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의 지방체육회 이야기] 충청남도(이하 충남)는 아산시를 주 개최지로 2016년 제97회 전국체육대회를 유치했다. 천안시가 주축이 됐던 2001년 제82회 전국체전이후 15년 만이다. 당시 체전에서 충남은 기적을 일궈냈다. 서울과 경기,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거의 종합 우승을 도맡아 했던 경기도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던 것. 충남의 전국체전 종합우승은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하고 1968년 제49회 전국체전에서 경북(당시 경북은 대구와 분리되지 않았음)이 우승한 이후 사상 처음이었다. 아직까지 다른 시도의 종합우승 도전은 언감생심이다.

‘체육으로 행복한’ 충남 체육발전 중장기 계획 수립
충남이 전국체전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자 반향은 의외로 컸다. 경기도와 서울의 독주에 제동이 걸린데 대해서는 다른 시도들이 마치 자신들이 우승을 한 것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언젠가는 자신들도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덕분이었다. 하지만 경기도와 서울은 달랐다. 개최시도에 지나치게 특혜를 많이 준 탓이라며 전국체전 채점 방식 개선을 요구하며 폐회식 보이콧까지 거론할 정도였다.
전국체전에서 시도별 종합순위가 매겨지기 시작한 1949년 제30회 이후 역대 전국체전 성적을 보면 충남은 7~9위권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1978년 제59회 인천체전에서 처음으로 3위에 오른 뒤 1979년 제60회 전국체전을 대전에서 개최하면서 연거푸 종합 3위에 올랐고 제62회(1981년), 제64회(1983년), 제65회(1984년)에서도 잇따라 종합 3위에 입상해 충남 체육의 저력을 과시했다.
충남 체육은 그러나 1989년 핵심도시인 대전이 직할시(현재의 광역시)로 분리되면서 10위권 밖으로 곤두박질했고 무려 14년만인 서울올림픽 개최 10주년 체전인 1998년 제79회 제주체전에서야 3위에 올라 설 수 있었다. 그 뒤부터 최근까지 4~7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언제든지 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이 굳건한 토대를 바탕으로 충남체육회는 제97회 전국체전에서 ‘어게인(again) 2001’로 체육 강도(强道)의 위상 정립과 도민들의 자긍심 제고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충남체육회는 충남체육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연차적 전력 보강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대한체육회, 충남장학회, 계룡장학회, 광신장학회, 불자연합회 등 5개 기관의 장학금을 유치해 체육장학생을 선정해 우수 선수를 확보하고 불참종목 해소를 통한 팀 육성, 고등부와 대학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종목 연계 육성 등에 신경을 쏟고 있다.
또 고등부, 대학부, 일반부 선수 육성 협의체를 구성하고 선수관리 일원화를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우수선수육성체계 구축도 서두르고 있다.

