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의 지방체육회 이야기]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시작으로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까지 UNESCO가 인정하는 3관왕에 올랐다. 2011년에는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됐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으로 제주가 전 세계인이 함께 가꾸고 보전해야 하는 ‘환경 자산의 보물섬’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지가 된 연유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런 관광과 달리 스포츠는 어떨까? 스포츠는 무엇보다 인적 인프라가 기본이지만 제주도는 이 부문에서 다른 광역시도들에 견주어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춘 세계적인 관광 명소라는 장점에다 스포츠를 접목함으로써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 발전에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최적의 전지훈련지, 최대의 국내외 대회 유치
지난해 12월 15일 전국 축구팬들의 시선은 제주도로 쏠렸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홍명보 감독이 퇴진한 뒤 외국인 감독으로 진용을 정비한 축구 국가대표팀이 신년을 맞아 첫 국제대회인 아시안컵 출전을 앞두고 제주도에 훈련캠프를 차렸기 때문이다.
1960년 이후 55년 만에 아시아 왕좌 탈환을 노리는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눈과 바람이 많은 제주도에 훈련캠프를 차린 데는 바로 훈련에 적합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제주도는 한라산에 눈이 많이 쌓이고 평소에도 바람이 심하게 불기는 하지만 연간 평균 온도가 15~16도에 이르는 온화한 날씨가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전국이 영하권에 떨어져도 제주도는 항상 영상을 유지하는 따뜻한 날씨가 전지훈련 최적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먹거리나 잠자리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고 관광명소들은 훈련에 지친 선수들에게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
여기에 잘 갖춰진 스포츠 인프라와 맞춤형 전지훈련 체육시설, 전지훈련 선수단 인센티브 지원 등 다양한 편의 제공은 매년 4천개 이상 팀과 8만 명에 이르는 선수 임원들을 제주로 불러 모으는 원동력이다.
대한체육회 양재완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제95회 전국체전을 치르고 난 뒤 “전국체전을 치르기 전에는 각종 인프라들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지만 잔디 축구장 등 실외경기장뿐만 아니라 실내경기장과 체육관 등이 제주도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다 관리 상태가 좋아 오히려 놀랐다”고 할 정도였다.
최근 연도별 제주도를 찾은 전지훈련 팀 현황을 보면 2010년 4,419개 팀 86,88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그해 11월 발생한 구제역으로 2011년(3,865개 팀 66,043명), 2012년(4,019개 팀 65,724명), 2013년(3,413개 팀 70,667명)으로 다소 주춤하다 지난해 10월까지 4,754개 팀으로 훌쩍 늘어났다. 이들 팀들을 종목별로 보면 축구가 전체의 34.5%로 가장 많고 태권도(15.7%), 수영(9.8%), 골프(7.8%), 육상(7.1%)에다 야구, 테니스, 농구 등의 순으로 실내외 종목에 관계없이 다양했다.
제주도가 전지훈련 최적지로서의 명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연간 가장 많은 국내외 대회와 각종 국제회의가 열리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국제대회로는 지난해 연말 열린 국제복싱연맹이 주관한 세계여자복싱선수권대회를 비롯해 전 세계 30개국 1,200여명이 참가한 2014코리아그랑프리국제유도대회, 2014제주국제주니어테니스선수권대회, 제주-여수국제요트레이스 등 12개에 이른다. 또 국내대회로는 각종 골프대회와 자전거, 요트, 마라톤 등 96개나 된다.
이처럼 제주도는 매년 100개가 넘는 국내외 대회를 치르면서 스포츠관광 수요 창출에 한몫을 할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제주도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비록 제주도가 엘리트스포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을지 모르지만 국내 최대의 전지 훈련지로, 또 국내외대회 경기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나라 전체 스포츠 발전에 큰 몫을 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지난해 2월 열린 제주 체육고등학교 설립 관련 공청회

제주체육회관, 우수선수 육성의 요람
오라동 제주종합경기장 내에 위치한 제주체육회관은 제주 체육인들의 구심체이자 제주 우수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한 필수 시설이다.
4,426㎡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1998년 6월에 완공된 체육회관은 지난해 개최한 전국체전에 대비해 다목적 체육관 증축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제주체육회관의 개보수 및 증축은 태릉선수촌과 진천선수촌을 롤모델로 삼았다. 즉 제주종합경기장내 체육시설과 체육회관에 신설하는 각종 훈련장들을 연계시킴으로써 선수들이 최상의 훈련효과를 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지하 1층은 기존 헬스장과 에어로빅장을 개보수해 레슬링 훈련장과 체력단련장으로 바꾸었다. 지상 1층에는 태권도 훈련장을 새로 만드는 한편 다목적체육관을 증축해 3개의 정규규격 코트를 갖춘 스쿼시 경기장을 설치했다. 또 지상 2층에는 체조훈련장을 신설해 훈련과 함께 보조경기장으로 할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19개실인 선수합숙소는 2인 1실 규모의 최신시설을 갖춘 22개실로 개편하고 1층에 250석 규모의 대규모 구내식당을 만들어 선수들의 복지향상에도 신경을 쏟았다.
올해 초 지상 4층에 여자 선수들을 위한 15개실의 합숙소 시설 공사가 완공되면 그야말로 제주체육회관은 우수선수 육성을 위한 요람이자 명실상부한 제주 스포츠의 메카가 될 전망이다.

