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마의 세이보리 로그(Savory Log)] 요즘은 덜하지만, 한 때 원조가 중요한 마케팅의 일환이 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식당 간판에 원조, 원조의 원조라는 단어를 부착하고 장사를 한 곳이 참 많았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당시에 정통성이 매우 중요한 이데올로기로 통하던 시대였던 것 같다. 그러나 마케터 관점에서 정통성이라는 것처럼 양날의 검이 되는 단어도 없다고 생각한다.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전달할 수 있지만 자칫 너무 강조하면 브랜드는 경직되고 오래된 느낌을 주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반면 너무 정통성을 소홀히 하면 트렌디한 브랜드로 여겨져 중장기 성장에 애를 먹을 수 있다. 당시에 설렁탕, 추어탕, 순두부 등 원조 마케팅을 했던 한식들이 참 많았는데, 원조 마케팅을 하던 그 식당은 장사가 잘 되었을지는 몰라도 설렁탕, 추어탕, 순두부 영역이 젊은 고객과 단절되버린 현상은 정통성이 줄 수 있는 영향력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햄버거는 어떨까? 사실 외국 브랜드에서 정통성, 원조를 찾는 고객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햄버거에 대해 고객이 원하는 것이고, 더 중요한 건 어떤 브랜드가 정통성을 포지셔닝하고 있느냐이고, 고객의 머리속에 있는 정통성은 어떤 조합으로 이루어져있느냐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햄버거의 정통성에 대해 한 번 풀어보고자 한다.

1. 전통적인 햄버거와 정통적인 햄버거

흔히 알려진 것처럼 햄버거의 기원은 몽고의 타타르족이 애용하던 다진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이고, 이것을 독일 함부르크 상인이 빵에 넣어 먹기 시작한 것이 햄버거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햄버거를 뜻하는 Hamburger가 함부르크의 영어식 표현이라는 점은 햄버거의 고향이 어디인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그렇지만 햄버거를 생각할 때 독일을 가장 먼저 연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유는 우리가 생각하고 일반적으로 먹고 있는 전통적 햄버거는 Made by USA 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전통적 미국식 햄버거하면 양상추, 토마토, 양파, 피클 등이 패티와 어우러진 형태를 떠올린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햄버거의 시작은 빵 사이에 간 스테이크패티를 넣어 먹는 매우 간단한 형태였다. 이런 형태의 햄버거를 판매하기 시작한 루이스 런치(Louis’ Lunch)라는 곳이 미국에서 첫번째로 햄버거를 판매한 곳이라고 명명되어 있다(1). 맥도날드 형제가 맥도날드를 처음 시작할 때 주메뉴 역시 햄버거와 치즈버거였다는 점으로 당시의 상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Louis Lunch 햄버거 샌드위치 단면>(2)

미국 농업의 생산량이 증가하고, 다양한 재료들을 쉽게 메뉴에 적용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햄버거는 각 주의 특성에 맞는 채소와 토핑이 적용되면서 다양한 햄버거 형태를 띄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텍사스버거는 할라피뇨, 치즈와 함께 머스타드를 뿌려 먹는 형태를 뜻하고, 버터를 햄버거 안에 넣어서 먹는 버터버거가 미드웨스트 지역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햄버거에 양상추, 토마토, 양파를 토핑하여 먹는 캘리포니아 버거가 미국 중서부 및 대서양 연안에서 시작되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햄버거에 근접해있는 형태로 볼 수 있다.

 

2. 한국인의 머리 속 정통 햄버거란

우리나라 사람이 연상하는 햄버거의 첫번째 형태는 빵(번), 양상추, 토마토, 양파, 소스, 패티의 형태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햄버거와 야채는 뗄레야 뗄 수가 없는 관계라 할 수 있다. 햄버거 제품개발 시 위 재료가 빠진 형태의 레시피를 만들어보고, 설문조사를 했지만 컨셉은 낮고 시식점수는 높은 저효율 고비용 형태의 설문결과가 나와 진행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어떻게 보면 웰빙, 채소에 대한 한국사람의 니즈가 커서 그럴 수 있지만, 그것이 햄버거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오는 한계일 수도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소위 잘나가는 햄버거들의 형태는 패티에서 차이가 날 뿐이지, 기본적인 형태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햄버거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양상추, 토마토, 양파 등이 토핑되어 있는 형태였기 때문에 이것을 정통 햄버거로 인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리하자면, 미국에서의 정통 햄버거는 단순히 빵 사이에 패티가 들어가 있는 형태를 말할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양상추, 토마토, 양파 등이 갖추어진 형태를 정통 햄버거로 인지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제품 개발을 할 당시 약간은 파격적인 모습으로서 기존의 채소와 토마토를 빼고, 구아카몰레(3), 으깬 감자, 과일 등을 활용한 제품 등을 테스트했지만, 리서치 과정에서 컨셉 점수가 낮게 나오는 등 어느 정도 공통적인 피드백으로 인해 제품개발에서 배제한 경험도 있다.

