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충렬의 파르마콘]
한국의 주류제조 산업과 규제의 현실
세계적인 술의 주된 원료인 맥아, 와인포도 등의 생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한국, 그런 저런 이유로 맥주, 와인, 위스키, 브랜디, 청주 등 다양한 종류의 주류 어디에도 한국은 세계적인 명품의 술이 없다. 얼마 전 막걸리 붐이 있었으나 결국 유통의 어려움으로 세계화에 부족이다. 소주(희석식)는 대중적이나 아직 한국적인 한계를 벗어나기 아직 어렵다. 이처럼 세계화에 목마른 한국 주류제조 산업에 최근 독창적이고 한국적 특색이 강한 술 제조의 시도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한국이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좋은 쌀, 사과 등을 원료로 하는 제조의 시도가 그것이다. 한국의 고품질 쌀로 만든 맥주, 위스키, 소주(희석식), 사과로 만든 와인, 브랜디(brandy) 등이 만들어지고 있거나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 있는 시도들이 제대로 결실을 맺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적 특색 있는 술을 만들어 보자고 시도하는 기업들은 많은 애로를 표하고 있다. 그중 빠지지 않고 가장 불만해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주류제조와 관련된 규제가 걸림돌이라고 한다. 몇 개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사례1) 최근 한 주류제조업체에서 쌀로 만든 맥주(라이스라거)를 개발하여 출시하였다. 인터넷에서는 ‘쌀 맥주’라 부르면서 수요자의 반응도 제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술은 현행 규제에서 ‘맥주’로 분류되지 못하게 되어, 사실상 맥주(?)임에도 맥주시장에서 당당히 맥주간의 경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왜 새로운 기법으로 맥주와 동일하게 만들었음에도 맥주라 불리지 못하여 맥주경쟁에서 당당히 자신의 명함(맥주)을 내놓지 못하게 된 것일까? 이는 현재의 주류제조 규제(주세법)에서 맥주는 맥아와 홉(hop)으로 만들어져야 하고, 쌀을 원료로 발효한 경우에는 ‘청주’로 분류토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맥주와 같이 만들어졌음에도 청주가 되어 버린 ‘쌀 맥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또 하나의 홍길동 술(맥주)이 되어버린 것이다. 맥주는 세계적인 술이다. 한국의 ‘쌀 맥주’가 맥주라는 떳떳한 명함으로 세계인 맥주시장 경쟁에 승부를 겨루는 모습을 보았으면 어떨까?

(사례 2) 한국의 대표적인 술인 소주(희석식)를 보다 명품을 만들어 보기 위해 쌀로 만든 ‘쌀 소주’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로 막혀 있다. 문제의 핵심은 ‘쌀로 만든 주정(酒精)’의 안정적이고 직접적인 공급을 어렵게 하는 현행 주정공급의 규제로 인한 어려움이라고 한다.

소주(희석식)는 주정(酒精)에 주로 물을 희석하여 만들어 진다. 주정은 에틸알코올로 여러 가지를 원료로 만들 수 있으나 국내에는 주로 비용이 비교적 싼 녹말로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주정은 주정제조회사가 어떠하든 하나의 독점적 주정판매회사를 통해 소주제조회사에 공급되는 병목적인 규제시스템(물론 극히 일부 예외형태가 가능하지만)을 가지고 있다. 주정의 판매를 독점하는 기업은 정부(국세청)에서 한 곳에만 면허를 주고 있는 대한주정판매주식회사이다.

쌀 소주는 ‘쌀로 만든 주정’을 전문으로 하는 주정제조회사를 통한 안정적이고 직접적인 공급이 가능하여야 한다. 결국 고 품질의 안정적인 ‘쌀 주정’의 공급이 어려운 현실에서 ‘쌀 소주’도 덩달아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는 주정제조회사의 입장에서 ‘쌀 주정’을 원하는 소주제조회사에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직접적이고 안정적인 판매가 현행 판매독점 시스템으로 보장되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녹말대신 고비용의 쌀로 주정을 만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주정을 독점적 판매회사를 통해 공급하도록 하여 각 회사가 주정의 품질을 높이거나 다양한 주정을 만들어 공급하려는 시도를 어렵게 하여야 하나? 그간 몇 차례의 규제개혁(주정판매 면허확대) 시도에도 여전히 독점적 체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례3), 한국의 대표적 과일인 사과, 복분자 등을 이용한 와인(wine), 브랜디(brandy)는 제법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중 브랜디는 일부 제조되어 자가소비 중에 있지만 브랜디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시장에 출시를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도 시장에서 판매하지 못하나 만들어 자가 소비 중에 있는 위스키‧브랜디는 여기 저기 있다. 그럼에도 왜 브랜디(brandy)와 위스키(whisky)의 자신의 이름으로 제품화 되지 못하고 있을까? 이는 오커통 규제를 비롯한 큰 규모의 제조장만을 허용하는 규제에 큰 원인이 있다.

*브랜디 규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류충렬의 파르마콘(미디어 파인, 2015.10.30 칼럼 ‘한국에도 특색있는 브랜디를 만들게 하자’ 참조)

앞의 (사례1) ‘쌀 맥주’와 같이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있는 ‘홍길동 술’의 현상이 사과 등으로 만든 브랜디와 위스키에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브랜디와 위스키도 떳떳하게 이름을 부를 수 있도록 진입규제를 완화하여야한다.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사과 등으로 만든 명품 브랜디 하나쯤 있었으면 어떨까?

한국의 주류제조 산업, 파격적인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주류제조와 관련된 규제, ‘주류 제조의 분류는 대다수 선진국의 분류 기준에 따른 것이다’, ‘소수 난립의 우려로 주류제조 허가 기준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등의 규제기관의 소극적인 규제개혁의 논리에 전혀 일리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진국의 사례와 기준만을 찾다보면 2등만 하겠다는 것이 된다. 국가 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 가는 요즘 새로운 산업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흑묘백묘(黑猫白猫)를 따지는 것이 옳은 것일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주요 재산인 한국에서는 한국적 창의성을 담기위해서는 진취적이고 통큰 한국에 적합한 규제개혁이 절실하다. 이제 한국도 세계적인 명품 술 만들기를 규제개혁에서 출발해 보자.

▲ 류충렬 박사

[류충렬 박사]
학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력 2013.04~2014.01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단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
현)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저서 규제의 파르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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