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화면 캡쳐

[문수호의 시시콜콜 경제] 이제라도 돈을 모아 여유로운 노후를 즐기기 위해서도, 종잣돈을 마련해 부자 되려는 깜냥도 아니다. 늘어나는 수명에 비해 벌어 논 돈이 없어 늘그막에 밥 한 끼를 벌어야 하는 퍽퍽한 경비원의 밥상 말이다. 올해까지 최저임금의 90%를 받고 일해 온 이들의 월 급여는 1백 1~2십 만원이다. 대부분 하루 24시간씩, 하루걸러 일하고 번 돈이다.

내년부터는 법에 따라 경비원에게 최저임금의 100%를 지급해야 하고, 최저임금도시급 5,580원으로 올해보다 7.1% 인상된다. 그 때를 맞춰 전국의 아파트에서 오른 급여만큼 경비원 수를 줄이려고 대량 감원의 칼바람이 매서운 한파처럼 몰려온다. 경비원들은 최저임금도 필요 없으니 고용만 유지해달라고 아우성쳐도 대부분의 고용주에게는 통하지 않을성싶다. 고용주는 아파트 주민들이자 건물 주인들이다.

고려장을 아시는지!
노동력이 다한 부모를 부양할 양식이 없어 산에다 유기한 그 고려장 말이다. 그 것은 밥 한 끼를 두고 자식과 부모 가운데 누구를 살릴 지를 선택한 결과물이다. 결과는 자식이 살기로 한 것이고. 고려장과 경비원의 밥 한 끼가 오버랩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오버랩을 넘어 더 비루해지는 까닭은 무엇인가. 절대빈곤 상태에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선택이 고려장이라면 작금의 해고사태는 내 밥그릇에서 한 술 덜어내기 싫은 몰인정함이 읽혀지기 때문일 것이다. 압구정동 신 현대 아파트의 경비원 분신자살 사태,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용역회사 교체를 통한 전원 해고 소식은 밥 한 끼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섬뜩함이 있다.

반면 이런 아파트도 있다. 서울 하월곡동 주상복합아파트 동일하이빌뉴시티 334가구 는 경비원 17명을 포함한 청소용역 등 40명을 전원 고용하고, 최저임금도 법에 따라 내년부터 인상하기로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직접고용이 가장 큰 원인이다. 용역업체를 배제해 불필요한 중간 수수료를 없애고, 전기 및 난방 절약 등의 비용절감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주민대표는 말했다. ‘매년말 파리 목숨이 되는 경비원들을 직접 고용해 한 가족처럼 가자’고.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1천649만6천개 이다. 50대, 60대 근로 일자리는 전년에 비해 각각 8.1%와 14.1% 늘어난 420여만 개로 25.4%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50대의 일자리는 302만 7천개다. 이에 비해 20대의 일자리는 0.8%줄어든 3백만1천개이다.

통계 작성이후 처음으로 50대가 20대의 일자리를 넘어섰다.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킬 만한 수치다. 젊은이들이 가져야 할 일자리를 장·노년층이 차지했다고 말이다.

그러나 장·노년층들이 재취업을 통해 갖는 일자리는 대부분 양질이 아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취업시장에 나오는 게 아니라 단순히 한 끼 밥을 위해, 생계를 위해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거개다. 그래서 가장 먼저 기웃거리는 곳이 경비원 취업시장 아닌가. 넘쳐나는 장·노년의 노동력이 노동의 값어치를 폭삭 주저앉힌 현장에 한 다리를 디밀었을 뿐인 것이다.

전국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근로소득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어느 회사에 고용되어 ‘설운’ 밥을 내 노동력과 바꾸는 직장인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경비원을 비롯해 누군가를 고용하여 노동력을 제공받고 ‘설운 밥’을 내 줄 것이다.

좋은 아파트는 어떤 것일까. 사람들은 주변 환경, 교육, 교통, 전망, 조경, 고학력이나 부유한 입주민 등을 꼽는다. 최근에는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한 아파트가 선호되기도 한다. 그러나 경비원이나 용역 청소원들을 매년 물갈이 하듯 해고하는 아파트는 좋은 아파트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월곡동 주상복합아파트의 주민들은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선택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상생이라고 부른다. 그것이 좋은 아파트의 여러 조건 가운데 최고의 조건은 아닐까. 한 평 남짓 경비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경비원의 점심이 유난히 눈물겨운 겨울 초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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