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의 지방체육회 이야기] ‘스포츠문화 메카로 도약’ 울산광역시 체육회(하)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l승인2015.02.23l수정2015.02.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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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화의 지방체육회 이야기] 울산광역시는 작년 10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육대회에서 금 45개, 은 35개, 동메달 47개 등 총 127개의 메달을 따냈다. 2013년 인천 체전과 견주면 금메달은 같고 은메달은 17개나 많았으며 동메달은 4개가 줄었다. 선수단은 세종시(227명) 다음으로 적은 719명으로 꾸렸다. 금메달 숫자로는 광주광역시(금 35개·15위), 전라북도(금 37개·14위), 대구광역시(금 37개·13위), 전라남도(금 38개·12위), 대전광역시(금 38개·10위)보다 앞선 11위였다. 하지만 종합 점수는 21,648점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16위다. 항상 울산시 뒤쪽에 자리하던 제주도가 개최지 프리미엄을 받아 11위에 오르며 앞으로 훌쩍 뛰어 나가는 바람에 꼴찌에서 두 번째가 되고 말았다.

제주 체전서 울산 체육의 현주소 그대로 드러나
울산 체육의 현주소는 제주 체전을 통해 확연히 드러났다.
울산이 이번 제주체전에서 딴 금메달 45개를 종목별로 보면 역도에서 11개, 수영 6개, 사이클과 태권도 5개를 비롯해 볼링, 사격, 양궁, 체조, 카누에서 각각 2개씩, 그리고 축구, 근대5종, 당구, 보디빌딩, 씨름, 탁구, 테니스, 펜싱에서 각각 1개씩 금메달을 따냈다.

44개 정식종목 가운데 선수가 없어 출전하지 못한 4개 종목(럭비, 하키, 소프트볼, 조정)을 제외한 40개 종목에서 동메달 1개 이상 딴 종목은 모두 24개이며 노메달을 16개 종목이었다. 노메달 종목이 40%에 이른다.
하지만 전국체전에서 시도별 순위를 가리는 것은 메달 수가 아니라 종합득점이다. 종목별 득점에다 메달 득점을 합한 점수가 종합득점이다. 예전에는 참가만 하면 기본 점수를 받았으나 지금은 일정 성적을 올려야만 점수가 배정된다. 따라서 메달과 함께 득점이 많은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야 순위가 올라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울산이 종합득점에서 전국 1위를 한 유일한 종목은 바로 축구. 여고부서 현대공고가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남고부(현대고), 남대부(울산대), 여대부(울산과학대)에서 은메달, 남일반부(현대미포조선)에서 동메달로 여자일반부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입상해 2,239득점을 올렸다. ‘울산=축구 메카’의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금 1, 은 4, 동메달 3개를 딴 씨름(1,038점)과 금 1, 동메달 1개를 딴 당구(302점)는 4위, 여고부 염윤정(삼일여고), 여일반 임정화, 이희솔(이상 울산시청)이 나란히 3관왕에 오른 역도(1,561점)는 5위였다. 다이빙계의 간판인 김수지(무거고2)가 스프링보드 1m와 3m, 싱크로다이빙 10m, 플랫폼다이빙 등 4관왕에 오르며 선전한 금메달 6개의 수영은 11위(841점), 금메달 5개의 태권도는 7위(1,157점)에 그쳤다. 40개 종목 가운데 종합득점에서 13개 종목이 10위권 내에 진입했지만 대부분 점수가 작은 개인종목들이었다.

