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 칼럼] 대한체육회(회장 김정행)가 ‘체육단체 통합을 위한 준비위원회’(이하 통합준비위원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국민생활체육회와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체육단체 통합과 관련해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대한체육회, 통준위에 제 6차 회의부터 참여
국민생활체육회와의 통합 논의 본격화 될 듯

대한체육회는 10월 19일 아무런 조건 없이 통합준비위원회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박주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의 주선으로 안양옥 통합준비위원회 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제2차관, 대한체육회 이기흥 부회장과 양재완 사무총장, 국민생활체육회 조영호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날 합의된 내용은 통합준비위원회 참여 문제와 운영에 관련된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통합준비위원회 참여와 관련해서는 “대한체육회는 아무런 조건 없이 10월 28일까지 통합준비위원회 위원을 추천하고 제6차 통합준비위원회 회의부터 논의에 참여하고 제4차 통합준비위원회에서 의결한 ‘단체 통합은 2016년 3월 27일 이전까지 하고 통합체육회장 선거는 2016년 10월 31일까지 한다’는 내용을 재확인한다.”로 되어 있다. 통합준비위원회 운영 문제와 관해서는 “통합준비위원회는 모든 안건에 대하여 전원일치 합의정신을 존중하여 운영하며 통합 과정에서 IOC 헌장의 정신을 존중하고 정부는 통합 결과 등이 특정 단체에 편중되지 않도록 통합준비위원회에 요청한다.”라고 합의했다.

대한체육회는 이 합의 정신에 따라 10월 28일 당연직인 양재완 사무총장 2명의 위원을 추천해 국민생활체육회에 통보를 했으며 11월 3일 제6차 회의에 정식으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한체육회의 준비위원 파견 보류로 공전이 됐던 통합준비위원회가 정상화되면서 체육단체 통합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한체육회는 통합방식은 상향식으로 하고 통합체육회장은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에 선출하며 준비위원 배정과 의결방식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통합준비위원회 참여를 미루어 왔었다.

통합체육회장, 리우올림픽 끝난 뒤에 선출
전원합의제로 운영, 대한체육회 실리 챙겨

지금까지 대한체육회가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한 법정시한인 6월 말까지를 물경 4개월 가까이 넘기면서 통합준비위원회 참여를 미뤄오며 주장해 왔던 부분과 이날 합의된 내용을 비교해 보면. 먼저 통합 방식은 대한체육회가 양보한 모양새다. 대한체육회는 줄곧 밑에서 위로 차례로 통합을 하는 소위 상향식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통합준비위원회가 지난 4차 회의에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을 2016년 3월 27일 이전으로 하기로 결의했으며 대한체육회도 이를 따르기로 합의했다. 결국 상향식 통합이 아닌 하향식으로 바뀌었다.

둘째. 통합준비위원회 위원 구성 방법에서도 대한체육회가 한발 물러섰다. 대한체육회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각 3명, 정부 추천 3명, 국회 2명 등 소위 3-3-3-2로 된 위원은 정부의 의도대로 이루어 질 가능성이 많다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모든 안건에 대해 전원 일치 합의 정신을 존중해 운영한다고 두리뭉실하게 합의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위원 수에 대해 고집을 부리지 않은 것은 ‘전원합의 정신’이 있어 위원 숫자에 연연할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셋째, 통합체육회장 선거 일자를 내년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로 하기로 한 것은 대한체육회의 주장을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대한체육회가 요구한 시기보다 5개월여가 빨라졌지만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를 내릴 만하다.

넷째, 통합 과정에서 IOC 헌장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부분에 대해 상호 문구상의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대한체육회는 공식적으로 통합체육회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통합체육회장 선거인단에 올림픽 28개 종목에서 50% 이상의 선거인단을 선정하는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통합추진위원장은 “통합체육회장을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 선출하고 각종 안건에 대해 전원합의제 운영, 그리고 IOC 헌장 정신을 준수하겠다는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대한체육회에서 줄곧 주장해 온 내용으로 이는 큰 수확”이라고 자평했다. 통합준비위원회 안양옥 위원장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은 모든 체육인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의 관심사이므로 어느 일방이 유․불리를 떠나 전원합의로 모든 안건들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안 위원장은 “대한체육회는 분명히 100년의 역사를 가진 단체로 그 역사성과 정통성은 지키는 쪽으로 이미 준비위원 상호간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밝혔다.

