인의 재산의 관리 및 처분에 관한 의사를 표현하신 경우에는 이에 따를 수 있다. 다만 부모님께서 치매에 걸리기 이전에 유언을 한 경우에는 부모님 사후에 재산처리는 가능하지만, 부모님 생전에 관리에 관한 부분(병원비, 요양비, 생활비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치매에 걸리기 이전에 임의후견인을 지정해 재산의 관리를 맡기거나 유언대용신탁으로 재산의 관리 및 사후 처분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것이 좋다.

2. 부모님께서 미리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경우 : 부모님께서 치매에 걸렸다 하더라도 유언이나 유언대용신탁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즉, 유언이나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의사능력(본인이 하는 행위의 의미를 알 수 있는 판단능력)을 요하는데 치매에 걸렸다 하더라도 일률적으로 의사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가령, 위탁자가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유언대용신탁계약을 체결한 이후 자녀들이 위탁자의 유언대용신탁계약은 치매 등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체결되어 무효라고 주장한 사례에서 법원은 “원고(위탁자)가 2012. 2.경부터 치매 증상 등으로 병원에서 진료와 검사를 받아왔고, 주치의의 소견과 진단, 각종 검사결과 등에 나타난 전문가인 의사의 의학적 소견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나, 위 신탁계약의 체결과 관련한 의사능력의 유무는 원고의 건강, 정신상태를 비롯해 계약 체결 당시의 모든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해 경험칙과 논리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평가해야 하므로, 반드시 의학적 소견에 귀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라고 전제한 후 제반 사정을 고려한 결과, 위탁자가 위 유언대용신탁계약 체결 당시에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위탁자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유언대용신탁의 효력을 따져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같이 치매 진단 이후에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본인의 의사에 따른 유언 또는 유언대용신탁이 가능하지만 자녀들간 또는 부모와 자녀간 법적 갈등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유언대용신탁 등으로 본인의 재산에 관한 관리 및 상속설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굿플랜상속문제연구소 김도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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