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우 부장

[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딜쿠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2길. 골목길 한편에 낯설고 이국적인 서양식 건물 한 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금은 쪽방촌으로 변해버린 이곳에 어떤 과거가 묻혀 있을까?

건물의 아래 모퉁이를 들여다보니 ‘딜쿠샤(DILKUSHA) 1923’라고 새겨진 초석이 보인다. 딜쿠샤(DILKUSHA)는 힌디어로 ‘이상향’, ‘행복한 마음’이라는 뜻이다.

1919년 2월 28일, 3.1 독립선언 하루 전 세브란스병원에서 태어난 미국인 브루스 테일러. 만세운동 준비로 어수선했던 그날, 그의 침대 밑에는 독립선언문이 숨겨져 있었다. 1940년에 이 땅을 떠난 후 87세의 노인이 된 그가 66년 만에 고향 한국을 찾았다. 서울 양화진 묘지에는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무덤이 있다. 한국은 이들 테일러 일가와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일까?

한국의 독립운동에 관심이 컸던 브루스 테일러의 아버지 알버트 테일러는 UPI 통신의 서울 특파원 신분으로 3.1만세운동을 취재, 이를 미국 언론에 보도하였다. 이 이유로 그는 6개월간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또한 그는 수원 제암리 학살 사건이 발생하자 언더우드와 스코필드 등의 선교사와 함께 제암리로 내려가 그 학살 현장을 취재하였고, 일제의 만행이 담긴 사진들을 당시 총독이던 하세가와에게 내보이며 학살을 중지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며 일본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테일러의 가족은 가택 연금 상태였다가 이듬해 조선총독부의 추방령에 의해 한국에서 추방되었고, 1948년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한다. 평소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그의 유언에 따라 부인 메리는 유골을 한국에 묻는다.

이후 딜쿠샤는 내력 모를 집으로 남아 있다가 2006년 알버트 테일러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한국의 고향집을 찾아 방문하면서 널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tbs TV 영상기록 <서울, 시간을 품다>에서는 그런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노인이 된 브루스의 여정을 그렸다. 이 여정을 통해 시청자들은 1919년 이 땅에 살았던 외국인의 시선으로 재현되는 3.1운동의 새로운 면모를 만나게 될 것이다.

브루스의 어머니 메리는 남편 알버트의 행적과 일제 치하의 한국 풍경을 한 권의 자서전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 기억을 안고 66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브루스 테일러. 그를 맞는 것은 더 이상 식민지가 아닌 다이내믹한 거대 도시 서울의 풍경이다.

tbs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서울의 역사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고화질 HD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캐스트(http://tvcast.naver.com/seoultime) 또는 tbs홈페이지(tbs.seoul.kr) 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저작권자 © tbs 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