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 박사의 행복한 교육]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상아탑들도 대부분 취업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대학을 졸업하니 높아진 눈 높이가 오히려 취업 할 곳을 없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이어집니다. 우리 세대와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지금 자라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사실 제대로 된 인생의 멘토 역할을 해주지 못했던 것이 대부분입니다.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회사 들어가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라”는 말 이외에 들어본 말도 없고 해 준 말도 없습니다. 이런 부족한 부분이 채워질 수 있도록 다양한 간접 경험을 체험하고 우리 보다는 지식이 많은 선생님들의 노하우를 배우러 간 학교에서 조차 “좋은 대학 나와서…, 그러니 공부나 해라.”로 끝나는 상황이 2015년도 현재의 모습입니다.

애플 아이폰의 신화로 유명한 스티브잡스는 말년에 죽기전 병상에서 이렇게 회고합니다.

“타인의 눈에는 내 인생은 성공의 상징(epitome)이다. <중략> 끝없이 부(wealth)를 추구하는 것은 결국 나 같은 비틀린 개인만을 남긴다. <중략> 한 사람이 수술대에 들어가며 본인이 끝까지 읽지 않은 유일한 책을 깨닫는데 그 책은 바로 ‘건강한 삶’에 대한 책이다. <중략> 가족간의 사랑을 소중히 하라, 배우자를 사랑하라, 친구들을 사랑하라, 너 자신에게 잘 대하고, 타인에게 잘 대해 줘라”

이미 ‘기억’만 남은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잡스도, 삼성그룹을 세계적으로 흥하게 했던 이건희도 결국은 병상에서 ‘기억’만을 간직한 채 지구를 떠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교훈들이 우리 아이들의 가슴속에서 울림이 될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 좋겠습니다.

스티브잡스가 얘기한 ‘건강한 삶’의 인식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몇몇 회사들이 있습니다. 필자는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이 회사들을 벤치마킹하여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건강한 삶’이 있는 회사, 오늘은 제니퍼소프트와 고영테크놀러지가 그 주인공입니다.

'제니퍼소프트'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헤이리 마을”은 예술인들이 함께 모여 다양한 문화예술이 소통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을 추구하는 곳입니다. 경관이 빼어난 이 곳에 독특하게도 예술인의 공간이 아닌 ‘제니퍼소프트’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조직구성론 혹은 인재개발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기존의 회사들과는 너무도 판이하게 다른 것이 표면적인 가장 큰 이유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연구자들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마도 이 회사가 언제까지 현재 추구하는 가치를 끝까지 지키고 나갈 지 궁금한 것이(즉, 언제 망할지?)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이유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 제니퍼소프트 홈페이지 캡처

이 회사는 사원 채용시 학력과 자격증을 보지 않지만 해당 분야의 소양과 기량을 보려 합니다. 업무 영역에 따라 토익/토플 점수는 필요없지만 영어 실력은 보려하고 외모는 보지 않지만 품성은 보려고 노력합니다. 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 없으며 세상에는 다양한 <우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일을 찾아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우리>”라면 누구나 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 된다고 합니다.

먼저 언론에 잘 알려진 이 회사의 멋진 모토를 추정할 수 있는 “33 things not to do in Jennifer Soft (제니퍼소프트에서 하지 말아야 할 33 가지)”의 전문(全文)을 살펴봅니다.