이와 달리 단 1점도 따지 못한 종목이 야구, 배구, 검도 정구, 핸드볼, 핀수영, 댄스스포츠, 스쿼시, 산악 등 9개 종목이나 된다. 여기에 불참한 4개 종목까지 13개 종목에서 무득점이니 당연히 종합순위에서 하위권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대학과 실업팀 부재 현상 심각해
울산 체육의 구조적 문제점 가운데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초-중-고-대-실업으로 이어지는 연계성 부족이다. 무엇보다 대학팀이 문제다. 단순히 부족하다는 표현이 오히려 부족할 정도로 전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울산 소재 대학은 울산대, 울산과학대와 울산과학기술대 등 3개가 전부다. 이 가운데 유니스트인 울산과학기술대는 카이스트와 마찬가지로 첨단 융합학문 분야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립 특수대학교다. 당연히 체육을 육성할 여지가 없다. 결국 울산대와 울산과학대가 울산의 대학 체육의 전부나 다름없다. 

인구 120만 명에 가까운 울산에 대학이 3개밖에 없는 것은 자동차, 석유산업 등 공업도시로 조성된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인구 30만 명이 갓 넘은 진주시가 교육도시로 조성돼 경상대 등 5개 대학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울산의 척박한 대학 환경이 실감난다.

현재 울산대에서는 축구(남), 씨름, 테니스 등 3개 종목, 울산과학대는 사격, 테니스(여) 복싱 등 3개 종목을 육성하고 있다. 대학 팀이 단 6개밖에 없다. 더구나 울산과학대가 육성하는 팀은 울산시 체육회가 대회 참가비, 등록금, 동하계 훈련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사실상 체육회가 팀을 육성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실업팀의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중앙에 있는 기업 실업팀은 현대해상 남자 테니스, 에쓰오일 남자 탁구, 현대모비스 여자 양궁, 삼성에스원 남녀 태권도, MG새마을금고 남자 배드민턴 등 5개 팀뿐이다. 본사가 서울에 있다는 핑계로 울산에 둥지를 틀고 있으면서도 팀 육성을 기피한 탓이다. 현대미포조선의 남자 축구, 경동도시가스의 여자 테니스 단 2곳이 울산 실업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실업팀은 울산광역시청과 3개 구청과 1개 군, 그리고 체육회 몫이다. 그마저도 울산시청이 남녀 육상 등 5개 종목 7개 팀, 울산체육회가 여자 수영 등 7개 종목 8개 팀에다 남구청의 남녀양궁과 레슬링(남), 동구청의 씨름(남), 북구청의 사격(남), 울주군청의 볼링(남)을 육성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모두 합쳐도 25개 팀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대학 6개, 실업 25개 팀으로 다른 시도와 경쟁을 해야 하는 게 울산 체육의 현실이다.

여기에 럭비, 하키, 조정, 소프트볼 등은 아직 협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종목을 육성하는 학교가 없는 탓에 당연히 선수도 없고 경기단체도 없다.

울산시 체육회 관계자는 대학 수가 늘어나기 전까지 대학 팀 증가는 어렵지만 중구 우정동에 조성된 혁신도시에 입주하는 10개 국가 기관이 이전이 끝나면 실업팀은 약간의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귀띔한다.

기초 바로 세우기로 도약을 꿈꾸는 울산시 체육회
요즘 신도시는 문화, 교육, 체육 등 갖가지 인프라들을 고려해 건설되지만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수출이라는 국가 명제에 밀려 모든 것이 등한시됐다. 울산시도 마찬가지였다. 수출을 앞세운 공업도시로 조성된 탓에 울산시가 광역시로 승격할 즈음 각종 인프라들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고 당연히 엘리트 체육은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었다.

