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 칼럼] 맛 길 따라 삼천리

김경아 칼럼l승인2015.04.16l수정2015.04.1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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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아의 ‘특별한 당신’] 세상에서 제일 맛난 것은 남이 차려준 밥상이라더니, 외식하러 나가는 길은 발걸음부터 새털이다. 시퍼런 만 원짜리 한 장 내도 남겨오는 소박한 밥집의 구수한 밥상부터, 맘먹고 지갑 탈탈 털어 입도 눈도 호강하는 휘황 찬란 한상차림까지. 가지각색 입맛 따라 찾아다니는 식도락의 즐거움이 얼마나 큰 행복이던가. 맛있는 밥상 앞에 앉으면 일상의 시름도 하루의 피로도 잊게 되니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한 그릇의 밥 속에 담겨있는 행복과 보약을 만나러 가는 길, 맛 길 따라 삼천리 그 길에 선 ‘특별한 당신’을 만나본다.

#돌아서면 또 생각나는 ‘은행나무 해물칼국수 집’

탁탁 타타탁! 이른 새벽부터 경쾌한 도마질 소리가 한창인 이곳은 멋드러진 은행나무가 떡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맛깔 나는 맛 집, ‘은행나무 해물칼국수 집’이다.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해물칼국수를 시키면, 탱글탱글한 보리밥이 갖가지 야채와 함께 비빔밥상 한 상 가득 신속하게 차려진다. 보리밥 위에 먹기 좋게 손질된 야채를 올리고 빨갛게 잘 익은 맛 고추장 한 스푼 듬뿍 얹어 고소한 참기름 둘러 쓱쓱 비벼내니, 신선한 야채와 톡톡한 보리밥의 찰떡궁합에 입속 가득 향긋한 봄의 향연이 펼쳐진다. 뒤이어 나오는 해물칼국수도 그 모양새가 범상치 않다. 둘이 먹기에 너무 크다 싶을 만큼 큼지막한 우람한 자태의 큰 냄비, 뽀얗게 우려나 펄펄 끓고 있는 국물의 구수한 향내가 코끝을 간질이는 푸짐한 칼국수를 보고 있자니 벌써부터 젓가락이 들썩거린다. 풍성한 야채와 신선한 해물, 먹어도 먹어도 어디 숨어 있다 나오는지 끊임없이 나오는 신선한 바지락을 까먹으며 후후 불어 후루룩 빨아드리는 면발의 그 쫄깃함이란! 탱탱한 면발에 반하고 담백한 그 국물 맛에 반하고, 먹고 또 먹고 젓가락과 숟가락의 무한반복을 이끄는 그 맛이 돌아서도 곧 생각나는 것이 참, 맛 집답게 맛깔나다.

‘은행나무 칼국수 집’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할 또 하나의 메뉴가 있다. 바로 토종닭을 푹 삶은 백숙과 녹두 삼계탕! 허연 연기 뿜어내며 가마솥 한 가득 끓여내던 그 옛날의 할머니 댁 토종닭을 절로 생각나게 하는 백숙은,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의 그 맛이 한 그릇의 보약마냥 깊고 진하다. 노폐물 해독에 탁월한 녹두와 수십 가지 약초를 한 솥에 넣어 푹 고아 끓이니 향기만 맡아도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에 한 상 가득 건강한 먹거리들이 가득하니 이 보다 더 좋은 보양식이 따로 없지 싶다. 큰 냄비 한 가득 풍성하게 덮은 부추를 먼저 건져 먹고, 오통통한 닭다리를 뜯어 짭짤한 소스에 찍어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부들부들하고 쫄깃한 그 맛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뭐 더 갖다 줄까요? 매실장아찌도 먹어봐요. 직접 만든 거라 더 맛날 꺼예요.” 인심 좋은 주인장은 밑반찬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식사 내내 조용히 살피며 필요를 채워주니 맛도 좋고 인심도 좋고! 배부르게 돌아서는 발걸음이 기분 좋아 흥이 난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고 ‘은행나무 해물 칼국수 집’의 비밀 속에는 더 맛난 이야기가 숨어있다. 신선했던 야채, 마늘, 양파, 버섯, 고추 그리고 토종닭 등등. 깨끗하고 신선한 이 재료들은 다름 아닌 남편 안상길씨의 작품이다. 더운 날 목마르랴 물대고, 추운 날 얼어붙으랴 감싸가며 농사짓고 기른 안심 먹거리들이니 그 맛이 다를 수밖에. 오늘 먹은 버섯무침이 참 고소하니 담백하다 싶더라니 이른 새벽 따온 것이란다. 식당 안 부엌문을 열고 나가니 마늘이며, 메주며, 양파며, 고추며 손수 기른 자식 같은 식재료들이 가득이다. 남편은 정성스레 농사짓고, 아내는 맛깔나게 요리하고! 부지런한 아내는 장아찌며 메주며 시간 나는 대로 무치고 담고 다듬고 맛있다 칭찬하는 손님상에 낼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난다. 정성껏 만들어 자식도 주고, 자식 같은 손님도 주고, 음식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며 건강하게 만들어서 배부르게 먹으면 그만이라는 그녀의 말 속엔 이래서 맛 집이지 싶게 소박하지만 고집스런 주인장의 마음이 담겨있다. 계산기 두드리면 더 쉬운 길도 많을 텐데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힘들고 고된 길을 걸으며 착하고 맛난 음식을 만들려는 귀한 고집쟁이 안상순, 김해순 씨. 맛 집의 ‘특별한 당신’ 그들의 고집과 부지런함이 참, 귀하다!

*은행나무 칼국수 : 충남 서산시 석림동 626-2 (041-662-5717)

김경아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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