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식의 세상 읽기] 선거구획정문제를 보면서 한국정치권과 정치인들은 진정으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에는 정성을 들이지 않고 제 차례에 올 이익에만 마음을 쏟고 있다는 사실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2016년 4월로 예정된 제20대 총선이 6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의거한 국회의원 지역선거구의 공정한 획정을 위해 국회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의원 임기만료에 의한 총선거 선거일 전 1년까지는 선거구 획정안을 작성하여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국회는 이 획정안을 존중하여 선거구획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아직도 선거구획정위는 선거구획정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정수, 지역구와 비례 의석 간 비율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회의원 수 등에 늘 변동이 있어 왔으며 선거구획정위원회도 이들 정치권의 상황에 휘들려서 결국 법정기한을 넘겨버렸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상설기구가 아니고 일시적인 비상설위원회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은 국회를 구속하지 않기 때문에 선거구획정은 늘 정쟁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은 프랑스, 독일, 일본 등과 달리 선거구 인구 상한선, 하한선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고 제25조는 국회의원 지역구획정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 인구, 행정구역, 교통 등 기타 조건을 고려한다는 포괄적인 기준과 행정구역 분할과 관련된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10월 25일 선거구별 평균인구수 기준 상하 50%의 편차를 기준으로 위헌여부를 판단하고 선거구별 인구편차 상하기준이 2:1 또는 그 미만이 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헌재는 2014년 10월 30일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3 대 1로 허용한 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리며 인구편차를 2대1 이하로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판시한 것이다. 현행법 조항대로 하면 인구가 적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의 투표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된 후보자가 획득한 투표수가 많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정당정치에서 국회의원은 국민전체의 대표자이며 정당구성원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지위와 정당구성원으로서의 지위가 충돌할 경우 국회의원은 먼저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지위를 따라야 하며 국회표결에 참여할 때도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얽매이지 않고 양심에 따라 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내년 20대 총선의 지역구수를 놓고 각각 정치적 이해문제로 인하여 선거구획정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행대로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할 경우 도시인구 증가 및 농어촌 인구 감소문제, 선거구 인구격차 2대1 이내 조정문제의 기준을 충족하려면 농어촌 지역구 감소나 비례대표 정원감축이 불가피하다. 20대 총선의 선거구획정문제는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로 조정하도록 결정하면서 인구상한 초과나 인구하한 미달로 조정대상에 포함된 선거구 숫자가 무려 60여 곳에 달하고 있고 조정대상 선거구와 인접해 영향을 받을 선거구까지 합치면 대대적인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거대 정당인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각각 강세를 보이는 영·호남 농어촌지역구가 각각 걸려 있어서 여야 정치권은 농어촌 의석수 감소를 최소화할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묶어놓고 비례대표도 줄이지 않으면서 농어촌 지역구 의석수 축소도 최소화하는 방법은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의원정수 소폭 증원에 합의할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이유이다. 의원정수확대는 여야 중에 어느 한 쪽만 욕먹을 일도 아니고 여야 이해관계도 일치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막판에 의원정수를 소폭 늘리는 쪽으로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인구산정기준일과 지역구의석수 범위를 244~246석으로 한다는 것은 결정했지만 최종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여야는 선거구획정문제가 현행법상 국회가 선거구를 획정할 수 없고 선거구획정위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 구성 및 운영, 국회정개특위가동 등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정치권을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는 우리속담을 빗대는 이유일 것이다.

농어촌의원 반발, 의원정수 논란, 지역구·비례 의석비율 등에 대한 정치권 논쟁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독립기구로서의 위상은 전혀 없다. 획정작업의 전제조건인 의원정수, 지역구·비례 의석 비율 등 핵심 획정기준들이 국회가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에 획정작업은 결국 국회논의과정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들은 확실한 정치지지기반인 영·호남의석 감소비율 등을 놓고 여야 대리전을 펼쳤던 것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 못지 않게 상위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무기력했다. 지난 2월 선거관리위원회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출한 권역별 비례대표를 주요 골자로 하는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이 사실상 입법에 반영되지도 못한 채 정쟁만 양산했다. 선관위는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2월에 제출했으며 상당히 파격적인 독일식 병용제 권역별비례대표제 도입 의견이었다. 국회의원정수는 현행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는 200석으로 크게 줄이고 비례대표는 100석으로 크게 늘리는 안으로 석패율제도 도입, 당내 경선제도개혁 방안 중 휴대전화 안심번호경선도입 등도 제안했다. 선관위가 내놓은 정치관계법 개정안 중에서 제대로 입법성과를 낸 것은 안심번호를 통한 당내 경선제도 하나 뿐이며 이 의견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는 통과했지만 전체회의에는 계류 중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의 의석수 비율문제에 봉착하였고 소선거구제도 단순다수 대표제의 가장 큰 폐해며 문제인 대량의 사표방지와 지역정치구도해소 등을 위한 비례대표의석수 확대는 의원정수, 비례대표비율 논란만 야기시키고 말았다. 정치권의 국민경선제도입 논의에 도움을 주는 당내 경선제도방안의 제안도 선거일 이전 40일을 전후한 토요일에 정당 내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을 현장투표로 실시하는 방안으로 오픈프라이머리와 사실상 같은 방식이다. 국민경선제도는 모든 정당이 함께 실시해야 한다는 점과 전략공천여부 등이 쟁점이 되면서 사실상 기존 당내 경선방식에서 국민참여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필자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대표성과 국민대표성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에 헌재가 선거구인구비율 1/2 이하로 판시한 대로 선거구를 획정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농어촌의원 반발, 의원정수 논란, 지역구·비례 의석비율 등에 대한 문제를 쟁점화 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의 행태는 전형적인 후진국가정치의 당리당략, 정치인 자신과 그 관계된 패거리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사익의 정치에 불과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고 불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필자는 이번 선거구획정문제와 함께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위해 전반적인 관점에서 헌법 및 법률의 제정과 개정을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제안한다.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비효율적이고 비정상적인 정치를 끝내고 공공의 효율적인고 정상적인 선진정치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비정상적인 정치 및 선거 관련의 모든 제도와 법이 그 목적에 맞게 제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필자는 정치가 국민에게 진정으로 책임을 지는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와 대통령결선투표의 도입, 국민의 다양한 정치적 이념, 가치, 정책을 수용하고 지역정치구도를 개선할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를 확대(지역과 비례 비율이 1:1)하는 선거법 개정이 최우선적으로 추진되도록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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