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식박사

[신수식의 세상 읽기] 일본이 자국의 산업시설에 대해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등재후보 산업시설이 과거 자신들이 조선인들을 강제징용과 강제노역(forced to work)을 자행했다는 표현을 놓고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한 게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행태가 아닌가?

2015년 7월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일본정부 대표단은 영어로 된 성명을 통해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 산업 시설에 의사에 반(反)해 끌려간 한반도 출신자 등이 노동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고 밝혔다. 그 결과 이 시설들은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등재가 결정되었다. 등재가 결정되고 나서 바로 일본정부는 앞으로 타국과의 양자 협의, 국제회의 등 다양한 기회를 활용하여 한반도 출신자들의 노동이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조약이 금지하는 강제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힐 방침이라고 한다. 이 같은 방침은 한반도 식민지지배가 합법이었다는 인식에 기반을 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전쟁 중에 합법적으로 식민지배를 한 한반도에서 징용한 것은 국제법이 금지하는 위법행위인 강제노동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국제사회에 알리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015년 7월 6일 기자회견에서 1944년 9월부터 1945년 8월 종전(終戰)때까지 그 사이에 국민징용령에 근거를 두고 한반도 출신자의 징용이 이뤄졌다며 이런 동원은 이른바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은 일본정부가 주장해 왔던 기존의 견해라는 것을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스가 관방장관은 유네스코세계유산 등재에서 언급한 forced to work라는 표현이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였으며 일본정부의 성명번역본은 강제성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원하지 않는데’ 일을 하게 됐다는 표현을 썼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미 세상은 역사에서 일본제국주의가 한반도를 비롯하여 많은 아시아지역에서 전쟁과 함께 강제적 불법지배를 통해 엄청난 고통을 이들에게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거슬러 자신들의 잘못을 합리화하거나 정당화 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릇된 주장을 거듭하는 일본의 모습에서 우리와 세계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 ksb방송화면 캡쳐

같은 시기에 거의 비슷한 행위를 했던 전범국가 독일은 모든 잘못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보상 및 배상을 하였으며 공개적으로 독일을 대표해서 진정으로 깊은 사과를 해왔다. 특히 독일에 의해 피해를 당했던 당사자들이 받아들이는 사과를 했다는 점에서 화해가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열린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대부분의 나치스 수뇌부들은 판결을 받고 처형되거나 구금되었으며 지금까지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전범에 대한 조사를 해왔고 얼마 전에는 69년 전 저지른 전범행위에 대한 재판을 열어 과거 전범에 대한 무한심판이라는 의지를 보여주며 지난날의 잘못을 확실히 짚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달리 일본은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잘못된 역사와 행위를 합리화하고 정당화 할 수 있는지에 혈안이 되어 피해를 입은 국가와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앞서서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독일 본에서 진행된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일본은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발언했는데 등재결정문 주석형태로 이 발언은 첨부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이 있고 하루 만에 일본이 조선인 징용 강제성을 부인하였다.

필자는 국민이든 국가든 인간사회의 무대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이다. 물론 선진국가, 선진사회를 위한 조건은 많다. 그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고 조건이 바로 신뢰이다. 따라서 신뢰가 강한 사회가 선진사회며 선진국가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뢰가 없는 일본의 행태는 결국 스스로 일본이 선진국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세상 모두에게 다시 한번 이 사실을 확인시키고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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