책임경영과 조직슬림화로 저비용, 고효율의 체육회 만들어
충남은 천안시, 공주시 등 8개시와 금산군, 부여군 등 7개 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면적은 17개 시·도 가운데 6번째이지만 도세(道勢)로 따지면 12번째 정도다.
이런 도세의 크기는 그대로 체육회로 이어진다. 올해 충남체육회 예산은 지난해 78억여 원에서 12억여 원이나 늘어난 91억여 원에 이르지만 시도체육회 순위로 보면 12위 정도다. 직원도 17명이 전부다. 충남 체육 전체를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고 예산이다.
뿐만 아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등록 팀과 선수는 1,217개 팀에 6,157명에 불과하다. 팀당 선수가 5명에 불과해 굳이 다른 시도와 견주기조차 어렵다. 그나마 일부 시를 제외하고는 전교생이 100명 미만인 초, 중학교가 80%가 넘는다. 여기에 상당수는 농촌 가정으로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지는 바람에 조손(祖孫) 가정이 많다. 운동선수 기본 자원 부족을 거론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이런 어려움에도 충남은 2013년 인천전국체전에서 종합 7위로 중상위권, 소년체전에서 종합 5위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가히 ‘작은 기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충남 체육의 ‘작은 기적’에는 충남체고를 비롯한 고등부 53개교에서 전국체전 총점의 39%,를 획득하고 충남체육회 육성팀(10개팀)과 충남도청 3개팀, 그리고 15개 시군에서 육성하는 24개 팀에서 34%를 얻어주었기에 가능했다. 또 수도권과 가까워 일부 대학들이 충남으로 이전한 덕분에 단국대 등 21개 대학 34개 종목에서 18%를 담당했다.
비록 미미하기는 하지만 1985년부터 30년 동안 육상, 축구, 탁구, 배구 등 16개 종목에 걸쳐 실시하고 있는 한일친선교류나 2008년부터 시작한 러시아의 레닌그라드주와의 역도, 양궁 훈련 교류도 충남의 전력 향상에 보탬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인 것보다 더 눈여겨 볼 부분은 체육회, 가맹경기단체. 육성팀, 즉 실제 선수 육성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단체들의 삼각 공조가 효율적으로 이루어 진 덕분이 더 커다는 사실이다.
즉 충남체육회는 조직을 3팀제로 슬림화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직원의 종목 담당제를 실시하며 경기단체와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실현 가능성 있는 계획 수립과 실천, 이에 발맞춰 가맹경기단체들은 운영 내실화를 이루었다. 또 지역적으로 산재해 있는 가맹단체의 특성을 고려해 42개 가맹경기단체장을 권역별, 지역별, 분기별로 구분해 지속적인 의견 수렴을 하고 이를 행정에 직접 반영한다. 또 가맹경기단체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전무이사 회의에서 체육회의 사업 추진방향을 설명하고 경기단체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이를 해결함으로써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루고 있다.
눈에 보이는 전력 이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이해 관계자들의 상호 원활한 소통과 애로사항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임을 충남체육회가 실증하고 있는 셈이다.

‘풍차발전소’ 가동으로 4대 지원 기관 협조체제 구축
충남체육회와 가맹경기단체들은 부정부패, (성)폭력, 독점적 연맹 운영 등 체육인들의 틈새를 벌어지게 하는 잡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체육인 인권보호활동을 연간 17회, 1,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시도 교육순위에서 전체 1위에 오를 정도로 선수들의 (성)폭력 예방이나 각종 비리 척결에 앞장선 덕분이다. 이는 또 체육회와 가맹경기단체, 기관들이 어긋남이 없이 잘 돌아간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해부터 ‘비정상 관행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체육계 비리 4대악 척결’에 충남은 단 한건의 비리 사실이 적발되지 않은 사실만으로도 충남 체육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바로 ‘풍차발전소’ 덕분이다. 충남도청 체육진흥과, 충남도교육청 체육문화건강과, 시·군 체육회와 충남체육회 등 4개의 체육관련 유관기관이 힘찬 날개가 되어 충남 체육의 동력(動力)을 일으키자는 뜻으로 지은 별명이다. 즉 이들 4개 기관의 긴밀한 상호 협력이 충남 체육 발전의 첩경이라는 깊은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풍차발전소는 도청과 교육청 체육 전담 책임자와 체육회 사무처장, 그리고 15개 시·군 체육회 사무국장 등 모두 18명에 이른다. 회의는 매월 시·군 사무국장 회의와 연계해 열리는데 외부 현안, 내부 문제 및 새로운 제도 개발과 현행 운영 시스템의 개선과 경기력 향상, 도민의 자긍심 고취 향상에 관한 사항 등 사실상 충남 체육의 근간을 결정한다.
풍차발전소는 결국 4대 지원기관의 원활한 업무 협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책임자들이 함께 모여 논의하고 결정함으로써 이중의 행정 낭비를 막고 빠른 지원이 최대 장점이다. 아무리 자원이 좋아도 지원과 보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충남 체육인들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체육회관과 스포츠컴플렉스 건립이 숙원
충청남도체육회(이하 충남체육회)는 2012년 12월 ‘내포 시대’를 맞았다. 환 황해권 발전 축으로 충남 지역 균형 발전의 배후 거점도시로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내포는 홍성군과 예산군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충남 도청, 도의회, 교육청 등과 함께 내포 신도시에 둥지를 튼 충남체육회는 유관 기관이 한곳에 모여 있는데다 관내 지역 어디든지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어 시군체육회나 가맹경기단체의 효율적인 관리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이처럼 모양새는 거창하지만 충남체육회를 한번쯤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다.
충남체육회는 현재 충남도의회 건물의 한 모퉁이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당초 도민들의 성금으로 건립된 충무체육관에 둥지를 틀었으나 1989년 대전광역시 출범과 함께 졸지에 남의 도시에 곁방살이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충남체육회는 그동안 체육회관 건립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다. 대전이 광역시로 승격된 뒤 17년이 지난 2006년 체육회 이전의향서를, 그리고 2008년에는 체육회관 건립 검토 보고서를 제출했다. 1년이 지난 2009년에는 도청 신도시 주요 공공시설 설치와 관련해 야외종합체육시설, 실내체육관, 체육회관 설치를 건의했다.
충남 체육의 본산이 될 체육회관은 총 3백억 원의 예산으로 대지 9.900㎡, 건축연면적 5,950㎡에 수영장, 볼링장, 휘트니스 등 전문체육공간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내포 신도시에 건립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충남 체육인들은 “내포 신도시가 충남의 행정 중심이 된 만큼 체육에서도 중심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도민들의 자긍심 고취와 단합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는 체육의 특성을 감안해 하루라도 빨리 내포 신도시에 충남을 대표하는 스포츠콤플렉스와 체육회관이 건립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안희정 충청남도 체육회장(충청남도 지사)

