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 논평] 대한체육회(회장 김정행)가 제96회 전국체육대회를 기폭제로 ‘체육인 행복 나눔’의 전국 확산에 발 벗고 나섰다.

‘체육인 행복 나눔’은 간단하게 말하면 불우 체육인 돕기 운동이다. 우리나라 체육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지만 고령이나 만성질병 등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체육인들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다. 즉 ‘체육인 행복 나눔’에는 체육인뿐만 아니라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작은 금액이지만 기부를 받아 불우 체육인을 도움으로써 함께 행복을 나누자는 뜻이 담겨 있다.

대한체육회가 95년 역사상 처음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체육인 행복 나눔’은 보훈의 달인 지난 6월 우리나라 최고의 스포츠스타들이 기증한 애장품의 공개 경매와 바자회, 스포츠 사진 전시회, 세미나 등을 통해 첫 닻을 올렸다. 조금씩 호응하는 체육인들이 늘고 있지만 이제 시작한 지 겨우 3개월여밖에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아직까지 눈에 확 띌 만큼의 성과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체육회는 10월 16일 강릉에서 개막되는 제96회 전국체전은 ‘체육인 행복 나눔’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최대 기회로 보고 “체육인 행복 나눔,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을 전국체전에서 함께 해요.”라는 슬로건으로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불과 2년 4개월여 앞두고 열리는 강릉전국체전은 전국 17개 시도에서 24,780명(선수 18,543명, 임원 6,237명), 미국 일본 등 17개국 재외동포들까지 총 2만 7천여 명이 참가한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각종 대형 국제 종합 스포츠 이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면서 열기가 다소 식기는 했지만 전국체전은 우리나라 유일의 종합스포츠 제전이다. 전국에서 모이는 체육인들과 체전 관람객들에게 ‘체육인 행복 나눔’을 확산시키기에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기부는 우리의 행복을 위한 시작의 첫 걸음’이란 부제가 붙은 이번 체전 행사에는 개․폐회식이 열리는 강릉 주경기장에 홍보부스를 설치하고 바자회를 비롯해 은퇴선수를 위한 상담 및 지원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바자회에는 지난 6월 스포츠 스타들과 각 경기단체들로부터 후원을 받은 2천여 점의 다양한 스포츠 용품들이 선을 보인다. 이들 가운데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현우의 레슬링 경기복을 비롯해 한국 사격 트리오인 진종오 김장미 김청용이 사인한 T셔츠, 이용대의 사인이 든 배드민턴 가방, 세계 최강 기보배, 오진혁, 김우진의 사인이 든 양궁 화살 등 평소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 스타들의 기증품들이 즐비하다. 뿐만 아니라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가 직접 사인한 반팔 바지와 반팔 T셔츠, LPGA에서 한국 낭자의 기개를 떨치고 있는 박인비 김효주의 사인이 든 골프 모자 등 소장가치가 높은 물품들도 많이 나와 있다.

대한체육회 체육인복지부 김종수 부장은 “훈훈한 나눔의 정이 활성화되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먼저 체육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전국체전을 계기로 전국 확산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단발성보다 정기후원제도인 CMS 활성화에 주력
대한체육회는 지난 7월부터 각 경기단체와 시도체육회를 통해 추천을 받은 생활이 어려운 체육인 6명에게 지난 7월부터 매달 현금 30만원과 쌀 20㎏씩을 지원하고 있다. 기본 생활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6월 행사로 모금한 재원이 적은 탓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고령이거나 만성질환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체육인이 더 많다는 데 있다.

실제로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경기력 향상 연구 연금 수급자 생활실태 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월말 현재 902명의 연금 수급자 가운데 4.3%(39명)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수준의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미루어 체육연금을 받지 못하고 어렵게 생활하는 체육인은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지만 아직 전수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대한체육회가 최소한이나마 이를 해소하기 위해 ‘체육인 행복 나눔’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CMS를 활용한 정기후원제도의 확대다. CMS(Cash Management Service)는 자금관리서비스로 금융결제원이 국내 모든 은행과 공동으로 연계해 기부자의 계좌에서 약정 기간 동안 약정 기부액을 대한체육회 ‘체육인 행복 나눔’ 수납 계좌로 자동이체해 주는 제도다.

CMS는 수익 금액 예상이 어려운 바자회 등과 달리 모금 금액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더 많은 불우 체육인들에게 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9월말 현재 CMS를 신청한 기부자는 모두 125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년 이상 2년 미만으로 약정한 기부자가 70명으로 전체의 56%로 가장 많고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 29명이며 2년 이상도 14명이나 된다. 약정 금액을 보면 1만원 이상 3만원 미만이 67명으로 가장 많고 5만원 이상도 9명이나 된다. 그러나 월간 금액은 아직 170여 만 원에 불과하다. 추가로 더 많은 불우 체육인들을 돕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따라서 이번 체전 기간 동안 대한체육회는 주경기장뿐만 아니라 각 종목 경기장을 방문해 해당 종목 스타 선수들의 바자회 출품 물품 판매와 함께 CMS 신청서 접수에 주력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체육인들과 관람객들이 우리나라 체육발전을 위해 많은 공헌을 한 체육인들과 함께 행복을 나눈다는 아름다운 기부 동참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전국체전을 통해 ‘체육인 행복 나눔’이 전국으로 확산돼 본격 괘도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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