 

3. 국내 수제 햄버거의 경쟁력

필자의 의견으로 가장 정통적인 햄버거 형태라는 포지셔닝은 유명 브랜드에서 이미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제 햄버거 등에서 일반적인 재료의 조합(양상추, 토마토, 양파) 등으로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국내에서 유명한 소규모 햄버거집의 특성은 가격이 싸거나, 양이 많거나 또는 색다른 재료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의 견해로 저가 정책를 쓰는 햄버거는 갈수록 경쟁력을 잃을 확률이 높다. 첫번째는 인플레이션이다.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1,000원버거 식의 접근은 힘들 것이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브랜드는 고객 유인 정책으로 저렴한 햄버거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더욱 힘들 공산이 크다. 또한 한국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증대 현상은 저가전략이 큰 경쟁력이 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반면 양이 많은 햄버거 컨셉은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브랜디드 햄버거(Branded Hamburger)는 이미 재료의 양이 메뉴얼화 되어있고, 신제품 또한 기존의 메뉴얼을 답습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양에 대한 차별화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색다른 재료 사용은 수제 햄버거집의 컬쳐를 결정하고 고객의 입소문을 쉽게 활성화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이다. 예를 들면 스모키살론의 앰뷸런스는 반숙계란후라이로 비쥬얼을 강화하고, 소스가 필요없을 정도의 Juicy함을 제공한다. 또한 이런 형태는 프랜차이즈에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방식이기도 한다.

<스모키살론의 앰뷸런스 버거 2>

수제 햄버거 영역은 핸드메이드라는 이름 아래 재료의 요리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면 브랜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저성장기로 들어선 국내의 현실에서 가치 소비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고, 프랜차이즈와의 대응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지속성장가능한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양배추를 사용한 불고기 버거로 대변할 수 있는 소위 저가버거에서 탈피하고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재료를 사용하여 중고가의 버거로 업그레이드해야 새로운 고객을 잡을 수 있고 중장기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햄버거는 신속성과 취식 편의성가 가장 큰 경쟁력이다. 햄버거 안에서만 경쟁하는 카테고리 내 전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 시장에서 가지는 햄버거의 경쟁력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재료, 레시피 개발 뿐만이 아니라 제공시간, Take-out 까지도 고민할 수 있는 방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4. 마치며

지난번 칼럼의 주제였던 인앤아웃버거는 재료의 신선함과 심플함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브랜드이다. 맥도날드, KFC, 버거킹 등의 다양한 브랜드 등이 존재하는 미국에서 독보적인 위치는 우리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재료에 대한 고민을 패티부터 소스까지 고민해보는 것을 어떨까? 예를 들면, 패티에 적합하고 가격경쟁력있는 한우 부위를 찾아보고, 제주도 한라봉을 이용한 소스 개발같이 프리미엄이지만 충분히 실현가능한 고민은 인스턴트라는 단어가 항상 붙어다니는 햄버거의 체질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필자는 생각한다. 또한 이미 고객들이 인식하고 있는 정통 햄버거 형태는 유명 브랜드에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기존 프랜차이즈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재료와 햄버거의 크기와 양에 대한 접근은 현실적이면서도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Foodnote]

1. Connecticut: Louis' Lunch (Local Legacies: Celebrating Community Roots - Library of Congress)". Lcweb2.loc.gov. Retrieved 2013-10-27.
2. Pigtrip Burger Review (http://www.pigtrip.net/review-b-LL.htm)
3.  멕시코 요리의 소스로, 콘칩과 비슷한 '토토포(Totopo)'라고 하는 튀긴 토르티야 조각으로 퍼서 먹는다. '구아카'는 멕시코에서 아보카도를 뜻하는 '아구아카테(Aguacate)'에서 온 것이며, '몰레'는 멕시코 원주민 어로 '소스'를 뜻한다.(위키백과 참조)

[마케터 윤현탁]
버거킹 마케팅팀 프로덕트 매니저 / 브랜드 매니저
한솥 마케팅팀 커뮤니케이션 파트 과장
현) 하인즈 마케팅팀 매니저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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