▲ 제주 소속 선수들의 새벽훈련 현장을 찾은 원희룡 제주도체육회장(맨앞 오른쪽)

선택과 집중으로 작지만 강한 제주 체육 지향해야
인구 60만 명에 불과한 제주도로서는 다른 광역시와 동동하게 경쟁할 수 있는 스포츠 인적 인프라 구성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더구나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체육고등학교가 없는 곳이 제주도다. 대신 남녕고등학교에 3개 학급 90명으로 체육학급을 운영하고 있으나 성과는 미미하다. 전국체전 등 전국 17개 시도 경쟁에서 꼴찌에 맴도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
지난해 홈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종합 11위에 올랐지만 이는 개최지 이점 덕분으로 앞으로 이 순위 유지는 언감생심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제주 전국체전 결과를 좀 더 면밀히 분석해 보면 제주 체육의 현주소는 확연히 드러난다.
제주 출신이거나 제주 연고 선수로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는 유도의 김재범(한국마사회), 양궁의 정다소미(현대백화점)와 오진혁(현대제철)을 비롯해 야구 강민호(롯데자이언츠)와 여자축구 임선주(현대제철), 남자 축구 임창우(대전시티즌), 곽해성(성남FC) 정도였다. 이 가운데 김재범, 정다소미, 오진혁은 제주연고 실업팀 소속이고 나머지는 실제 제주출신이기는 하지만 고향 팀과는 완전히 별개였다.
제95회 전국체전도 마찬가지다. 제주도는 금메달 52개를 비롯해 총 167개의 메달(은 54개, 동 61개)을 따내 종합 점수 31,861점으로 종합성적 11위, 금메달 획득 성적 9위라는 뛰어난 결과를 거두었다. 이는 물론 제주도청의 역도, 유도, 레슬링, 사격, 씨름, 태권도를 비롯해 제주시청과 서귀포시청의 육상, 수영, 복싱 등이 큰 활약을 한 덕분이기는 하지만 대한항공, 현대백화점, 현대제철 등 연고 실업팀들의 활약이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되어 주었다.
즉 제주도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육고등학교의 설립을 통한 기초 자원의 확보가 필수적이고 현재 제주대, 국제대, 한라대, 제주관광대가 육성하고 있는 대학팀의 확대도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이 겹쳐 결코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제주도체육회 원희룡 회장(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 2014 우수꿈나무 해외연수

“네덜란드는 인구가 세계 60위 밖이지만 스피드스케이팅 등 겨울 스포츠 강국이며 축구도 세계 수준급입니다. 따라서 인구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종목을 키우고 유소년 단계부터 잠재력 있는 새싹을 발굴할 수 있는 스포츠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합니다.”
또 원 회장은 산, 바다, 바람, 말 등 제주에 맞는 제주형 스포츠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특히 강조하고 있다. 바로 제주도의 경쟁력이 통하는 종목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육성함으로써 작지만 강한 제주 체육을 만들겠다는 원 회장의 의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앞으로 제주체육이 어떤 방향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 가운데 하나다.

▲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 | 김대희 사무처장

“제주 체육의 백년 대계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이제는 제주 체육의 백년 대계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항상 나오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좀 더 학교체육활성화에 중점을 두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제주 체육 기반을 다지기 위해 다시 뛰겠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 김대희 사무처장은 “제95회 제주전국체전에서 우리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고 도민들에게 모든 것을 다 보여준 것 같다”는 말로 제주체전의 성공적 개최와 종합 성적에 뿌듯함을 내비쳤다.
김 처장은 1986년 6월 1일 체육회 직원으로 발 디딘 뒤 모든 부서를 섭렵하고 28년만인 지난해 8월 20일 전국체전 개최지 사무처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불과 2개월 만에 열린 전국체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또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려 2014년을 자신의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김 처장은 제주도에서 열린 1998년 제79회와 2002년 제83회 전국체전을 담당 과장으로 치른 경험까지 있어 ‘제주 전국체전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제95회 전국체전 성공 개최 요인에 대해 “스포츠 이벤트의 성공 여부는 그 지역의 문화 수준과 비례한다”며 제주도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밑거름이 되었다는 김 처장은 그러나 인적 인프라 부족으로 선수단 구성에 애로를 겪었으며 전국체전을 위해 급조된 단체도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또 이렇게 급조를 하고도 학교 팀 창단이 어려워 결국은 해체의 수순을 밟아야 할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주도가 3번의 전국체전 개최를 통해 시설 인프라를 갖추게 됐고 운영 노하우도 쌓았다”는 김 처장은 “급변하는 체육정책 속에서 새로운 제주 체육의 출발을 위해 임기동안 학교체육 활성화를 통해 우수선수와 꿈나무 선수 육성을 위한 체계를 만들어놓고 싶다”고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지방체육회가 대한체육회의 지부임에도 중앙 차원의 지원이 부족해 예산, 인원 등 모든 면에서 힘듭니다. 지금 지방체육은 브랜드가 없습니다. 대한체육회가 지방체육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중앙경기단체에서 전국체전 개최지에 특정업체의 경기용품이나 용구들의 구매를 강요하는 사례가 있다고 쓴 소리를 한 김 처장은 국제자유도시에 걸맞게 스포츠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주 체육인들의 힘을 결집시키는데 노력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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