준비위, 통합체육회 밑그림 모두 끝내
통합준비위원회는 이미 대한체육회가 불참한 네 차례(제3차 회의에는 대한체육회 양재완 사무총장이 잠시 참석) 회의를 통해 사실상 체육단체 통합의 밑거름은 그려놓은 상태다.1차 회의 상견례, 2차 회의에서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한데 이어 9월 23일 3차 회의에서 통합대상 종목을 확정하고, 체육단체 통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10월 12일 제4차 회의에서는 통합체육회 출범(2016년 3월 27일), 통합체육회장 선출 일자(2016년 10월 31일)를 확정했으며 10월 23일 제5차 회의에서는 통합체육회 정관 내용 가운데 서로 이견이 없는 비쟁점 사항에 대해 의결했다.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3차 회의에서 결정된 통합대상 종목은 육상, 테니스, 탁구, 핸드볼, 배드민턴, 산악·등산, 수영, 사격, 배구, 트라이애슬론, 수중·핀수영, 씨름, 축구·풋살, 택견, 검도, 궁도, 우슈, 승마, 정구, 농구, 야구, 당구, 볼링, 보디빌딩, 스쿼시, 태권도, 스키, 빙상, 사이클, 럭비, 댄스스포츠, 바둑, 수상스키·웨이크보드, 라켓볼, 하키, 소프트볼, 족구 등 37개. 사이클과 하키는 이미 통합에 합의하고 통합경기단체로 출범해 대상종목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또 준비위는 통합체육회 출범을 효과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회장선거제도와 통합체육회 정관 등 2가지 분야의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경기단체와 시도체육회, 시도생활체육회의 통합 절차와 원칙 등을 담은 통합 가이드라인과 통합종목단체 표준정관도 의결했다. 이에 앞선 9월 2일 대한체육회는 법제상벌위원회를 열고 통합된 경기단체 는 생활체육회 경기단체 대의원과 이사까지 모두 포함시키는 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5차 회의에서는 양 단체의 정관 내용 가운데 이견이 없는 통합체육회의 목적 및 지위, 관리단체 지정 관련 규정, 대의원 총회·이사회의 소집·운영에 관한 사항, 임원의 보수·임기·결격사유, 대학스포츠위원회와 임원심의위원회에 관한 사항, 재산과 회계 등에 대해 의결했다. 또 양 단체의 규정을 통합하는 방안도 결정했다. 각 규정의 중요도와 성격에 따라 정관과 핵심 규정은 준비위원회에서, 핵심 규정의 시행세칙과 위원회 규정 등은 지원단에서, 기타 사무국 운영·사업 관련 규정은 실무특별전담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통합체육회 명칭 등 넘어야 할 산 아직 많아
과도기 통합체육회장 누가 맡을지도 관심거리

통합준비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통합체육회의 명칭이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거론됐다는 점이다. 대한체육회, 대한민국체육회, 한국체육회 등 세 가지 안이 후보로 나왔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확정하지 않았다. 세 가지 명칭이 서로 같은 의미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통합체육회 명칭이 대한체육회로 결정될 경우 국민생활체육회에서 반발할 가능성이 커고 한국체육회는 현재 대한체육회 가맹경기단체들의 산하단체들이 붙이는 이름이다. 예를 들면 대한축구협회 산하 기관인 한국실업축구연맹, 한국대학축구연맹 하는 식으로 모두 ‘한국’이 붙어있다. 대한민국체육회도 뭔가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통합체육회 명칭이 어느 쪽으로 결정되더라도 상당기간 논란을 낳을 공산이 짙다.

뿐만 아니다. 이미 합의한 대로 내년 3월에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면 10월 말 통합체육회장을 선출할 때까지 7개월 여 동안 누가 임시 통합체육회장을 맡고 그 임시 통합체육회장이 KOC 위원장으로 자격이 있느냐의 여부이다. 임시 통합체육회의 이사진 선임, 리우올림픽 선수단 훈련이나 총괄 관리 등에도 자칫 혼선이 올 여지가 있다. 현재로서는 한시적 통합체육회장으로 김정행 대한체육회장과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이 공동 회장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통합준비위원회가 경기단체 통합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자칫 통합체육회와의 행정 이원화를 우려해 안양옥 위원장이 겸임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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