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마의 세이보리 로그(Savory Log)] 여름의 속초는 매우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하게 부는 바람은 귀를 간지럽히고, 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는 머리 속에 있는 온갖 고민거리와 업무 스트레스를 순식간에 지워버리며 뒤편에 우뚝 솟아있는 설악산은 텅빈 머리 속에 새로운 비전과 밝은 미래를 새겨넣는다. 새볔아침 일어나 해와 함께 해변가를 걷다보면 몸은 따뜻해지고, 마음은 온화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맛집이 많은 곳이 아닌 가슴을 울리는 자연경관이 있는 속초는 언제나 보고 싶은 장소임에 틀림없다. 속초의 뜨거운 여름 아래서 바다와 산을 다니다보면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국물과 맛을 가진 속초의 맛집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이 다는 아니다. 지난번 속초의 아침을 빛나게 해주는 아침식사를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점심이다.

1. 소야동치미막국수

주문한 막국수는 매우 담백한 모양을 하고 있다. 메밀면 위 들깨가루와 김가루가 가득 들어가 봉긋한 모양으로 그릇에 담겨져 나온다. 먹는 사람의 취향에 맞게 먹을 수 있도록 동치미 국물이 항아리에 별도로 나오고, 양념등도 따로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다. 필자는 이곳의 막국수를 먹기 전에 동치미육수가 있는 항아리 채 들고 동치미육수를 맛본다. 한입, 두입 마시다보면 어느새 얼음과 아삭한 무만 남아있다. 담백하지만 고소함이 느껴지고, 손이 시릴정도의 시원함은 아니지만 온 몸의 기운을 냉기로 뒤덮는다. 국물을 다 먹고난 다음 아삭한 동치미 무를 입에 문다. 이미 한그릇 값을 다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동치미 국물과 무는 매우 깔끔하고 여운을 주는 맛을 가지고 있다.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 국물 한 그릇을 다시 시키고 막국수에 담는다. 똑똑 끊어지는 매밀면과 고소한 들께가루, 짭조름한 맛을 전달해주는 김이 어우러져 깔끔한 동치미 막국수를 쉬지않고 먹게 한다. 시원한 국물까지 다시 들이키고 나서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 까먹지 말고 주변에 있는 열무와 백김치도 먹어보자!
아삭하고 쌉사름한 맛 또한 꽤 만족할 것이라 확신한다.

이곳은 수육도 있지만 막걸리를 마시고 싶은 사람 정도에게만 추천한다. 맛이 없다기 보다는 이곳에서 너무 배를 채워버리면 다른 맛집에서 맛을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2. 물회

여름하면 냉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속초에서는 물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새콤달콤하고 시원한 육수안에 들어간 각종 해산물들이 각종 야채들과 어울려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여름을 날려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하는 물회는 간단한 오징어가 채쳐서 들어간 심플한 물회부터 봉포머구리회처럼 성게, 멍게, 광어, 방어, 개불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화려한 물회까지 존재한다. 물회라는것이 애초에 간단한 끼니 해결용으로 탄생하였지만, 현재는 한끼 식사 개념이 더 강하다. 시원한 초장국물에 밥 한 공기 말아서 또는 소면을 말아서 먹으면 갈증해소에는 딱이기 떄문이다.

속초의 물회는 맛있는 곳도 많고 유명한 곳도 많아 따로 식당 이름을 정하기 보다는 간단하게 각 식당의 특징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속초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봉포머구리회는 성게모듬물회가 매우 유명한 식당이다. 모든 재료가 신선하여 해산물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그날그날 잡아서 섞이는 다양한 횟감은 만족감을 배가 시킨다. 또한 진하지 않고 슴슴하고 담백한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아 국물을 계속 즐기기에 최고의 맛을 선사한다. 물회를 주문하면 같이 딸려오는 소면을 말아서 한 입 먹으면 물회를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봉포머구리회의 국물이 약간 심심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청초수물회의 해전물회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있다.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해전물회는 해삼과 전복, 멍개가 올라오고 진하고 묵직한 육수와 함께즐길 수 있다. 씹으면 단단해지는 해삼의 오도독 소리를 들으면서 소면과 함께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청초수물회의 육수는 진하게 우려낸 사골국물에 순수 고춧가루로 담근 전통장 등을 배합한 후 이를 또 다시 7일간의 숙성기간을 거쳐 물회육수로 만든다고 한다. 약간 쌉사름한 맛이 나는데 참조하여 먹으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물회 중 가장 기본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려운 오징어 물회집을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오징어 순대가 유명한 곳이기도 한 이곳의 오징어 물회는 저녁에 방문하면 재료가 떨어졌을 확률이 높아 잡어 물회로 대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곳의 육수는 가장 물회의 기본적인 맛인 초고추장 국물의 맛이 가장 강하게 전달이 된다. 그러나 텁텁하거나 또는 비리거나 조미료 맛이 나는 느끼한 국물이 아닌 깔끔함을 주무기로 하는 국물로 먹고 있으면 혀가 가벼워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케터 윤현탁]
버거킹 마케팅팀 프로덕트 매니저/브랜드 매니저
한솥 마케팅팀 커뮤니케이션 파트 과장
현) 한국하인즈 마케팅팀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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