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일야방성대곡 - 1905년 11월 20일 《황성신문》에 실린 장지연(張志淵)의 논설로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비판했다.

[김자현의 안 시시(詩詩)한 이야기] 지난 번 박근혜정부가 들어설 때에 어리석은 몇몇 국민들이 서로 말하기를, “이번 정부가 국민 대통합을 이끌겠노라 자처하였던지라 필경 교육에서도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국가관과 균형 있는 역사 인식을 키우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하여 환영하더라. 그러나 천하의 일 가운데 예측하기 어려운 일도 많도다. 천만 꿈밖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어찌하여 발표되었는가. 이 발표는 비단 우리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분열을 빚어낼 조짐인 즉, 그렇다면 박근혜정권의 본뜻은 어디에 있었던가?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다수 국민들과 학계의 반대가 강경하여 거절하기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성립되지 않은 것인 줄 박근혜 정부 스스로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슬프도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을 비롯하여 소위 우리 정부의 관료라는 자들은 자기 일신의 영달과 이익이나 바라면서 벌벌 떨며 우리역사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기를 감수했던 것이다. 아, 어렵사리 쟁취한 독립과 민주화의 역사를 초개와 같이 져버리고 친일과 독재가 미화된 그들만의 역사가 되게 하였으니, 새누리당과 정부 각료들이야 깊이 꾸짖을 것도 없다. 하지만 명색이 야당이라는 자들이 또한 명색뿐인 반대로 책임을 면하여 이름거리나 장만하려 했더란 말이냐. 잘도 벌이던 몸싸움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를 막지도 못하고, 국정화를 반대하다 연행된 학생들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그저 밥줄이나 붙들고 있고자 했으니 그 무슨 면목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독립투사며 민주화 열사들을 뵈올 것이며, 그 무슨 면목으로 5천만 동포들과 얼굴을 맞댈 것인가. 아! 원통한지고, 아! 분한지고. 우리 5천만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우리’의 역사는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그들’만의 역사를 배울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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