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의 지방체육회 이야기] 한반도를 가로 지르는 한강의 젖줄을 따라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를 둘러싸고 있는 경기도는 체육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면적은 우리나라 전체의 10% 정도로 경북, 강원, 전남, 경남에 이어 다섯 번째이지만 인구는 전체의 20%가 훌쩍 넘는 1천2백37만 여명에 이르러 서울을 뛰어 넘은지 벌써 오래다. 경기도는 이러한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28개시와 3개 군이 한마음이 되어 체육을 육성하면서 우리나라 체육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열어간다.
‘대한민국의 체육은 경기도가 이끌어 간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체육의 미래다.’
경기도 체육인들의 한결같은 자부심이다. 올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없었지만 동‧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경기도 선수들이 거둔 성적을 보면 이런 자부심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먼저 올해 그라나다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쇼트트랙의 박세영(단국대)이 1,000m와 1,500m에서 2관왕에 오르고 서이라(한체대)가 500m에서 우승해 금 3개, 은메달 4개 등 모두 7개의 메달을 따냈다. 이는 우리나라가 획득한 총 메달(금 5개, 은 9개, 동메달 2개)의 43%에 해당된다.

또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양궁의 이승윤(코오롱)이 3관왕, ‘대한민국 테니스의 자존심’ 정현(강원도테니스협회)이 개인전과 단체전 우승으로 2관왕에 오르고 유도에서 6개, 태권도에서 5개, 사격, 펜싱 등에서 금메달을 보태 모두 20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기에 은메달 17개, 동메달 7개를 보태면 총 44개의 메달을 따 우리나라가 얻은 메달(금 47, 은 32, 동메달 29개)의 41%를 경기도 출신 선수들이 책임졌다. 우리나라가 하계유니버시아드 사상 첫 종합우승의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이면에는 바로 이처럼 맹활약한 경기도 출신 선수들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가히 우리나라 체육을 경기도가 이끌어 가고 경기도 체육이 우리나라 체육의 심장부이자 미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다.

동‧하계 체전 14연패(連覇)의 금자탑 쌓아
경기도가 이처럼 동‧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대한민국 체육의 중심이 된 데는 동‧하계 전국체전 성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경기도는 지난 2월 동계체전, 10월 강릉전국체전에서 나란히 14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동․하계체전 모두 서울의 16연패에는 아직 모자라지만 이미 2002년부터 여름 종목이나 겨울 종목 모두 부동의 정상으로 군림하고 있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경기도의 독주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별한 이변이란 4년 뒤인 2019년 제100회 전국체전을 개최할 서울특별시가 개최지 이점을 앞세워 만년 2위(2015년 제96회 전국체전은 3위)에서 벗어나 종합우승을 탈환할 가능성을 말한다.

경기도가 이처럼 두각을 나타내는 데는 다른 시․도와 달리 풍부한 인적 자원이 근저에 깔려 있다. 서울의 위성도시로 출발한 서울 인근 도시들인 고양시, 성남시, 부천시, 용인시 등이 인구 100만 명을 넘겼거나 거의 육박하는 대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전체 인구에서 이미 서울을 앞질렀다. 지난 5년 동안의 선수 등록 현황을 보면 2011년 26,267명에서 2012년 24,696명으로 2천명 가까이 줄었으나 2013년 27,040명을 고비로 2014년 27,703명, 2015년 27,976명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선수 자원이 부족해 등록선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대부분의 다른 시도에 견주면 그야말로 최고의 인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경기도내의 각 시군마다 지역 특색에 맞는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유치하고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면서 체육에 깊은 관심을 갖게 돼 자연스럽게 전력 향상이 이루어진 덕분으로 보인다. 또 서로 시세(市勢)가 엇비슷한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비인기 종목 실업팀들을 운영하고 기업들도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에 몰리면서 이들 기업들이 운영하는 실업팀들도 다른 시도에 견주어 비교적 많다는 이점도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인구 120만 명을 지난해에 훌쩍 넘긴 경기도의 행정중심인 수원시가 테니스 정구 배구 탁구 복싱 레슬링 등 18개 종목 141명, 고양시가 육상 역도 수영 등 9개 종목 59명, 성남시가 펜싱 하키 빙상 등 8개 종목 70명, 용인시가 조정 검도 축구 등 7개 종목 84명 등 28개 시군에서 105개 종목에 870명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거의 바닥 수준인 연천군과 가평군마저도 비인기종목으로 예산이 많이 드는 사이클 팀을 키우는 등 경기도내의 전 시군들이 스포츠 육성에 정성을 쏟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체육회에도 아픔은 있기 마련이다.

