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석 변호사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얻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얻도록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경우 업무상배임이 성립한다. 기업이나 단체를 운영하거나 근무를 하다가 연루되기 쉬운 혐의로, 범행 사실이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일 업무상배임을 통해 얻은 재산상의 이득이 5억원 이상이라면 형법상 혐의 대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며 처벌의 수위가 더욱 높아진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라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50억원 이상이라면 무기징역이나 5억원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도 병과할 수 있다.

업무상배임은 업무상횡령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데 신임관계를 배반하고 피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은 횡령과 배임의 관계를 동일한 범죄 사실에 대하여 단지 법률 적용만을 달리하는 경우로 보고 있으며 배임죄로 기소한 공소사실을 공소장 변경 없이 횡령죄로 처벌한 사례도 존재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자의 성립요건은 다른 부분이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양 자의 구분이 전혀 실익이 없다 할 수는 없다.

업무상횡령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를 가진 사람이 업무상의 임무를 저버리고 재물의 반환을 거부하거나 이를 횡령할 때 성립한다. 따라서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공금을 관리하는 경리, 총무 등의 직책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연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업무상배임은 앞서 말했듯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저지르는 범죄로, 여기서 말하는 사무는 위탁이나 신임에 의한 공적인 사무 외에 사적인 사무까지 모두 포함되기에 성립 범위가 더욱 넓다 볼 수 있다.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배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점도 배임죄 특유의 성질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만일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 의무가 가진 사람이 그 의무를 의도적으로 저버려 본인에게 경제적인 피해를 입혔다면 업무상배임이 되는 것이다. 특히 기업의 대표이사의 경우에는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면 그로 인해 업무상배임이 적용될 수 있다.

물론 어떠한 행위를 함으로써 피해를 입힌 경우에 비해 일부러 특정 행위를 하지 않아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는 더욱 어려운 부분이 많으며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했는지, 다른 사람에게도 의사결정의 권한이나 의무가 주어져 있는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업무상배임이 얼마나 쉽게 적용될 수 있는 문제인지 유념해야 한다.

일부러 손해를 끼칠 의도로 결정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손실이 발생했다면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업무상배임을 주장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오해나 착각이라 여겨 가볍게 대응한다면 무거운 처벌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창원 더킴로펌 법무법인 김형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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