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이종석 별장] 한양도성 북쪽에 있다는 뜻의 성북동. 성북동 성곽 길을 따라 걷다 만나게 되는 덕수교회, 그 뒤편에 웅장한 가옥 한 채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이종석 별장이다. 이종석 별장의 화려함은 당대에도 큰 주목을 받았는데... 1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성북동 이종석 별장에 숨겨진 역사를 만나본다.

“이 부자의 별장은
꼭 왕공(王公)이 사는 집 같이
호거장려(豪擧壯麗)하다“

-삼천리 제7권 제5호 (1935.6.1.)

1900년경 건립된 이종석 별장. 별장의 주인 이종석은 조선 말기의 거상이었다.

▲ 조선 말, 마포강에서 젓갈장사로 부자가 된 이종석

이종석은 일제강점기 영국인 교사였던 드레이크를 자신의 별장에 초대한 적이 있는데 드레이크는 당시 별장의 풍경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정원에는 꽃이 한창인 관목을 우아하게 심어 놓았고
석등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중앙에는 금붕어들이 노니는 연못과 함께
포석을 깐 길이 곧게 놓여 있었다.
정원의 바깥쪽은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안쪽은 인공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 <일제시대의 조선 생활상/H.B 드레이크 著> 중

이종석 별장은 일반 살림집과는 다른 건축적인 특징들이 있다. 우선 일반 가옥에 비해 건물 구성이 단순한 편이다.

▲ 일반가옥(안채, 행랑채, 사랑채 등으로 구성, 각 시설 간 위계질서가 분명하다)_좌 / 이종석 별장(안채와 행랑채로 구성) 부속 건물이 없다_우

조선시대 건물들이 사랑채-안채-행랑채 구분이 확실한데 비해, 이종석 별장은 중간에 넓은 장소들이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쉴 수 있는 공간이 강조되는 것들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 성북동 이종석 별장 배치도
▲ ㄱ자형 행랑채_좌상단 / ㄹ자형 안채_좌하단 / 바깥대문에서 안대문, 안채 대청 앞까지 놓여진 디딤돌_우

이종석 별장의 또 다른 특징은 누마루이다. 누마루는 조선시대 양반집에서 주로 설치했던 것인데 상인의 별장에도 누마루가 사용됐다는 점에서, 조선 말기 신분에 따른 주거형식의 차이가 사라진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 누마루: 다락처럼 높게 만든 마루. 한옥에서 가장 권위있는 공간으로, 글을 읽거나 손님을 상대하는 장소로 이용

이종석 별장은 한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학생들이 하숙을 하고 건물에 빨래가 널리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1960년 대림산업 이재준 회장 소유를 거쳐, 1985년 덕수교회에서 다시 매입해 현재는 교회 수련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100여 년 전, 우리 조상들의 여유로운 삶과 풍류의 멋을 간직한 성북동 이종석 별장.

옛 거상의 휴식처에서 우리의 고단한 일상을 잠시 내려두는 건 어떨까?

- <이종석 별장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 네이버TV : https://tv.naver.com/v/1001881
☞ 유튜브   : https://youtu.be/eGwYQI1K2z0

※ 옛 거상의 휴식처, "이종석 별장" 편은 2016년 7월 25일에 방영되었습니다.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