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충렬의 파르마콘] 한국의 대표적인 규제의 하나가 수도권 억제규제이다. 1964년 건설부의 ‘대도시 인구집중방지책’을 시작으로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되고, 1984년 제1차 수도권정비계획(1982~1996)을 시작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는 전형적인 입지제한 규제이다.

수도권 억제규제의 현황
서울‧인천‧경기의 수도권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과밀억제권역(서울, 인천 등 17.4%), 성장관리권역(동두천, 김포 등 50.1%), 자연보전권역(이천, 가평 등 32.4%) 등 3개 권역으로 구분해 규제되고 있다.

먼저 공장(500m2 이상)의 입지는 공장 총량 범위 내에서 가능하며, 총량범위 내라도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설의 규모‧종류에 따라 개별 규제를 다시 받게 된다. 대학의 정원은 공장과 마찬가지로 총량 규제를 하고 있으며, 대학의 신설‧이전은 권역별, 대학 유형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4년제 대학과 교육대는 신설이 금지되고 과밀억제권역인 서울로는 이전도 금지된다.

그 밖에도 환경과 관련하여 대기오염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총량의 범위 내에서 배출시설(공장)의 입지가 가능하게 되고, 기존 공장의 경우에도 할당된 배출허용량에 여유가 없으면 별도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그 밖에도 한강수계의 구간별로 오염 총량을 정하고 시설 입지 또한 제한된다. 또한 조세제도에서도 수도권 소재 기업은 감면제도의 혜택에서 배제되고 재산세 등에서 중과하고 있다. 결국 수도권의 규제는 위에서처럼 여러 가지 법령에 의해 중복적으로 규제되어 공장, 대학, 대형 건축물, 산업 등의 입지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찬반 논리
수도권 규제에 대해서는 그간 몇 차례의 규제개혁 시도가 있었지만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 형평성의 논리와 비수도권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주장과 찬성 측의 주장을 살펴보자.

첫째, 반대 측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지방경제가 위축된다고 한다. 즉 수도권의 규제가 완화도면 풍선 효과가 줄어들어 기업의 지방 이전이 어려워지고,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이 다시 수도권으로 다시 이전할 수 있어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격차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에 찬성측은 글로벌 개방경제에서의 풍선 효과는 불가능하며 규제로 인해 비수도권으로 이전보다 공장 신‧증설을 미루거나 해외로 이전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둘째, 규제 완화 시기에서 반대 측은 ‘선(先) 지방 육성, 후(後)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 아직도 수도권으로 인구‧산업집중이 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도권 완화는 지역균형 발전에 역행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찬성 측은 ‘선 지방 육성, 후 수도권 규제 완화’는 동반 하락을 가져오고 결국 국가경쟁력 악화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반대 측은 수도권의 대기, 교통난, 환경오염 등 수도권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계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찬성 측은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을 억제하는 것으로 완화 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삶의 질도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주요국가의 수도권 정책 현황
유럽, 일본 등 대다수 국가에서도 1950년대 전후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정책을 시작했다. 그러나 억제정책을 추진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1970년대 후반 이후 경제 성장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화‧개방화에 따라 국가 간 대도시경쟁이 심화되면서 ‘규제’에서 ‘경쟁력 강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1970년대까지 규제를강화했으나 1980년대 들어 규제을 완화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수도권 규제’에서 ‘수도권 기능의 강화‧재편’으로 전환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도 1970년대 제조업 쇠퇴 및 IMF외환위기 등 경제가 침체하자 억제정책을 수정하였고 현재 세계화‧개방화 추세에 따른 도시 간 경쟁 시대에 오히려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나라간 대도시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쟁력 중점’으로 전환했다.

수도권 규제, 억제에서 상생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수도권 규제는 지역 간 형평성 제고를 이유로 ‘경제적 효율성’을 희생하는 ‘정치적 형평성’의 규제이다. 지역 간 대립으로 수도권 규제 재검토 필요성의 언급도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30년 이상의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경제비중은 크게 달라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수도권 억제 정책이 형평성과 효율성을 모두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 수도권의 비중 변화
∙주민등록 인구 중 수도권의 비중 : 48.6%(2006) → 49.1%(2008) → 49.6%(2012), → 49.6%(2013)
∙지역 내 총생산액 중 수도권의 비중 : 49.2%(2007)→49.0%(2009)→48.2%(2011)→48.7%(2013)

이제 한국도 수도권 정책에 관한 주요국가의 사례에서처럼 ‘규제’의 시각에서 수도권의 경쟁력을 제고‧활용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할 때이다. 억제에서 집적의 외부경제를 창출하는 지역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는 국내의 풍선효과를 기대하는 시각에서 가속화되는 국제적 경쟁에 맞서 국가의 경쟁력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의 흐름이다. 수도권을 억눌러 풍선 효과를 통한 지방 육성의 시도는 조그만 지방 육성의 효과에 비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키게 되고 경쟁국에 뒤지게 될 수도 있다.

대신 지방 육성정책은 크게 강화되어야 한다. 그 방안이 무엇이든 이제는 수도권의 성장 잠재력을 국가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고 그 과실과 경쟁력을 지방 육성에 활용하는 상생적인 논의부터 우선 시작해야 한다. 풍선 효과에 의존하는 것은 진정한 지역발전이나 상생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는 대도시 간 경쟁으로 수도권을 활용하는 정책으로 이미 전환했다. 우리도 ‘정치적 효율성’을 강조하는 정책에서 함께 성장하는 ‘경제적 효율성’의 시각으로 재검토하여야 한다.

▲ 류충렬 박사

[류충렬 박사]
학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력 2013.04~2014.01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단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
현)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저서 규제의 파르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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