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마의 세이보리 로그(Savory Log)] 2000년 후반까지만 해도 수제 햄버거하면 많은 사람들이 크라제버거를 떠올렸다. 지금은 법정관리 등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데이트 필수코스로 여겨질만큼 인기가 많았다. 크라제버거가 당시의 버거 프랜차이즈와의 큰 차별요소는 햄버거의 높이와 서빙이었다. 한손에 잡아 먹기 힘든 높이로 나이프와 포크가 필요했고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착석하여 주문하고 서빙받는 형태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프리미엄 포지셔닝으로 버거와 콜라 등의 판매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두 개만 시켜도 10,000원이 넘었다. 높은 가격이었지만 당시 높은 인기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었다.

그러나 크라제버거는 수제햄버거가 프랜차이즈가 되는 것이 참 힘들다는 명제를 각인시켜주는 필자에게는 하나의 큰 가르침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제햄버거가 갖고 있는 유니크함, 뛰어난 쉐프의 안목에 의한 재료 관리, 잘 조리된 핸드 메이드 번과 패티는 시스템 측면의 관리를 요하는 규모에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의 안목과 기대, 기준이 상향 조정되고, 제대로된 수제햄버거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개인 레스토랑이 이태원, 가로수길 등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프리미엄 포지셔닝은 빛이 바랬다.

당시에 외식 시장 및 햄버거 시장의 실태 조사를 몇 번 진행하면서, 필자가 속해있던 버거킹의 포지셔닝이 애매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크라제버거의 성황 이전에는 햄버거의 프리미엄은 버거킹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크라제버거가 해당 컨셉을 소유하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 한동안 지속된 적이 있다. 당시에 여러 종류의 제품 라인업 개선과 차별화된 프로모션에 많은 힘을 쏟았었다. 마케팅 측면에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브랜드의 소멸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황 타계를 위한 방향은 크라제가 아니였다.

필자도 제품 개발자로서 이후에도 브랜드 관리자로서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많은 수제 햄버거 레스토랑을 찾았다. 프랜차이즈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어느정도 안정적인 제품의 컨셉에 대해 고민한다면, 수제 레스토랑은 시장 자체는 작지만 독특함과 비대중성을 기본적인 속성으로 가지고 있는 틈새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의 담당자는 여러 맛집을 돌아다니며 소속한 브랜드와 맛집의 접합점을 찾아내고자 노력할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수제 햄버거만이 낼 수 있는 맛은 프랜차이즈에서는 과감히 포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고기 굽기 정도나 수란 같은 것 말이다.

햄버거 여섯번째 로그에서는 필자가 돌아다니면서 공부했던 여러 수제 햄버거 레스토랑에 대해 간단히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이제 시작하겠다.

1. 인앤아웃 버거의 한국판 : 썬더버거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애플의 아이팟터치는 필자의 가장 혁신적인 장난감이었다. 마치 갈라파고스 섬에서 살고 있다가 신세계를 경험한 느낌이었다. 그 때 인앤아웃의 앱을 다운받아 매장 위치를 한국에서 검색하니 두 군데가 있었다. 그게 바로 썬더버거였다. 인앤아웃버거의 앱에도 있을 정도면 맛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방문을 했었다. 그렇지만 인앤아웃버거와 동급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썬더버거의 제품은 필자가 생각하는 햄버거의 원칙 1) 육즙이 배어나오고 탄력이 있는 냉장육 2)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 3) 고객의 입 크기에 맞는 햄버거 이 세가지가 잘 적용되어 있었다. 또한 감자튀김도 생감자를 그대로 튀긴 레시피를 사용 중이었다.

▲ [베이컨버거 - 썬더버거 / http://prettynim.tistory.com/507]

몇 가지 아쉬운 점은 햄버거를 먹고 머리 속에 그려지는 특징이 없다는 점이 첫번째였다. 시즈닝 자체가 거의 없고 다소 밋밋한 느낌의 구성은 인앤아웃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인앤아웃의 버거는 한 번 무는 순간 아삭함에 놀라고, 아삭함에서 뛰쳐나오는 육즙과 채소의 신선함에 놀란다. 좋은 재료를 쓴다는 점은 이해를 했지만, 하나의 그림을 그리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두 번째는 후렌치후라이를 튀기는 기름의 온도였다. 바삭한 후렌치 후라이를 조리하기 위해서는 화씨 375도(섭씨 195도) 이상의 온도가 유지되야 하고 전분이 거의 없는 감자튀김의 경우 수분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분이 밖으로 나오면 온도가 떨어지고, 후렌치후라이의 생명인 바삭함을 없애버린다. 패티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 것은 맞지만, 감자 또한 바삭한 후렌치후라이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점은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2. 재료 하나하나가 훌륭한 자코비 버거

이태원에서 유명한 수제햄버거 레스토랑 중 하나인 자코비버거는 재료하나하나로 따졌을 때 그 퀄리티에 매우 놀라웠다.

