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이 소환한 복고와 동아기획Vs신촌뮤직

유진모 테마토크 편집국장l승인2015.12.16l수정2016.02.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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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답하라 1988' 포스터

[유진모의 테마토크]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돌풍과 그 원인, 그리고 복고현상에 대한 분석은 이제 피로감을 줄 정도다. 그만큼 ‘응팔’은 사회적 대세고, 문화의 중심이며, 대중문화 콘텐츠의 대표다. 그렇게 ‘응팔’은 한때 ‘아마도 그건’으로 1990년대 중반을 풍미했던 최용준을 SBS가 ‘불타는 청춘’에 캐스팅함으로써 부활시킨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얼마나 복고열풍을 길고 깊게 이어갈지에 대한 관심을 심하게 부채질한다. ‘응팔’의 강점은 디테일이다. 미술팀과 소품팀이 엄청나게 노력을 기울였음이 화면 구석구석에서 증명된다.

지금은 LG전자로 이름이 바뀐 골드스타(금성) 로고가 뚜렷한 브라운관TV, VHS 비디오 테이프를 넣어 녹화하는 캠코더, 다이얼 전화기부터 부의 상징인 무선전화기,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 마이마이, 88과 솔 담배, 투게더 등 군것질거리, 쥬단학과 아모레 등의 화장품 방문판매원, 여학생 잡지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냥 보기만 해도 당시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고 그리움이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아이템들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응팔’의 가장 훌륭한 추억의 자극제는 배경음악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음향효과가 얼마나 중요하느냐는 딱 공포영화가 말해준다. 공포영화를 귀를 막고 볼 경우 그 효과는 절반이 아니라 거의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다.‘응팔’은 그 반대효과다. 시청자들이 느낄 향수를 완성시켜주는 게 바로 당시 유행하던 음악이다.

최용준은 1995년 언더그라운드음악의 메카 신촌뮤직을 통해 데뷔했다. 1988년은 국내에 제대로 레이블시스템이 정착하지 못했던 시절로 지구레코드사와 오아시스레코드사를 필두로 한 음반제작사가 매니지먼트까지 담당하곤 했었고, 지금의 기획사 구조인 PD메이커 시스템이 한창 자리를 잡아가던 과도기였다. 그러던 때 광화문의 동아기획과 서교동의 신촌기획은 거의 획기적인 언더그라운드 형 레이블로서 가요사에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 동아기획은 그야말로 언더그라운드의 메카였다.

▲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지금도 전설로 남아있는 들국화와 김현식을 주축으로 한영애 이정선 시인과촌장 푸른하늘 이소라 봄여름가을겨울 등 이루 열거할 수 없는 엄청난 뮤지션들을 배출한 레이블이 동아기획이었다. 그래서 음악 좀 듣는다는 마니아들은 동아기획이라는 레이블 하나만 보고 무조건 음반을 구매하는 풍조가 조성됐을 정도였다. 동아기획은 이소라 이후 하향세를 보였지만 신촌뮤직은 많은 스타를 배출한 뒤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촌뮤직은 동아기획의 김영 대표와 막역한 친구인 코미디언 출신 장고웅이 수장이었다.

장고웅은 코미디언 시절부터 장고웅과천지개벽이라는 밴드를 결성하고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평소 음악에 남다른 애정과 실력을 보여왔다. 그는 아역탤런트 김민희의 ‘똑순이 캐럴’을 제작하며 대한민국 가요사에 캐럴의 신화를 쓴 뒤 끊임없이 실력파 뮤지션들을 발굴해내는 가운데 박효신 박화요비까지 이르며 가요사에 미다스의 손으로 남아있다.

신촌뮤직은 자체 제작한 뮤지션도 많았지만 PD메이커 형태로 음반의 제작과 유통을 대행해준 뮤지션도 있었다. 이승철이 대표적이다. 동아기획과 신촌뮤직이 가진 힘은 당시 방송이라는 제도권 안에서 대중과 만남으로써 인기를 얻으려 한 대다수의 PD메이커나 레코드사와 달리 음악이 가진 본연의 힘과 해당 뮤지션의 음악성을 무조건 믿고 뚝심으로 밀어붙였다는 데 있다.

그런 고집은 동아기획이 더 강했다. 당시 들국화는 최장기 전국투어와 가요사에 남을 명반으로 기록된 1집으로 가요계에 핵폭탄 급 돌풍을 일었음에도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다. 김현식 역시 못이기는 척 출연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콘서트 아니면 은둔, 둘 중의 하나였다. 그렇게 숫기 없고 제도권과 타협할 줄 모르는 그들의 음악이 오랜 시간 변치 않고 사랑받는 이유는 깊이와 진정성 그리고 시류와 상관없는 독특하고 앞선 음악성에 있다.

흔히 가창력은 복식호흡을 통해 배에서 우러나오는 균형 잡힌 소리를 기본으로 두성 흉성 등 신체의 각종 기관에서 비롯된 다양한 색깔의 음색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때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목으로만 소리를 내는 경성은 아마추어다. 그런데 전인권은 그런 경성을 기본으로 하는 보컬리스트다. 그리고 그는 그런 창법으론 단연 국내 최고다.

▲ '응답하라 1988' 포스터

김현식 역시 비슷한 스타일의 보컬리스트다. 그럼에도 그들이 뛰어난 뮤지션으로서 평가받는 이유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개성과 복성에 결코 뒤지지 않는 가창력으로 자신들의 온갖 경험과 감정과 감수성을 충분하게 담아 노래로 토해낸다는 데 있다. 노래실력이 워낙 뛰어난 가수에겐 굳이 작곡능력이 없어도 성공의 길과 대중을 감동시키는 통로는 언제든지 활짝 열려있다. 하지만 작곡능력은 곧 음악성이다. 자신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독특한 음악을 만드는 재주는 곧 자신의 이름 석 자다. 전인권과 김현식의 음악의 바탕은 록이다. 그리고 그들은 국악 특유의 한의 정서를 작곡과 가창에 싣는다.

1988년의 한국의 뮤직신은 그런 훌륭한 뮤지션의 뒤를 조용필 같은 슈퍼스타 겸 음악의 대가가 받쳐주는 가운데 한국적 팝의 근원이 되는, 이른바 팝발라드라는 장르를 추구하는 훌륭한 후배 뮤지션들이 앞에서 이끌어줬기에 오늘의 K팝 돌풍이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를 추억하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당시에 태어났거나 음악도 몰랐을 법한 연령층까지 사로잡는 것이다.

유진모 테마토크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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