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정훈 변호사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정상적인 부동산 매매 거래 행위임에도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법원이 채무자 즉 부동산 매도인이 자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해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행위, 즉 매매대금을 받는 행위가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이때 수익자 즉 매수인이 자신의 행위가 사해행위인 줄 모르고 했다는 것, 즉 선의를 자신이 스스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정상적인 매매행위를 한 매수인도 소송에서 패소할 수 있고, 재판 결과에 따라 아파트 소유권을 채무자에게 이전하거나 채권자가 소송에서 청구하는 거액의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매수인이 자신의 선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매도인과 매수인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점, 예를 들면 매수인이 부동산을 매수할 이유와 동기가 충분히 있었다는 점, 그 거래가 정상적인 거래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즉 매매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한 금융거래 내역이나 부동산에 설정된 대출금 대위 변제 내역들이 존재해야 하고, 부동산 매수 이후에 그 부동산을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충실히 입증해야 승소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사해행위취소소송으로 문제가 되는 사례들을 보면 위와 같은 선의를 입증하는 조건들이 완벽히 갖춰진 경우가 별로 없고, 실제로는 정상적인 매매였다고 하더라도 한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는 소송이 중복(중첩)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채무자의 재산처분 행위를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을 구하고자 다수의 채권자들이 동시에 또는 시기를 달리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 경우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각 채권자들은 각각 고유의 권리를 적법하게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복제소에 해당하지 않는다.

부연하면 어느 한 채권자가 동일한 사해행위에 관해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를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후 제기되는 다른 채권자의 동일한 청구가 권리 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판결에 기해 재산이나 가액의 회복이 마쳐지면 비로소 다른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는 그와 중첩되는 범위 내에서 권리 보호의 이익이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채무자의 채권자가 여러 명일 때 채무자와 수익자의 동일한 사해행위에 대해 여러 채권자가 순차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사해행위 가액배상 사건에서 수익자의 사해행위 금액이 3억 원 정도임에도 2명의 채권자가 각각 3억 원씩 가액배상으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 6억 원의 소송을 동시에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어느 한 소송의 판결이 확정되어 가액배상까지 마치게 되면 나머지 소송은 그 가액배상이 마쳐진 범위에서 권리 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각하될 것이다.

중첩된 사해행위취소소송 중 어느 한 소송의 판결이 확정되었으나 아직 가액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나머지 다른 소송도 같은 내용으로 판결이 선고될 수도 있으나, 이후 선행 사건으로 인한 가액배상이 이뤄지게 되면 나머지 후행 소송의 판결에 기한 집행은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수익자는 여러 채권자들이 제기한 사해행위취소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더라도 자신의 사해행위 범위를 넘는 부분까지 책임질 일은 없는 것이다.(혜안 법무법인 곽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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