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우부장

[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학림다방] 뮌헨 슈바빙, 가스등을 못 잊어하던 전혜린의 우울이, 민주화 거사를 모의하던 학생운동가들의 비밀스러운 밀담은 물론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 예술계 인사들의 단골 다방으로 사랑받았으며 갑론을박이 펼쳐졌던 곳, 지금도 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 바로 대학로의 “학림다방”이다.
대학로가 생기기 훨씬 오래전인 1956년, 옛 서울대 문리대 건너편엔 다방 하나가 문을 열었다. 당시엔 이곳에 개천이 흐르고 개천 위로 작은 다리가 있어 학생들은 2층 다방 창가에 앉아 그들만의 센 강과 미라보를 내려다봤다. 서울대 문리대의 옛 축제명인 '학림제(學林祭)'에서 이름을 딴 '학림다방'은 문리대 제25강의실로 불리기도 했다.

이청준, 전혜린, 천상병을 비롯해 김지하, 황석영, 김민기 등 예술계 인사들의 아지트이자 4.19 혁명, 학림사건 등 서슬 퍼렇던 역사를 공유했던 오래된 다방. 그 시간들은 이제 수많은 인사들과 사람들의 추억으로 남았다.

최근 학림은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꾀하며 대학로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클래식 음악다방으로서의 명맥을 잇기 위한 테마음악 감상회 개최, 학림 홈페이지를 통한 적극적인 교류, ‘브랜드 학림’의 홍보 등이 바로 그것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들의 아지트로 사랑 받는 곳, 옛 추억의 명소일 뿐 아니라 커피가 맛있는 집. 그래서 머리 희끗한 단골과 커피 마니아 젊은이들의 공존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공간.
학림은 100년 전통의 진정한 명소로 대학로를 빛낼 것이다.

학림은 아직도,
여전히 60년대 언저리의
남루한 모더니즘 혹은 위악적인 낭만주의와
지사적 저항의 70년대쯤 어디에선가 서성거리고 있다.
나는 어느 글에선가 학림에 대한 이러한 느낌을
 “학림은 지금 매끄럽고 반들반들한
 ‘현재’의 시간 위에 ‘과거’를 끊임없이
되살려 붙잡아 매두려는
위태로운 게임을 하고 있다“라고 썼다.
             ...  (중략)  ...
묵묵히 속삭이는 저 홀로 고고한 섬 속의 왕국처럼...
이 초현대, 초거대 메트로폴리탄 서울에서
1970년대 혹은 1960년대로 시간 이동하는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데가 몇 군데나 되겠는가?
그것도 한 잔의 커피와
베토벤을 곁들여서...
                              - 황동일(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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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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