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 칼럼] 대한체육회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의 기본 축인 원로 체육인 25명에 대한 구술채록/영상녹화가 첫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스포츠역사자문위원회 김용환 위원장, 대한체육회 양재완 사무총장과 실무담당 책임자인 대한체육회 스포츠역사발굴사업단 문호성 단장이 한 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었다.

문화융성의 콘텐츠 기반…부가가치 높아
융합적 사업으로 새로운 먹거리 창출 가능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의 중심인 원로 체육인들의 구술채록/영상녹화가 과연 실행할 가치가 있는 최선의 사업인가? 대한체육회 양재완 사무총장은 처음 구상할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우리나라 스포츠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세계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아닙니다. 세계 강국이 되기까지에는 수 많은 체육인들의 피와 땀이 곳곳에 배여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에만 바빠 이들의 노력을 되돌아보고 보듬어 줄 여유가 없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스포츠의 굳건한 기초를 만든 원로 체육인들의 애환이 서린 족적을 더듬어 봄으로써 다가올 대한체육회 100년을 설계하고자 했습니다.” 양 총장은 원로 체육인들의 증언 활용 방안까지 구상했다고 털어 놓았다.

“당초 구술채록/영상녹화 팀은 자료 조사 및 준비에 2~3명, 영상 녹화를 위한 3대의 카메라, 여기에 드라마 작가와 만화가까지 모두 7~8명으로 한 팀을 구성할 예정이었습니다. 이들이 한 팀을 이뤄 구술채록을 하는 과정에서 원로 체육인들의 절망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모습이나 교육적인 부분은 TV 드라마나 만화로 제작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했습니다.” 양 총장은 하지만 당초 구상과는 달리 구술채록/영상녹화 부분이 예산 관계 등으로 줄어들어 아쉬움을 나타냈다.

스포츠역사자문위원회 김용환 위원장은 한때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토종 만화영화 로봇 태권V를 예를 들면서 공감을 나타냈다. “1976년에 제작된 로봇 태권V는 스포츠와 문화가 결합된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 뒤 스포츠와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만화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작가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체육 원로들의 인간 승리는 말 그대로 실화입니다.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어린이에게는 꿈을 주는 스포츠가 됩니다. 원로 체육인들의 인생 역정 스토리들이 융합 콘텐츠입니다. 앞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입니다.”

원로 체육인들의 경험과 기억은 바로 문화 융성의 콘텐츠 기반으로 앞으로의 먹거리에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새삼 강조한 김위원장은 체육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더 많은 분들이 관심과 격려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더 많은 원로들의 구술채록이 중요해
광범위한 구술채록이 제대로 쌓이면 사실 검증도 한층 용이해져

원로 체육인들의 애환과 삶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 근대화와 맥을 같이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김위원장과 양총장은 좀 더 많은 원로 체육인들의 구술채록/영상녹화와 지속적인 사업이 되어야 한다는데 공감하였다.

“당초 올해 원로 체육인들에 대한 구술채록을 100명 정도 예상했으나, 사업 추진을 위한 승인과정에서 다른 사업-즉 아카이브 구축을 우선하다보니 인원도 줄고 사례금도 줄어 아쉬움이 많습니다. 원로 체육인들이 좀 더 기억이 생생할 때 구술채록을 해야만 정확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하고 있는 것이 최선이고 이것이 최고가 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은 계속 듭니다.”(양재완 사무총장)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모습은 체육 영혼 박물관을 만들 수 있는 기본이 되고 다른 산업이나 교육 등 모든 부분의 콘텐츠로 쓸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개인들의 경험이 국가자산이 될 수 있도록 제대로 잘 기록하고 보전하는 일입니다. 물론 개인들의 기억에 기초한 구술채록에는 오류의 문제가 없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술채록 단계에서 체육사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오류를 최소화하는 검증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체육원로들의 기억에 바탕을 둔 구술에 지금 당장은 다소 틀린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광범위한 구술채록이 이뤄지고 현재 분산되어 있는 각종 기록물들이 체계적으로 기록, 보전된다면 나중에라도 오류를 시정하는 사실 검중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구술채록사업은 조선왕조실록의 예에서 보듯 우리사회의 상상력과 창의성과 제대로 결합된다면 스포츠 소설·드라마·영화와·에니메이션·케랙터 등 무궁무진한 일자리창출과 먹거리의 보고가 될 것입니다.” (김용환 위원장)

이에 대해 양 총장은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 졌듯이 원로 체육인들의 구술채록도 각양각색으로 사용되고 활용되었으면 좋겠지만 자칫 한 가지 거짓말이 전체를 매도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면서 거짓을 걸러낼 수 있는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산 배정과정에서 일부 혼선으로 사업 방향성과 스케일이 다소 흔들렸지만 구술채록에 참여한 원로 체육인들은 한결같이 선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줘서 너무나 행복하고 늦게나마 기회를 준 대한체육회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는 문호성 단장은 “원로들의 구술에 맞는 과거의 영상과 사진과 기사들을 어떻게든 많이 찾아내 구술채록 영상물에 탑재합으로써 국민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가독성을 높이고 양질의 콘텐츠화 시키느냐가 실무자로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서 큰 부담이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스포츠역사 유물 및 사료 기증/기탁 범국민 캠페인 벌여
대한체육회(회장 김정행)는 10월 12일(월)부터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의 하나로 대한민국 스포츠역사 유물 및 사료에 대해 범국민 기증/기탁 캠페인을 실시한다. 기증 대상 자료는 1920년 조선체육회 창립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체육의 근ㆍ현대사를 조망할 수 있는 관련 유물 및 사료(트로피, 메달, 기념품, 경기용구, 문서, 출판ㆍ인쇄물, 사진ㆍ필름ㆍ동영상 등)들이다. 기증자에게는 기증 증서 및 감사패와 함께 요청이 있을 경우 사료가치 평가를 통해 유상 보상도 할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록하고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인 역사보존사업’의 취지와 의미를 널리 알리는 한편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애착과 자긍심을 고취하는데 목적이 있다. 대한체육회는 캠페인을 통해 유물 및 사료 기증/기탁 참여가 늘어나 한국체육사 연구, 전시, 구술채록 영상물 및 문화 콘텐츠 제작 등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를 폭넓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료기증 신청 및 관련 문의는 대한체육회 스포츠역사발굴사업단으로 전화(02-2144-8031~4), 팩스(02-419-4387), 인터넷(www.sports.or.kr)을 통해 가능하며, 자료 기증에 소요되는 제반비용은 대한체육회에서 부담한다.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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