1997년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경남체육회의 시군지부에서 졸지에 광역시 체육회로 탈바꿈한 울산시 체육회는 스포츠 시설, 인력, 예산 등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새롭게 체육회를 구성하고 경기단체들을 조직해야 했다. 학교 체육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삶의 질 향상과 건강 증진을 위한 체육문화시설 확충 요구가 대두되고 덩달아 엘리트스포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게 된다. 체육시설은 울산시가 광역시로 승격된 지 8년째인 2005년 제86회 전국체육대회를 치르면서 획기적인 전기를 맞았다. 전국대회 유치가 가능한 대규모 시설들이 들어서고 팀 창단도 많이 이루어졌다. 실제로 울산의 엘리트 체육은 이때가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 덕분에 체육 시설 인프라는 다른 시도와 겨누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갖추었으나 엘리트 스포츠의 근간이 되는 3개뿐인 대학과 중앙에 본사를 둔 지역 기업체로 육성이 힘든 실업팀 부족은 울산의 구조적인 문제로 17년의 세월만으로 메우기에 역부족이었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체전 종합점수는 16위였지만 금메달 순위는 전국 11위다. 이는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우수 자원이 많다는 뜻이다. 이들 우수 자원들을 최대로 활용하고 기초 종목을 비롯한 팀 종목을 얼마만큼 다변화하고 활성화하느냐에 따라 울산 체육이 한 계단 더 도약하느냐, 아니면 이대로 머무느냐가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울산시체육회의 ‘기초부터’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제 그 첫 단추는 꿰었다. 올해 개교한 울산스포츠과학중고등학교와 혁신도시에 입주하는 10개 공공기관들의 실업팀 창단이 그 출발점이다. 울산 체육인들의 구심점이 될 체육회관 건립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울산시 체육회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울산 체육인들은 스포츠과학중고등학교의 개교와 공공기관들의 잇단 실업팀 창단의 조그마한 날개 짓이 울산 체육과 가맹 경기단체 전 종목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는 나비효과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울산 체육 미래, 바로세우기 기초에 달렸다
“울산 체육의 미래는 학교 체육 활성화와 이를 실업팀까지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 울산광역시 체육회 김헌득 사무처장

지난 8월 28일 취임해 불과 2개월 만에 체육회의 최대 연중행사인 제주 체전을 치른 울산광역시 체육회 김헌득 사무처장(56)은 “울산 체육이 한 계단 더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기초가 단단해야 하고 무엇보다 이를 위해서는 10~20년 앞을 내다보고 학교 체육과 실업팀 육성 등 기초 다지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올해 처음으로 입학생을 받은 울산스포츠과학중고등학교가 울산 체육의 기초를 다지고 체계적인 선수 육성의 첨병이 되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1997년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한 뒤 지난 10여 년 동안 체육 여건과 인프라는 크게 개선됐지만 학교체육에서 실업팀으로 이어지는 연계성은 여전히 부족하고 예산과 인원도 변함이 없는 바람에 외부에서는 체육회가 일을 하지 않는 정체된 조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취임해 보니 예산과 인원 부족이 심각했다는 김 처장은 모든 직원들이 멀티 플레이어로 현장과 소통하는 철두철미한 현장 밀착형이 될 수 있도록 담당책임제로 조직을 재편성하는 등 새로운 체육 행정 플랜을 과감히 시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또 울산시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업도시로 조성된 탓에 대학의 절대수가 부족해 대학팀 육성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제한 김 처장은 이를 대처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혁신도시에 입주하는 1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업팀 창단을 적극 권장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2005년 제86회 전국체전 개최 이후 10년이 지난만큼 노후화된 각종 스포츠시설들의 현대화와 볼링장, 벨로드롬, 승마장 등 부족한 스포츠 인프라 확충, 울산 시민들의 스포츠 관심 제고를 위해 2020년이나 2021년 전국체전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김 처장은 이와 함께 임기 중에 도시를 관통하는 태화강을 중심으로 레포츠산업을 선도하는 울산을 널리 알리기 위한 울산국제마라톤대회를 창설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김 처장은 울산대 재학시절 취미로 축구를 한 덕분에 축구연합회 회장 8년을 비롯해 울산생활체육회 부회장 8년, 울산인라인롤러연맹 회장 12년, 울산시체육회 이사 14년 등을 역임, 체육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시의회 의원(1995년~2007년)으로 재직하면서는 체육 예산 편성에도 관여하는 등 스스로 체육인으로 자부하고 있다는 김 처장은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 생활 축구를 즐기고 당구(500)와 골프는 노 핸디를 자랑할 정도다.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전 서울신문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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