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A, 아마 스포츠 단체 롤 모델이 되겠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운영만이 비리 척결의 첩경

[정태화가 만난 스포츠 人 : 대한야구협회 박상희 회장 인터뷰] “대한야구협회-KBA를 회계면 회계, 기록이면 기록, 모든 면에서 아마 스포츠 단체의 롤 모델로 만들겠습니다.”

▲ 대한야구협회 박상희 회장

지난 5월 대한야구협회(KBA) 새 수장으로 취임한 박상희 회장(65‧중소기업진흥회 회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어떤 일에 부딪쳐도 헤쳐 나갈 확신을 가진 듯 어떤 거리낌도 없었다. 추진력과 과감한 결단력도 느껴졌다.

10월 12일 야구회관 4층 KBA 회장실에서 만난 박상희 회장은 취임 5개월 동안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KBA의 모든 틀을 새로 잡아 나가고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바쁘게 지냈습니다. 일주일에 3~4일은 협회에 출근해 역대 어느 회장도 하지 않았던 회계에서부터 대외로 나가는 공문에 이르기까지 모두 직접 결재를 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있습니다. 내가 직접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지금까지 KBA는 정상적이 아니었습니다.”

KBA는 공공조직으로 무엇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조직운영이 기본이지만 정관에서부터 각종 규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부족하고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는 박 회장은 “KBA의 모든 틀을 새로 짜고 있으며 모든 면에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KBA는 개혁중이며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취임 직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립각을 세운데 대해서는 본뜻이 와전됐다고 해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큰집인 KBA가 작은 집 KBO와 싸움해서야 되겠습니까? 또 싸울 이유도 없고요. KBA와 KBO는 적대관계가 아닙니다. 서로 대등한 관계로 도우며 발전해 나가야죠.”

박 회장은 “KBO는 모든 야구팬들이 다 알고 있지만 KBA는 심지어 모르는 야구인조차 있다”며 KBA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대한야구협회를 표기할 때는 꼭 KBA를 함께 써 달라고 요구하면서 앞으로 KBA도 사람들이 다 알 수 있도록 이끌어 가겠다는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KBA가 현재 뒷짐을 지고 있는 야구박물관이나 2020년 도쿄올림픽 대표선수 선발 등 앞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겠다면서 KBO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나도는 입시비리에 대해서는 강력한 척결의지와 함께 대책도 내놓았다.

“야구가 입시비리의 온상이라는 유언비어가 나돌아 지난 9월 국회의 국정감사에 경기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했습니다. 이는 입시 비리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바로 잡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KBA는 기록 전산화 작업과 함께 선수, 지도자, 심판, 경기 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 즉 빅데이터를 구축할 것입니다. 이 모든 업무 시스템이 완성되면 자연스럽게 입시 비리나 구설수는 사라질 것으로 믿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몇 차례나 공개적이고 투명한 협회 운영이 모든 비리를 없애는 첩경이 된다고 강조한 박 회장은 머지않아 KBA를 모든 면에서 아마 스포츠 단체의 롤 모델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목동야구장을 KBA의 전진기지로 만들어야
KBA 정체성 확립되면 재정 자립 어렵지 않아

박 회장은 취임 5개월 동안 중계권 계약,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등 괄목한 만한 성과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좋은 일들이 연거푸 생겨 KBA의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중계권 계약으로 1년에 32경기 이상 생중계를 하게 되었습니다. 협회 재정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아마야구 저변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16년 만에 아시아 야구 정상을 되찾은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협회에서 제대로 지원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윤영환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한마음으로 뭉쳐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KBA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단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린 대만 타이중을 방문해 아시아 야구 연맹 관계자들을 만나 아시아 야구 발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박 회장은 고척 돔 개장 기념 청룡기고교야구대회에 이들을 초청해 아시아연맹 재편에 대한 논의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든 스포츠가 국제화되고 있고 야구도 2020년 도쿄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것이 확실한 만큼 야구의 국제화를 위해 분명히 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연맹 입성을 기대하는 눈치를 보였다.

“내년부터 아마야구 전용구장으로 사용하게 될 목동구장은 목동구장대로, 그리고 고척 돔구장은 고척 돔구장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고척 돔구장은 우리나라 야구의 발상지이자 성지나 마찬가지인 동대문야구장의 대체구장이라는 상징성을 띠고 있습니다. 많은 활용 방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승국 전 서울시 부시장을 자문위원장으로 위촉해 목동구장과 고척 돔구장의 다양한 활용방안 연구하고 있다는 박 회장은 모든 야구 관련 단체를 목동구장으로 입주시켜 업무 효율화를 꾀하는 한편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체력단련장 설치 등 공간 확보계획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박 회장은 목동야구장 내에 있는 유휴지에 유스호스텔을 건립해 외국인선수들이나 지방에서 오는 선수들이 숙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서울시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목동구장을 KBA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박 회장은 아마야구도 프로야구처럼 갖가지 이벤트나 팬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경기방식 도입으로 붐을 이룰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내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한 경제인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협회의 안정적인 재정 문제에 많은 야구인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조직에 맞은 예산 확보입니다. 매년 20~30%씩 점진적으로 예산을 늘려 나갈 예정입니다. 토토자금이건 지자체 자금이건 아니면 문화체육관광부 자금이건 KBA의 정체성이 확립되면 얼마든지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정착되고 난 뒤에 민간에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각 시도지부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중소기업들과 네트워크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박 회장은 내년이 대한야구협회 창립 7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로 새로운 야구사 집필 등 아마야구의 새로운 발전 전기를 마련해 보겠다면서 기회가 닿는다면 야구협회장을 겸임하면서 할 수 있는 경제단체장이나 또 다른 체육단체장에 도전할 의사가 있음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했다.

◇ 박상희 회장은?

▲ 대한야구협회 박상희 회장

중견그룹인 미주그룹의 미주철강, 미주제강, 미주금속 회장에 이어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연임한 정통 경제인 출신이다. 제16대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캠프 재정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보탰으며 최근 새누리당 재정위원회 위원장직을 사임했다.

1951년 생. 대구 달성 출신으로 야구 명문교인 대구상고(현 대구 상원고)를 거쳐 건국대를 졸업했으며 2013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으로 야구와 인연을 맺었고 2015년 5월 제22대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체육계에 널리 알려진 박상하 국제정구연맹회장 겸 대한체육회 고문의 친동생이다.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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