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우부장

[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대한의원] 창경궁로를 따라 창경궁의 후원이었던 옛 함춘원 자리. 1908년 당대 동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초대형 신식병원이 들어섰다. 근대의학의 분과 진료와 체계적인 의학교육, 대한의원의 시작이었다. 

을사조약 후 통감부의 지휘 아래 당시 관청 건물을 담당했던 탁지부 소속의 일본인 건축가에 의해 설계되었으며 본관, 7개 병동과 의학교 등 2천 평이 넘는 초대형 의료기관으로 개원하였다.

대한의원과 같은 역사주의 건축 양식은 중앙을 강조하고 좌우를 대칭으로 구성하는 게 일반적인데 특히 중앙 현관문을 강조하면서 시계탑을 설치하여 당시 사람들에게 시간이라는 개념을 각인시켰다. 이는 신바로크 양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동시대의 다른 건축에서는 볼 수 없는 양식이다. 정면과 후면의 완전 대칭, 동판 지붕 아래 붉은 벽돌과 흰색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대한의원은 대한제국 초기 지어진 서양식 건축물 중 고전적인 기법을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은행, 동양척식주식회사와 더불어 1900년대 초 서울의 3대 명물 건축물로 손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의원은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었던 제중원과 더불어 우리 근대의학의 뿌리를 내린 의료기관이란 점에서 더욱 가치가 높다. 대규모 의료진과 전문 분과별 진료, 체계적인 교과 과정을 둔 4년제 의학교육 실시, 대한의원은 국가보건의료사업의 확실한 중심으로 선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어 있긴 하지만 ‘대한’이란 국호를 병원 이름으로 지은 것으로 봐서 그 상징성에서 드러나듯이 고종황제와 조선인들의 발언권도 반영되어 있는 병원이라 볼 수 있다.

대한제국시절의 근대의료시설을 통합해 발족한 대한의원, 조선총독부의 내정 간섭 의도가 작용했지만 그 내용물은 모두 대한제국이 스스로 이룬 근대화의 성과였다. 조선의 궁궐 자리에서 군주권을 상징하는 태극 문양을 새기고 들어선 대한의원, 우리 근대의학은 그렇게 뿌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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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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