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준강간죄, 정황증거 분명히 표시돼야 [김기석 변호사 칼럼]

김기석 변호사l승인2022.06.09l수정2022.06.0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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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시사칼럼] A씨는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B씨와 채팅을 하던 중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같은 날 저녁 B씨를 술집에서 만났다. A씨는 대화가 매우 잘 통하는 B씨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갖게 되었고, 술자리를 마친 후 인근 모텔에 함께 투숙하여 성관계를 가졌다. B씨는 성관계 후 곧 잠에 들었고 A씨는 잠시 객실에 머물다가 귀가하였는데, 다음 날 B씨로부터 ‘강간죄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최근 이른바 ‘소개팅 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위와 같은 준강간 사건에 문제를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형법상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하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인데, 준강간죄는 약물이나 술에 만취한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강간하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이다.

위 사례에서 A씨는 B씨의 동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하고 B씨는 술에 만취한 상태로 성관계에 동의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한다면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과연 누구의 주장을 더욱 신빙할까.

성범죄는 그 특성상 성행위 사실이나 합의를 입증할 직접증거가 별로 없다. 성행위는 사적인 장소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성행위의 합의 의사가 묵시적이거나 사적인 장소에서 내밀하게 표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성행위에 대한 합의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반대로 일방의 의사에 반한 간음행위가 강제적으로 이뤄진 경우도 입증하기 또한 쉽지 않다.

결국 성범죄 여부에 대한 판단은 수많은 간접증거 내지 정황증거, 특히 그 중에서도 진술증거에 기초해 이뤄진다. 예컨대 성관계를 전후로 당사자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전화통화 녹취록 등은 성관계 합의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그런데 많은 경우 피의자들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였어도 그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거나 형사사건으로 확대될 것으로 우려해 선뜻 ‘미안하다’는 식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피해자들은 의사에 반한 성관계가 이뤄졌어도 비슷한 이유로 즉시 상대방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거나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비로소 형사고소를 하게 된다.

진술증거의 신빙성 판단은 그 진술의 일관성 여부에 달려 있다. 피의자는 자신의 억울함,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각자 구체적으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사안이라면 상대방이 항의하더라도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는 취지의 명시적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또한 강제로 간음행위가 이뤄진 사안의 피해자라면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도 왜 성관계를 했는지’ 분명히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단순히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그 의사를 존중하려는 마음에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혐의를 부인하거나, 피해자가 성행위의 강제성을 즉시 문제 삼지 않고 가해자와 일상적인 대화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후 고소하는 경우 모두 진술의 일관성이 떨어져 신빙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받기 쉽다.

이러한 갈등은 합의 의사가 명시적으로 표시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성관계에 대한 의사는 묵시적으로 내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에, 정황증거로서 성관계 전후 상대방에게 표시한 의사는 분명하게 표시되어야 한다. 사건이 주변에 알려지거나 형사절차로 확대될 것이 우려된다면 사전에 미리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동광 법무법인 김기석 변호사)

김기석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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