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주동일의 ‘롤링인더딥’] 대학생들이 방학과 휴학 기간 동안 유럽 여행을 간다. 마카롱 같은 디저트가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소니엔젤’과 ‘베어브릭’ 같은 아트토이를 모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Verse 1] ‘작은 사치’, ‘가치 소비’
문화적 다양성에서 본다면 유럽 여행과 디저트, 아트토이(예술가들의 디자인이 더해진 장난감) 수요자가 증가하는 현상은 바람직하다. 외국에 가서야 접할 수 있었던 문화들을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현상들은 단순히 문화적 다양성으로만 보기에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 이들은 ‘작은 사치’라고도 불리는 ‘가치 소비’에 해당하는 소비 현상들이다. 가치 소비는 제품이 다소 비싸더라도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한다면 가격과 만족도를 따져 구매하는 소비 형태로, 주로 20~30대 소비자들에게서 볼 수 있다.
이는 주로 기성세대가 강조하던 저축과 다른 모습이다. 저축이 ‘내일을 위한 오늘’이라면 가치소비는 오히려 이들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나왔던 ‘카르페디엠(현재를 즐겨라)’에 가까워 보인다. 한 때 소비의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가치 소비를 알아보기 위해 통계 자료를 조사하고 인터뷰를 실시했다.

[Verse 2] 소비의 카르페디엠은 어디까지 퍼졌을까? 그리고 어떻게 바라볼까?
여대생 K(23)씨는 대표적인 아트 토이 중 하나인 ‘소니엔젤’을 모은다. 현재 대학교를 휴학하고 인턴을 하고 있는 그녀와 만나 가치 소비에 대한 짧은 인터뷰를 했다.

Q : 소니엔젤을 모으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 2012년 1월부터요. 중간 중간 쉬기도 하고 유학도 다녀와서 공백기가 조금 있었어요.
Q : 그 동안 얼마나 모으셨나요?
- (자신이 모은 아트 토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소니엔젤은 약 40여개, 그 외에 베어브릭 등 다른 아트 토이도 있었다.)
Q : 아트 토이를 모으는 이유는 뭔가요?
- 우선 귀여운 게 제일 크죠. 그리고 매번 발매되는 한정판 때문에 약간 희소가치도 있고요.
Q : 가치를 위해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에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뭔가 돈이 생기면 이 가치를 위해 소비해야지 하는 목적의식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거랑 비슷한 맥락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니엔젤이랑 비슷하게 책도 수집해요. 제 입장에서는 뭔가 차별화도 되고 아기자기한 것도 좋아하다보니까 모아져 있는 거 보면 흐뭇하기도 해요.

이 같은 가치 소비는 K씨뿐만 아니라 다른 20대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1) 에 따르면 20대의 90.5%가 최근 6개월 이내에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나 본인의 만족과 기분전환을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대답했다. 또한 32.3%가 나를 위한 소비를 5회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조금 세부적으로 보면, 대학생 중 30.4%가 어학연수를 위해 휴학하고 24.2%가 여행 및 휴식을 위해 휴학을 한다.2) 일본에서 10년에 걸쳐 진행되던 디저트 시장의 성장과 변화가 한국에서는 1~2년 안에 이루어지고 있고3), 국내 아트토이 시장 규모는 연간 70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되며 매년 20%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4) 이처럼 가치 소비는 시장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우리나라 전반에 퍼져가고 있다.

주목할 점은 가치 소비를 주로 하는 20대들이 가치 소비를 대하는 태도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보도에 따르면 20대의 절반 이상(51.9%)이 가치 소비를 ‘저렴한 가격 대비 효용이 큰 소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20대들은 가치 소비를 과시적인 사치가 아니라 자신의 만족감을 채워주는 합리적인 소비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같은 보도에서 20대의 82.9%가 여가 시간을 위해서라면 연봉 339만원까지 포기할 수 있다고 대답한 점에서 보면, 가치의 소비는 ‘손에 잡히는 행복’을 중시하는 20대들의 가치관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는 삶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다. 일부 결혼정보회사들이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 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소비가 한 인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봤을 때 가치 소비는 흔히 기성세대가 말하는 ‘요즘 애들은 절약정신이 없다.’를 넘어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가치 소비를 통해서 20대들의 경제적인 상황과 가치관, 그리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절충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2014년의 마지막 달에 실시된 한 설문5) 에서, ‘2015년 한국 경제는?’ 이라는 질문에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44.6%였던 반면 ‘나아질 것’이라고 답변한 사람은 10.1%에 불과했다. 나머지 45.3%는 ‘비슷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어쩌면 가치 소비는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는 밝은 미래’와 ‘그것 보다는 조금 덜 밝지만 손에 잡히는 현재’ 사이에서 내린 20대들의 절충안으로 바라봐야 할지도 모른다.

[Outro] Carpe diem
현재를 즐기라고 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에 지나치게 충실해 내일을 불안해하는 것과, 반대로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 사이의 어딘가에서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중용을 찾아야 할 것이다. 소비의 카르페디엠인 가치 소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비에 가치가 적극적으로 개입된 ‘가치 소비’는 타인에게 평가받기 힘들다. 가치 소비의 올바른 방향은 오직 개인의 주관에 의해서만 정해질 수 있다.

다만, 현재의 행복이 조금 더 길어질 수 있도록 당신이 신중하게 선택하기를 조심스럽게 바랄 뿐이다. 당신이 당신의 가치를 위해 어떤 소비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당신이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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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국 20대 남녀 39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가치소비 트렌드 조사, ‘대학내일20대연구소’ 2015.03.31.
2)대학생 4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복수 응답 가능 설문, ‘커리어’ 2014.11.26
3)서울경제 기사 2015.03.04
4)중앙 시사 매거진 기사 2014.07.23
5)전국 성인남녀 812명 대상으로 진행된 경제적 행복지수 조사 ‘한국경제신문’, ‘현대경제연구원’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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