1. 전화 통화시에 "지금 어디예요?, 뭐 하고 있어요?, 언제 와요?"라고 묻지 마요. 감시할 의중도 없잖아요.
2. "회의 중인데 좀 있다 전화할께" 아니거든요~ 가족 전화는 그 어떤 업무보다 우선이에요.
3. 근무 외 시간엔 가급적 전화하지 마요. 사랑을 속삭일 게 아니라면!
4. 퇴근할 때 눈치 보지 마요. 당당하게 퇴근해요.
5. 우르르~ 몰려다니며 같은 시간에 점심 먹지 마요. 같이 먹는 것도 때로는 신경 쓰여요. 시간은 자유롭게 먹고 싶은 것을 먹어요.
6. 비즈니스 정장을 입기 위해 애쓰지 마요. 편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맘껏 뽐내요.
7. 출장 후 초콜렛 사오지 마요. 그거 사기 위해 신경 쓰는 누군가에겐 부담되어요.
8. 회식을 강요하지 마요. 가고 싶은 사람끼리, 자유롭게 놀아요.
9. 타인에게 휘둘리지 마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에요.
10.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요. 도전은 우리의 것 책임은 회사 대표의 것이에요.
11. 대충 하지 마요. 디테일이 중요해요.
12. 사무실에서만 일하지 마요. 때론 카페에서도 일해요.
13. 퇴근 후 일하지 마요. 우리에겐 휴식과 가족과 나눌 사랑이 힘이 돼요.
14. 너무 일만 하지 마요. 가끔 놀아도 돼요.
15. 회의 중에 침묵하지 마요. 침묵은 부정이래요. 항상 말해줘요.
16. 농담이라도 상대방을 비웃지 마요. 당신은 웃지만 상대방은 상처 받아요.
17. 서로에게 반말하지 마요. 항상 서로 존중해요.
18. 형식에 얽매이지 마요. 본질에 집중해요.
19. 슬금슬금 돌아앉지 마요. 함께 나눈 이야기 속에 좋은 아이디어도 창의성도 발현되어요.
20. 혼자 하지 마요. 함께 하면 힘이 돼요.
21. 감정 표현을 망설이지 마요. 고마워요!미안해요! 함께 할까요? 이렇게 표현해요.
22. 구성원이 힘들면 외면하지 마요. 이야기 들어주고 토닥토닥 감싸줘요.
23. 내가 혼자 다했다고 자만하지 마요. 우리 함께 한 일이잖아요.
24. 뒤에서 이야기하지 마요. 눈을 맞추며 이야기해요.
25. 인상 쓰지 마요. 웃어 봐요.
26. 정원에 풀 뽑지 마요. 잡초제거는 회사 대표의 몫이에요.
27. 경쟁하지 마요. 서로 협력해요.
28. 식사 거르지 마요. 꼭! 꼭! 챙겨 먹어요.
29. 자신을 한정 짓고 제한하지 마요. 언제나 오픈 마인드!
30. 억지로 하지 마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가슴 뛰는 삶을 살아요.
31. 사유와 공부를 게을리 말아요. 공동체의 의무예요.
32.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요. 계속 고민해요.
33. 회사를 위해 희생하지 마요. 당신의 삶이 먼저에요.

▲ 제니퍼소프트 홈페이지 캡처

여기에 있는 몇 가지 항목만 읽어 보더라도 이 회사 창업자의 진정한 가치와 품격과 ‘건강한 삶’에 대한 인식이 읽혀집니다. 일과 삶의 균형, 사회와 동료를 보는 따뜻한 시선 그리고 무엇보다 직원들의 삶에 대한 배려와 철학에 대해서는 우리들도 다시금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 보게 하는 잔잔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일반적으로 언론에서 발표하는 일하고 싶은 회사 1위가 대부분 연봉이 많거나 높은 인지도겠지만 필자는 이 33가지 중에서 10가지만 충족이 되더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이 회사를 강력 추천하고 싶습니다.

'고영테크놀러지' 서울 가산동에 위치한 고영테크놀러지는 3차원 측정 기술을 기반으로 전자제품 산업이나 의료 산업에 쓰이는 검사기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최근 언론에 기사화된 중소기업전문기자인 김낙훈 기자의 말을 빌리면, 이 회사에 대기업 인재들이 몰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1. 인간적인 대우 출근부가 없다.
2. 연구개발(R&D)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3. 개개인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성취감이 있다.
4. 믿고 맡기는 경영진의 철학이 있다.

▲ 고영테크놀러지 홈페이지 캡처

앞서 제니퍼소프트의 사례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믿고 맡기는 경영에 그 핵심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각 팀별로 최소 2시간은 의무적으로 사내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도 매우 이채롭습니다.

인본주의를 실험하는 이런 기업들이 좋은 모범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번영하여 선순환하는 경제가 될 때쯤 대한민국호는 OECD 자살률 1위의 오명이 아니라 살기 좋고 행복지수가 높은 1위 나라로 변화 될 것입니다.

▲ 김승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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