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 변호사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은 ‘한국식 나이’로 불리는 세는 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 출생일을 기준으로 0세부터 시작해 1년이 지날 때마다 한 살씩 추가하는 ‘만 나이’를 혼재해 쓰였는데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게 되면 사회·경제적 비용을 없애고 국민 생활의 혼란과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인수위에서 추진 중인 만 나이 기준 계산법이 시행된다면 본인의 취업에 도움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취준생들에게 질문한 결과 5명 중 4명(80.4%)은 취업 적정 나이에 대한 부담을 더는 동시에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답했다. 더불어 만 나이 기준 적용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고, 표준화 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큰 편이다.

다만 법적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되더라도 세는 나이로 형·동생을 정하는 일상의 시간관념까지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해당 방안 정착까지 인식 개선 문제 등 혼선이 있을 수 있다는 일부 의견도 존재한다.

이처럼 나이는 생각보다 예민한 개인 정보이다. 그런데 나이 정보가 잘못되어 있다면 어떨까. 실제 과거에는 생년월일이 사실과 다르게 잘못 등재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일례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영‧유아 사망률이 높은 이유 등으로 인해 요즘처럼 태어나자마자 호적 등재를 하지 않았던 것.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 되어 호적이 필요하게 되었을 때 등재하는 게 일반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제주 4‧3사건 때 아버지를 잃은 어린 유족들은 불가피하게 큰아버지 또는 작은아버지 밑으로 호적이 등재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아버지 형제들이 모두 희생된 경우엔 5촌 삼촌이나 7촌 삼촌 밑으로 등재되는 일도 있었다. 더군다나 희생된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외아들이어서 가까운 친족이 없는 유족들은 외가 쪽에 등재돼 성(姓)이 바뀌었고, 심지어 증조할아버지 밑으로 등재되어 아버지보다 오히려 한 항렬 위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호적도 존재하게 됐다. 최근 제주에서는 뒤틀리고 잘못된 호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큰 이유이다.

이러한 생년월일, 호적 등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 앞서 언급한 제주 4‧3사건과 관련해서도 국회에서 개정된 4‧3특별법이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호적이 잘못 등재된 유족들은 아버지가 희생되었음에도 유족으로 인정받지 못해 보상금도 엉뚱한 사람이 받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할 여지가 다분한 상황이다.

물론 제주도의 사안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생년월일 정정에 대한 법률 조력 의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참고로 주민등록번호가 바뀌어 신용이나 전과를 세탁하는데 이용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할 만한 입증이 이뤄지지 않는 한 나이(생년월일) 정정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생년월일 정정사유에 대한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는 △출생지 및 출생일 등이 실제정보와 가족관계등록부상 정보가 상이할 때, △위조된 서류로 출생신고가 되었을 때, △가족관계등록부상 정보가 올바르지 않을 때,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신청을 했을 때, △신고한 서류를 담당 공무원이 잘못 기재하거나 누락했을 때 등을 분명히 입증했을 때라 요약할 수 있다.

만약 충분한 타당성과 입장 자료를 갖췄을 때는 가족관계등록부 정정허가 신청, 연령정정허가라고도 불리는 법률 행위를 통해 출생, 혼인, 사망 등과 관련해 가족관계등록부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을 경우 진정한 신분관계와 일치되도록 바로 잡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 연령정정은 부모의 연령, 형제간의 터울, 부모의 혼인일자, 취학 연령, 출생신고일자 등 구체적인 요건 충족이 필수이다.

참고로 연령정정의 주요 목적은 △진실한 출생연월일 또는 연령 되찾기, △공부상 생년월일과 실제 생년원일 차이로 인한 대인관계 등에서의 고충 해소, △직장의 정년 등 경제적 불이익 해소, △연금 또는 복지혜택 지연 회복, △혼인 전 실제연령 정정이 필요한 경우, △여권 등 생년월일과 공부상 생년월일 상이로 발생하는 출입국 문제 해결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무상 사안 자체가 이미 시간이 많이 경과해 신청인의 주장을 증명해줄 자료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은 편이다.

연령정정 신청 자체가 실질적인 권익 회복을 위해 필요한 상황이라면 서류 준비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차근차근 도와 허가확률을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김경수법률사무소 김경수 변호사)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