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열의 뮤직 저널] 올해는 한국인디음악 2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데뷔한지 어느덧 2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펑크 음악을 하고 있는 밴드가 있다. 바로 크라잉넛이다. 멤버들 나이가 마흔이 되었지만 그들의 펑크 인생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펑크 1세대의 아이콘인 크라잉넛의 음악 인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풋내기 펑크 밴드, ‘말 달리자’를 외치다
크라잉넛은 1995년 4월 홍대클럽 드럭에서 열렸던 공연 중에 무대로 난입하면서 한바탕 소란을 벌였다. 7월에 드럭 오디션에 합격하고 8월부터 박윤식, 이상면, 이상혁, 한경록 4명이서 공연 활동을 시작했다. 오디션 당시 크라잉넛은 멤버들의 포지션도 제대로 있지 않은 상태였다. 악기를 다룬지도 얼마 되지 않은 풋내기 밴드였다.
그들은 인디음악 1세대이자 펑크라는 장르를 대중에게 처음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펑크의 음악적 정의는 무엇일까? 펑크록(Punk Rock)은 쉽게 말해 70년대 중반 이후 영국과 미국에서 태동한 거칠고 반항적인 록 음악을 의미한다. 단순하고 강렬한 코드, 빠른 리듬을 기반으로 해서 젊은 사람들한테 큰 인기를 얻은 장르이다.
크라잉넛은 1996년에 옐로우키친과 함께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인 ‘Our Nation’을 세상에 내놓았다. 앨범의 타이틀곡인 ‘말 달리자’가 대중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미쳐 날뛰는’ 펑크록이 당시 20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순간이었다.
새로운 멤버의 영입과 히트곡 탄생
1999년에 크라잉넛은 김인수(아코디언, 키보드)를 새로운 멤버로 받아들였다. 김인수가 들어온 이후 그들의 음악 사운드는 한 층 더 다양해졌다. 서커스 매직 유랑단, 밤이 깊었네. 2집과 3집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서커스 매직 유랑단은 팔도강산을 유랑하는 크라잉넛의 모습을 광대에 빚대어 노래한 곡이다. 자유로운 펑크 정신과 장난기 넘치는 분위기가 있어 정말 재미있는 노래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밤이 깊었네는 기존의 크라잉넛의 음악 컬러와는 약간 다른 면이 있다. 이 노래는 단순히 방방 뛰는 노래가 아니라 경쾌하면서도 진솔한 사랑의 가사를 담고 있다.
‘평화로운 세계’를 꿈꾸다
이제 곧 하나가 될 KOREA/손잡고 떠나보자 세계여행/피부색깔, 말은 모두 틀려도/우리는 자랑스런 인간이다/다 같이 노래하자 룩셈부르크-5집 ‘OK 목장의 젖소’ 룩셈부르크 가사 中
룩셈부르크는 중독성 있는 가사와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따라 부르기 쉬운 점과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고 있는 가사가 이 노래의 인상깊은 점이다. 룩셈부르크는 5집 앨범의 타이틀곡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도 크라잉넛을 대표하는 명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는 ‘타오르는 땅콩’이다
2년 전 여름, 크라잉넛은 7집 ‘FLAMING NUTS’를 발표했다. 그들의 음악이 여전히 신선하다는 것을 팬들에게 보여줬다. 힙합, 레게를 펑크와 결합시켰고 일상의 자유로움과 현실 풍자의 노래를 공개하면서 “펑크 1세대의 음악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냈다.
Give me the money/물질만이 지배하는 더러운 세상/인생의 치트키 따윈 없겠지-7집 ‘FLAMING NUTS’ Give Me The Money 가사 中
물질만능주의 현실을 비판한 가사다. 직설적인 가사로 사회의 현실을 꼬집었다. 크라잉넛의 음악은 펑크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펑크를 토대로 다양한 음악 장르를 받아들이고, 탄탄한 연주력과 팀워크가 만드는 사운드로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애쓴다.
지치지 않는 펑크 정신
2000년 아시아 MTV 선정 한국의 최고뮤지션
2001년 Mnet 뮤직 어워즈 올해의 인디부문
2013년 Mnet 대한민국 레전드 100 아티스트
2013년 한국 인디음악 Top 100-2위 ‘말 달리자’
크라잉넛의 대표적인 수상 내역과 성과다. 20년 동안 음악을 하면서 중간에 한 명의 멤버를 추가로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크라잉넛은 멤버가 한 명도 바뀌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훌륭한 음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멤버들의 끈끈한 우정이 있었다.
“20년 뒤에도 펑크 음악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보컬 박윤식이 했던 말이다. 그의 말처럼 20년 뒤에도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까 싶다. 항상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크라잉넛의 모습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