화합과 단결을 이루는 원천이 바로 스포츠의 힘
체육발전중장기계획 통해 체육 인프라 구축에 최선

“엘리트체육은 무엇보다 도민들의 사기와 직결됩니다. 도민들과 함께 행복을 만들어가는 충남을 위해 체육인들이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충남체육회 안희정 회장(충남 지사)은 “1927년에 발족해 8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충남체육회는 도세의 열세를 극복하고 전무후무하게 2001년 제82회 전국체전 종합우승을 일궈냈다”며 “체육 강도로서의 전통 계승과 도민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체육인들의 단합된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포츠는 구성원이 합의한 규칙을 지키고 정정당당하게 겨루어 아름다운 승부를 내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장입니다. 이와 동시에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뛰는 동안 진한 동료애를 느끼고 또한 선수를 응원하는 과정에서 일체감을 느끼게 해주는 그야말로 화합과 단결을 이루는 원천입니다.”
스포츠는 건강증진과 행복한 삶을 이루는 원천으로 궁극적으로 행복한 지역과 사회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라고 정의를 내린 안 회장은 도민들의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많은 계층이 체육의 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폭을 넓혀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6년 제97회 전국체전을 외형에 치우쳐 최고 최대라는 평가보다 체육을 통해 도민과 국민이 행복해지는 기억에 남는 문화체전으로, 그리고 충남의 이미지 제고와 도민의 자긍심을 이끌어내는 체전으로 만들고 싶다는 안 회장의 바람과 맥을 같이 한다.
안 회장은 “전국 지역 평균에도 못 미치는 1인당 공공체육시설 면적, 시군별로 최대 7배가 차이나는 지역별 시설 격차와 노후화, 여기에 편의시설 부족 등 충남체육이 안고 있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체육발전중장기계획을 수립했다”며 “2016년 전국체전 개최준비와 체육발전중장기계획에 따라 도민들의 체육 활동 기회 확대를 위해 체육 인프라 구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저출산 및 고령화에 따른 운동선수 활동 기피로 엘리트 선수들이 급감하고 시도간의 전국체전 순위 경쟁이 치열해 성적 상승에 대한 부담이 큽니다.”
안 회장은 훈련지원, 우수선수 발굴 관리, 권역별 특성화 시스템 구축, 가맹경기단체 지원 활성화 등 나름대로 대책들을 시행하고 있지만 체육진흥이 동시다발적으로 행하여 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계획 마련과 취약종목 선수육성을 위해 학교체육이 대학체육, 일반체육과 조화를 이루는 선순환 구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탁구 이에리사, 레슬링 박장순, 마라톤 이봉주, 양궁 김조순, 야구 박찬호, 골프 박세리, 펜싱 신아람 등 그동안 충남 체육이 배출한 스타플레이어들을 일일이 열거한 안 회장은 “14년 연속 상위권 입상을 일궈낸 충남 체육의 저력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체육인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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