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원 변호사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 성범죄로 인해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는 늦은 저녁 시간이나 피의자와 피해자만이 남겨진 공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증거나 증인을 찾기가 어려워 매우 까다롭게 여겨진다. 통상 성범죄의 수사 절차와 재판에서는 증거가 없을 경우 무혐의 혹은 무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여 성범죄의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건 초반부터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안일한 생각에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다면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확률이 높다.

20대 초반의 대학생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 동생들과 함께 근교로 놀러나가 펜션에서 숙박을 하게 됐다. 거실과 방 1개가 있는 구조였는데, A씨는 방에 있는 침대에서 잤고 나머지 일행들은 거실에서 잠을 자게 됐다.

잠을 자던 A씨는 물을 마시기 위해 거실로 나왔고, 이후 거실에서 자고 있던 일행 여성 B씨가 잠에서 깨어 간단하게 대화를 나눴고, A씨는 본인이 바닥에서 잔다고 이야기하고, B씨를 방에 있는 침대에서 편하게 자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B씨는 곧바로 방에 들어오지 않았고, A씨는 들어오지 않는다고 생각해 다시 침대에 올라와 잠을 청했다. 그러나 이후 B씨가 방으로 들어와 A씨가 누워있는 침대에 눕게 됐고, 두 사람은 스킨십을 나누다 성관계에 이르게 되었다. 해당 사건이 있었던 이후, B씨는 ‘자신이 성관계를 거부하며 반항하였으나 A씨가 강제로 몸을 누르고 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으로 고소를 하게 됐다.

해당 사건은 경찰단계에서만 고소인 조사 2회, 피의자 조사 2회, 대질신문 등 5~6회의 조사가 이루어진 사건으로 검찰 조사 역시 2차례 이상 이루어진 사건이었다. 필자는 A씨의 변호를 맡게 됐다. A씨를 직접 만나 상담했을 당시, 일관되고 모순되지 않은 진술을 하였기 때문에, 신빙성이 높고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이후 상담을 통해 경찰 단계에서부터 사건의 전후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자료와 진술을 확보하여 수사기관을 설득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었으며, 불기소 결정을 받고 소모적인 재판절차를 피하게 됐다.

형법 297조 강간죄의 성립요건인 폭행, 협박을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로 요구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강간죄 성립 범위가 넓어지고 인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때문에, 사건에 대하여 미시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큰 틀에서 보고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일반인의 경우, 당연하게도 법률적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당황할 수 있다. 따라서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효과적으로 변론 전략을 수립하여 초기에 대응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성범죄의 경우, 기소되는 이상 높은 확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많기 때문에, 정말로 자신이 억울한 상황이라면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불기소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대처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하신 김지원 변호사)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