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충렬의 파르마콘] 일자리창출은 어느 나라나 시급하고 주요한 국가정책의 화두이다. 한국에 있어서도 높은 청년실업, 건강한 고령자의 급속한 증가로 일자리창출은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는 기업의 고용확대를 유도하는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청년희망펀드까지 모으고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에 의한 한정된 일자리를 제외하면 기업에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녹녹치 않은 실정이다.

일자리 창출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투자확대에서 출발한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기업의 투자확대, 창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의 개혁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투자 및 고용확대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여기저기에서 개혁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걸림돌 규제 중 하나로 ‘고용이 증가할수록 기업이 불이익을 받는 규제의 잣대’를 들어 보자.

기업이 고용을 증대하면 불이익을 받는 규제는 생각보다 많다.
통상 기업의 규모를 가늠해 보는 기준으로 자본금, 매출액, 상시종업원의 수 등이 잣대로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준(잣대)들은 대체로 기업의 규모에 따른 각종 규제의 적용기준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중 상시종업원의 숫자는 객관적으로 확인이 명확하다는 이유로 규제적용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선호되어 왔다. 종업원의 수에 영향을 받는 규제는 종업원의 수에 따라 부담의 정도가 비례하여 달라진다면 정당하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종업원의 수와 관련이 적음에도 숫자를 기준으로 규제의무를 강요한다면 기업의 고용확대에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해당 규제의 준수비용이 크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투자・고용확대 보다 잣대(기준)이하로 유지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종업원의 수를 기준으로 각종 의무와 부담을 주는 규제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종업원의 수에 영향은 있으나 고용증가의 비율보다 누진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이다. 예를 들면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보험료’의 경우 150명, 1천명을 기준으로 보험료율을 2배, 3배이상 누진적으로 부담토록 하고 있다. 다른 예로 ‘산업안전보건법상 동일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율’의 경우에도 동일한 위반에도 종업원의 수에 따라 부과율을 더 높게 하고 있다.

둘째, 일정 이상의 종업원의 수에 이르면 기존의 혜택을 박탈하는 규제이다. 이 경우 그 혜택의 정도가 크다면 기존의 혜택을 포기하기 어려워 고용의 수를 늘이지 않거나 별도 기업을 분리하는 일탈이 이루어지게 된다. 예를 들면 ‘특별세액감면의 대상’을 100명 미만(제조업), 50명 미만(건설업, 운수업 등) 등으로 감면 혜택의 대상을 종업원의 수를 기준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일정규모 이상의 직원을 기준으로 의무를 부과하거나 정부의 감시의 대상으로 하는 규제이다. 예를 들어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대상(30인 이상), 고충처리위원 배치의무(30명 기준), 안전보건관리책임자・광산보안관리자・산업안전보건위원회 배치 또는 설치의무(100명 기준),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위탁 및 보험사무 위임가능 사업장에서 제외(300명 기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 의무대상(300명 기준) 등 일정한 종업원이 되면 많은 규제의무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규제의 적용기준, 고용친화적 잣대로 전환해야 한다.
통상의 경우 종업원의 수가 증가하면 이에 따른 각종 규제의무가 증가하는 것은 비교적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기업은 종업원의 증가에 따라 종업원의 건강, 복지, 안전 등에서 더 많은 주의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업원의 수가 외형적으로 간편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규제적용의 기준으로 불이익을 주면 그 대가는 고용확대에 치명적이 된다. 종업원의 수를 기준으로 불이익을 주는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그 시대의 사회적 가치관으로 판단할 문제이기도 하다. 하나 기업이 고용을 확대하는데 불필요한 불이익은 주지 말아야 하며 나아가 규제 적용의 기준(잣대)를 종업원의 수가 아닌 다른 잣대로 대체해 나가야 한다. 이는 일자리창출이 국가적인 최대의 국정과제이기 때문이다.

규제의 잣대, 종업원의 수가 아닌 다른 기준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른 잣대, 예를 들어 산업안전을 위한 규제라면 관련 산업・기업의 산재 사고율・위험율 등을 고려하거나, 기업의 규모가 기준이라면 자본금, 매출액, 기업이윤 등으로 잣대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업원의 수가 불가피한 규제의 잣대인 경우에도 업종에 따른 합리적인 세부기준을 보완하여야 한다. 노동집약 산업과 기술집약 산업, 업종과 업태에 따라 종업원의 수는 기업의 규모 판단에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제 국가적 난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의 종업원의 수로 불이익을 주거나 혜택을 제한하는 규제는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 오히려 기업이 고용을 늘이면 의무부담을 누진적으로 줄여주거나 지원의 혜택을 누진적으로 증가하는 반대방향의 규제가 더 절실한 때이다.

▲ 류충렬 박사

[류충렬 박사]
학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력 2013.04~2014.01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단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
현)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저서 규제의 파르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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