▲ [이태원 자코비 버거]

특히 필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패티는 그 쫄깃함과 묵직함, 육즙이 꽤 높은 수준이라 생각했다. 사진에서 본대로 와규(일본소)의 목등심과 차돌 양지로 만든 230g의 패티는 혀에 꽤 깊은 메세지를 전달한다. 패티만을 잘라서 먹었을 때 스테이크에 견줄만한 육즙과 탄력이 느껴져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 빵이나, 치즈, 소고기 패티 종류와 굽기 정도, 양파, 토마토 등의 선택 유무를 하나씩 선택할 수 있도록 해 DIY의 고객 만족을 실현하였다. 자코비 버거의 컨셉과 매장 운영 방식은 확실히 기존 프랜차이즈와는 대비되는 것이다. 채소의 품질은 매우 뛰어난 편으로 채소를 자르는 두께부터 적당한 수분 함유까지 채소 각각의 좋은 품질 유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필자가 자코비 버거에 아쉬운 점은 너무 높은 햄버거의 크기였다. 처음에 두 손을 이용하여 한 입에 먹어보고자 노력하였으나 입에 대보는 순간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입에서 느낄 수 있는 빵과 패티, 채소들의 향연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대신 나이프와 포크를 이용해서 재료 하나하나를 음미하는 수 밖에 없었다. 두께가 조금 낮아 한 입에서 이 좋은 재료를 느낄 수 있는 메뉴가 있다면 더 좋은 레스토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태원 자코비 버거 - 햄버거(페퍼잭 치즈, 베이컨 토핑)]

3. 반숙 계란이 멋진 햄버거 소스로 스모키 살룬

필자가 제품 개발자 시절 가장 흔하게 하던 고민은 어떤 소스를 쓸까였다. 웨스턴 계열의 브라운소스, 그래이비, BBQ 소스, 치즈 소스부터 일식 느낌의 데미그라스 계열의 데리야끼, 돈까스 소스, 한식을 접목한 불고기 소스, 갈릭 소스 등 다양한 소스를 가지고 햄버거를 테스트해보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것이었다. 그러던 중 당시부터 꽤 유명했던 스모키 살룬을 방문하게 되었다. 반숙이 올라가 있다는 컨셉이 매우 재미있어서 먹어보게 되었는데 계란이 소스를 완벽하게 대처하고 나아가 패티가 전달하지 못하는 쥬이시함을 제공하는 것을 보고 큰 공부를 하게 되었다.

▲ [스모키 살룬 - 앰뷸런스 버거2]

참 맛있게 즐겼지만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반숙같은 요리 과정은 프랜차이즈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과정이다. 품질의 일관성이나, 반숙의 레시피 관리 등은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개 ~ 300개의 매장이 동일한 맛을 내도록 준비, 개발, 출시 및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하지 못하는 부분은 과감하게 도려낼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4. 마치며

프랜차이즈 햄버거와 수제 햄버거는 분명 햄버거 시장을 발전시키는 양대 축이다. 그렇지만 프랜차이즈가 지향하는 사업 전략과 수제 햄버거의 사업 전략을 분명히 틀리다고 생각한다. 수제 햄버거의 프랜차이즈화는 크라제버거의 선례처럼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프랜차이즈는 대중이 좋아할 수 있는 다소 범용이고 안정적인 제품의 개발이 주요 선택 논리라면 수제버거는 소수를 대상으로 할 수 있지만 독특함을 무기로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전략점일 것이다.

한국 소비자의 식문화를 즐기는 기준은 갈수록 높아져가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일부 소수만이 즐기던 장소는 많은 대중이 향유하는 문화가 되고 있고 또 하나의 삶의 즐거움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최근 맛과 맛집에 대한 관심과 SNS를 통한 소통은 그 확장속도를 촉진하고 있고, 그만큼 외식업은 고객의 기준에 맞추기 위한 수준 높은 메뉴를 연구하고 준비해야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맛집의 경쟁자는 건너편 햄버거 레스토랑이 아닌 페이스북에 언급되는 다른 지역의 맛집, 해외의 유명 맛집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주가 아닌 발전과 자기개발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케터 윤현탁]
버거킹 마케팅팀 프로덕트 매니저/브랜드 매니저
한솥 마케팅팀 커뮤니케이션 파트 과장
현) 하인즈 마케팅팀 매니저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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