지난 5년 동안 실업팀 창단과 해체 현황을 보면 의외로 심각한 부분도 있다. 즉 성남시가 2010년에 체육회에서 운영하던 빙상, 레슬링, 유도, 수영, 복싱, 씨름, 궁도, 수중, 태권도,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팀을 해체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용인시청이 수영, 배드민턴 등 11개 팀, 수원시청이 테니스 등 3개 팀, 군포시청이 육상 등 2개 팀을 해체했다. 또 2012년에는 남양주시청이 빙상, 김포시청이 사격, 오산시청이 육상, 포천시청이 태권도 팀을 재정상의 어려움을 들어 해체하는 등 지난 5년 동안 해체된 실업팀만 모두 42개 팀에 이른다. 반면 새로 창단된 팀은 올해 평택시청에서 요트와 레슬링 팀 단 2개뿐이다.

지금까지 경기도체육회가 전국체전에 대비해 많은 팀을 운영하는 다른 시도체육회와 달리 9개 팀, 31개 시군체육회서는 불과 13개 팀만 육성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육성 종목을 대폭 늘여야 하는 처지에 빠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중장기경영계획 수립으로 미래 방향성 제시해
경기도체육회는 올해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중장기 경영계획을 처음으로 수립한 특별한 해였다. 경기도체육회가 추진한 중장기 경영계획은 크게 3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미션-비전 등 경기도체육회의 전략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한편 둘째, 체육계 최대 이슈인 통합체육회 출범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셋째, 개정된 전략체계에 맞는 선수 및 지도자의 육성과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전략 체계를 구상했다.

이러한 세 가지 방향에 따라 미션을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글로벌 스포츠 리더’로, 비전을 ‘종목별 체육인 매니지먼트 체계 구축’으로 정하고 선수 등 체육인 육성을 주방향으로 삼았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경기도체육회는 미션-비전을 이루기 위해 스포츠 경쟁력 기반 확보, 대내외 협력 강화, 성과 중심 조직운영을 3가지 전략목표로 세웠으고 스포츠 경쟁력 강화 등 4개 전략 과제, 그리고 이들 실행할 전략 종목 육성 및 예산 지원 등 9가지를 세부실행과제로 선정했다.

통합체육회 출범을 위해서는 이미 지난 9월 9일 경기도 문화체육국장을 위원장으로 경기도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각각 3명씩, 모두 7명으로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통합체육회의 구성 및 운영에 대해 상호 의견 교환을 마친 상태다. 경기도체육회는 어느 한쪽의 흡수통합이 아닌 전략적 통합을 통해 전문 체육의 강점을 토대로 생활체육지도자 육성 등 엘리트 체육의 확장성을 도모하는 한편 서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조직 구성과 인력 배분을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도체육회는 주고객이 바로 선수와 지도자 및 그 가족임을 새삼 확인하고 주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채널 구축을 하고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전략종목 선정과 육성을 위해 예산 지원 등을 최우선 과제로 진행하기로 했다.

◇최규진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경기 체육의 힘은 현장 소통에서 나와’

▲ 최규진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현장에서 감독이나 지도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함으로서 그들의 마음을 일으켜 사기를 올려 준 것이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체육회 최규진 사무처장(54)은 제**회 동계체전과 제96회 전국체전에서 14연패(連覇)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는 원동력으로 ‘현장 소통’을 첫 손가락으로 꼽는데 서슴지 않았다.

지난 1월 12일 취임하면서 남경필 회장(경기도지사)으로부터 체육회에 다양한 문제들이 산재해 고생이 많겠지만 체육인들이 화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당부를 받았다는 최 처장은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일념으로 현장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 이 덕분에 취임 한달 반 만에 치른 동계체전과 전국체전에서 나란히 14연패를 이뤄내 ‘체육 웅도’ 경기도의 저력을 보여주었다고 자평했다.

특히 강릉 전국체전에서는 당초 목표보다 금메달은 한 개 더 많았고 종합득점은 불과 1천 점만 적을 정도로 철저한 종목별 사전 전력 분석이 주효했다는 최 처장은 이는 모든 종목에서 선수와 지도자들의 팀웍과 호흡이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바로 이것이 경기도 체육의 힘이라고 자랑하기도.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체육의 중심 역할을 해 온 경기도 체육을 이제는 이 단계를 넘어 세계 체육으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레슬링, 유도 등 상당 부분 종목에서 경기도 체육의 경기력은 세계 스포츠 강국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국가대표 수준이나 마찬가지라는 최 처장은 이들 종목들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경기력 향상은 물론 국제 스포츠 분야에서 일정부분 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고 강조한다.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는 4년 동안 경기도 대표선수들을 위한 선수촌 건설이 꿈이라는 최 처장은 남경필 회장을 비롯해 집행부들이 상호 공감을 이루고 있지만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선수촌 건설을 위한 기반 조성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수원지동초등학교 4학년 때 태권도에 입문해 수원북중-수원농고 2학년 때까지 선수로 활약했다는 최 처장은 지금은 조기축구와 하루 2시간 정도 헬스 사이클로 건강을 챙기고 있다고.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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