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열의 뮤직 저널] 최근 몇 년 간 음악 방송의 트렌드는 ‘아이돌 음악’이었다. 특히 여성 걸그룹 음악이 대세였다. 화려한 안무, 과도한 노출, 예쁘장한 외모는 음악 외적 요소였지만 그들의 음악을 대중한테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음악의 본질’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난해한 가사의 등장, 의미 없는 후크송, 영어 가사의 남용은 음악성과는 전혀 거리가 먼 요소였다. 덕분에 ‘음악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마음에 와 닿는 노래를 찾기 힘든 시대가 되어버렸다. 아이돌의 인기에 밀려 실력 있는 가수들은 방송에 나오기 더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 있는 음악으로 대중에게 인기를 받는 밴드들이 등장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평범한 일상’을 추구하다

2012년 제3회 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표창
2012년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상

장기하와 얼굴들의 수상내역이다. 밴드 음악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세간의 편견을 깨고, 그들만의 ‘정체성’이 담긴 음악을 선보이면서 이뤄낸 성과다. 그렇다면 장기하와 얼굴들은 어떤 음악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된 걸까?

장기하와 얼굴들은 록밴드지만 저항 정신이 담긴 가사와 폭발적인 사운드로 승부하지 않는다. 그들은 ‘평범한 일상’을 노래에 담아냈다. 2008년 싱글 앨범 ‘싸구려 커피’가 대표적인 예다. 이 노래를 들어보면 장기하만의 독특한 가사를 접할 수 있다. 혼잣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중독성 있는 가사의 매력에 빠진다.

2009년에 나온 1집 ‘별일 없이 산다’는 기존 음악의 틀을 완전 깬 희한한 음악이었다. 사랑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그들만의 생각이 담긴 노래를 불렀다. 또한 느림의 미학이 느껴지는 일상의 가사와 보컬 장기하의 목소리는 ‘환상의 조합’이었다.

1집 앨범의 성공을 거둔 이후로도 장기하와 얼굴들은 그들만의 음악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작년 가을에 나온 3집 ‘사람의 마음’은 로큰롤의 기초에 충실하면서 다양한 사람의 마음을 담았다.

데이브레이크, ‘달콤한 로맨스’와 다채로운 사운드

달콤, 사랑, 낭만. 데이브레이크를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데이브레이크는 록밴드지만 달콤한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2007년에 데뷔한 그들은 1집 ‘Urban Life Style’을 통해 편곡 능력과 풍성한 사운드를 대중들에게 보여줬다. 특히 나미, 조용필 같은 거물급 가수들의 노래를 리메이크 했는데 원곡 못지 않게 훌륭한 음악을 만들었다.

그동안 한국 음악은 ‘슬픈 사랑’의 심정을 표현하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데이브레이크가 추구하는 사랑은 달콤하다. 그들에게 사랑은 슬픔의 소재가 아니라 기쁨의 소재이다. 특유의 직설적인 가사와 대중 친화적인 팝 사운드는 젊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된 계기였다.

지난 여름, 데이브레이크는 ‘CUBE’ 앨범을 통해 컬러풀한 뉴웨이브 음악을 선보였다. 레트로 팝 프로젝트 앨범인데 그들의 혁신적인 시도와 변화를 엿볼 수 있었다.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은 항상 발전하고 진화한다. 기존의 음악 사고에 머무르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자세가 진정한 ‘프로의 자세’가 아닐까.

혁오, ‘20대의 감성’을 노래하다

무한도전 가요제에 출전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밴드를 알고 있는가? 바로 혁오이다. 혁오는 홍대 인디신에서 유명한 밴드였지만 무한도전에 출연한 이후로 일반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혁오의 음악은 화려하지도 않고 다채로운 사운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평범한 밴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혁오의 음악을 한 번만 들어본다면 말이 달라질 것이다. 20대의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가사와 사운드는 청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독백체에 가까운 노래는 ‘인생 고백’을 담아내고 있다.

위잉위잉 하루살이도/처량한 나를 비웃듯이 멀리 날아가죠/비잉비잉 돌아가는/세상도 나를 비웃듯이 계속 꿈틀대죠-‘위잉위잉’의 가사 中

위 가사를 보면 오혁(보컬, 기타)의 삶을 나타내고 있는 동시에 이 시대를 살고 있는 20대의 아픔도 드러내고 있다. 혁오의 노래가 많은 사람들한테 인기를 얻는 이유는 노래에 ‘공감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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